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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문제 다룬 KBS PD “삼성직업병 피해자에 빚진 것 많다”

파업 중인 임종윤 PD, 반올림 노숙농성장 방문…삼성 직업병 사태 다루지 못한 반성 전해

2018년 01월 12일(금)
노지민 기자 jmnoh@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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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김주현씨 딱 7주기 되는 날이네요.”

영하 13도를 밑돌았던 지난 1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 비닐 천막에서는 삼성직업병 문제의 올바른 해결을 요구하는 노숙 농성이 828일째 이어졌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는 얼음 낀 천막 안에서 고인을 떠올렸다.

삼성전자 LCD사업부 천안 공장에서 일했던 고(故) 김주현씨는 하루 최대 14시간 화학 물질을 다루며 심각한 피부 질환을 얻었다. 자재 관리로 업무를 바꾼 뒤에도 반나절을 일에 매달려야 했다. 우울증 진단을 받고 병가를 냈던 고인은 7년 전 이날, 기숙사 13층에서 뛰어내렸다.

8년 전 삼성 직업병 문제를 취재했던 당시 KBS ‘추적60분’ 막내, 임종윤 PD도 이날 농성장을 방문했다. 노숙 농성장에서 ‘이어말하기’를 진행하고 있는 반올림은 임 PD에게 수차례 연대 발언을 요청했다. 임 PD는 “크게 한 일이 없었는데 이곳에 오는 게 맞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 1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 반올림 노숙농성장에서 임종윤 KBS PD가 '이어말하기'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11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 앞 반올림 노숙농성장에서 임종윤 KBS PD가 '이어말하기'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그런 그가 이어말하기 참여를 결정한 이유는 삼성 백혈병 피해자 고(故) 황유미씨 아버지 황상기씨 때문이었다. 임종윤 PD는 “연 초 첫 KBS 파업 집회 때 황상기 아버지와 이상수 반올림 활동가가 오셔서 현장이 눈물바다가 됐다. 다시 한 번 (KBS의 문제를) 상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황씨는 지난 2일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새노조) 파업 집회에서 “고대영 사장이 들어서면서 KBS에 비판 기능이 없어졌다.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수많은 노동자들이 암에 걸리고, 죽고, 병들어 가는데도 KBS는 다루지 않았다”며 “하루라도 빨리 고 사장이 물러나는 것만이 정부와 국민과 기업을 위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에게 ‘추적60분’은 “입이 없을 때, 입이 되어준” 방송이었다. 2010년 5월 ‘나는 일터에서 암을 얻었다’ 편에서 삼성 직업병 사태를 다뤘고, 이듬해 1월 ‘삼성 직업성 암 논란 다시 불붙다’ 편으로 문제를 재조명했다. 당시 임 PD는 삼성 측이 사태를 무마하려 피해 가족들을 회유하는 현장을 포착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2010년은 이미 김인규 당시 KBS 사장에 의해 보도본부로 이관된 ‘추적60분’에 대한 간부들의 간섭이 시작된 때였다. 당시 ‘메인 PD’였던 박성주 PD는 지난달 광화문 릴레이발언에서 “삼성 백혈병 문제 다룰 때 너무 타협을 많이 했다”며 “모 간부가 직접 편집으로 많은 부분을 재단했다”고 고백했다.

지난해 세상에 알려진 국가정보원 문건(KBS 조직 개편 이후 인적 쇄신 추진방안)은 추적60분 탄압 등 배후에 이명박 정부 청와대와 국정원이 있었다는 의혹에 힘을 실었다.

추적60분이 제 기능을 못하는 동안 인터뷰를 통해 삼성 직업병 피해를 증언했던 이들은 고인이 됐다. 2007년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고(故) 황유미씨 사례가 알려진 뒤, 현재까지 80명이 목숨을 잃었다. 반올림이 제보 받은 삼성전자 반도체·LCD 부문 피해자는 236명이다.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를 신청한 96명 가운데 12명에게만 산업재해가 인정됐다. 공단에 거부당한 뒤 행정소송 끝에 산재 인정을 받아낸 사례를 합쳐도 26명에 불과하다.

산업재해 피해를 규명하기 위한 고용노동부의 삼성 반도체 공장 안전진단보고서(2013년)는 지난해 10월 이를 공개하라는 고등법원 판결 뒤에야 공개됐다. ‘삼성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공개되지 못했던 자료다.

2014년 조정위원회 권고를 이행하겠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한 삼성전자 측이 독립적인 조사위원회를 만들라는 권고를 어기고 꾸린 ‘옴부즈만 위원회’도 우려 대상이다. 옴부즈만 위원회는 오는 3월 결과 보고서를 낼 전망이다. 삼성은 진정한 사과와 배제 없는 보상이라는 요구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반올림 측은 주장한다.

임종윤 PD는 “(삼성직업병 피해자 분들에게) 빚진 게 많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KBS의 많은 방송과 보도에서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다룰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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