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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총장단의 지혜, 청소노동자들의 슬기

[손석춘 칼럼]

2018년 02월 12일(월)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 2020gil@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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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미디어가 북한의 평창 겨울올림픽 참가와 예술단에 스포트라이트를 비추고 있는 이 순간에도 북한에선 추운 겨울날 생존 자체가 목적이다.”

조선일보와는 그래도 다르다고 자부해온 중앙일보 기사(2018년 2월12일자)의 들머리입니다. 표제도 “참혹한 북 주민 실상, 올림픽 중에도 잊지 않았으면”입니다. 전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닙니다. 북의 동포들이 겪는 고통을 잊지 말자는 기사는 선의로 해석할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어떤가요. 우리 언론은 정작 올림픽으로 고통 받고 있는 남쪽의 민중을 잊고 있지 않은가요.

연세대 청소노동자들을 비롯해 지금 이 순간도 고통 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남쪽에도 지천입니다. 앞서 편지(연·고대 총장의 말, 청소 노동자의 손 / 2018년 1월15일)를 드린 뒤 염재호 고려대 총장은 청소 노동자들과 손을 잡고 문제를 말끔히 해소하더군요. 가슴으로 박수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정작 ‘나눔’을 강조한 김용학 총장의 연세대는 오늘 이 순간까지 완강합니다. 외려 한 술 더 뜨더군요. 민동준 연세대 부총장은 동문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지난해 8월 청소·경비 용역 관련 업체와 상생 협력 차원에서 ‘70세 고용을 보장·승계하고 올해 법정 최저시급(7천530원)을 웃도는 7천780원을 지급함과 동시에 70세를 정년으로 퇴직하는 인원을 충원하지 않는다’고 합의했다”며 “그런데도 노동자들은 정년퇴직자 31명 추가 충원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다”고 사뭇 공세적으로 나섰습니다. 일부 언론은 그 주장을 상세히 다루기도 했지요.

부총장의 이메일만 보면 연세대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자못 이기주의적으로 보이기 십상입니다. 더구나 “고용인원 714명의 용역비 지출이 연 226억 원에 이른다”며 “학부 등록금 수익 1천500억여 원의 15%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학교에 큰 부담”이라고 부르댔습니다.

어떤가요. 민 부총장이 편지 말미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주시고 지혜를 모아주시기 당부”드린다기에 씁니다.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곧장 공개적으로 답했지만―그들의 답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습니다. ‘동문’이 아니어서 일까요?― 왜 연대 당국자들은 “정년으로 퇴직하는 인원은 충원하지 않는다”는 합의를 노동자들과 하지 않았을까요. 용역업체와 합의해 정작 구조조정의 당사자들은 부총장의 이메일을 보고 그 사실을 처음 알았다면, 더 큰 문제 아닌가요?

수백여 명의 청소·경비 노동자들이 마치 엄청난 연봉이라도 챙긴다는 듯이 “연간 226억”이라며 등록금을 들먹인 것은 더없이 치졸합니다. 문제의 용역비에는 노동자들의 임금 뿐 아니라 용역업체의 이윤까지 포함되어 있는 걸 알고도 그런 수치를 쓴 것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만일 그렇다면 거울을 들여다보기 바랍니다. 어떤 얼굴이 나타나는지 깊은 성찰을 권합니다.

▲ 1월31일 오전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연세대 청소경비 조합원들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에서 연세대 측의 청소, 경비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인원 감축 등 구조 조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 1월31일 오전 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 연세대 청소경비 조합원들이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정문에서 연세대 측의 청소, 경비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인원 감축 등 구조 조정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결례일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묻고 싶습니다. 청소·경비 노동자들과 연배가 비슷하거나 아래일 민동준 부총장의 연봉은 얼마인가요? 2017년 교수신문이 내놓은 자료에 연세대 정교수의 평균연봉은 1억6천만 원이더군요. 심지어 조교수도 1억 원이 넘습니다.

연세대 교수들의 연봉은 고려대는 물론 일반 대학의 연봉 수준과 견주어도 대단히 높습니다. 그럼에도 고려대와 달리 끝까지 구조조정을 고집하는 김용학 총장에게 거듭 묻습니다. “개인의 이익을 추구하던 사회적 가치”에서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며 아픔과 기쁨을 함께 나누는 공감의 가치체계”로 전환을 공언했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자명하지 않은가요? 아니라면 차라리 총장 인사말을 남몰래 수정하기 바랍니다.

충심으로 재차 촉구합니다. “지금이라도, 바로 오늘이라도 대화를 시작”하자는 청소·경비 노동자들의 슬기 앞에 당신의 ‘지혜’를 더하기 바랍니다. 숱한 연대 교수들을 욕 먹이는 짓, 설 이전에 접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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