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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현송월 졸졸 따라다닌 언론

고질적인 북한 보도 문제점 드러나… ‘평양올림픽’ 비난하더니 신변잡기·선정적 기사 양산

2018년 02월 14일(수)
정상근 기자 dal@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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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바라보는 언론의 시선은 개막 전부터 이상했다. 올 1월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회 위원장의 신년사로 시작해 남북한 공동입장,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단일팀 결정까지 조선일보 등 언론은 부정적인 보도를 이어갔다.

시작은 태극기였다. 남북 선수들의 공동입장이 결정되자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에 태극기가 없다며 비판을 시작했다. 1월6일 조선일보는 사설 ‘대한민국 개최 평창올림픽 개회식에 태극기가 없다면’에서 “역대 동·하계올림픽 개막식에서 개최국 국기가 등장하지 못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의 주장은 사실이지만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과 2003년 대구하계유니버시아드 같은 국제 스포츠 이벤트에서도 남북이 공동 입장한 적은 있었다. 조선일보는 “올림픽만은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남북 단일팀과 공동입장에 더 적극적이었던 것은 국제올림픽 조직위원회(IOC)였다. 바흐 IOC 위원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북한이 공동으로 입장하는 것은 전 세계의 환영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 지난달 채널A 뉴스특급 인터뷰 영상. 사진=채널A
▲ 지난달 채널A 뉴스특급 인터뷰 영상. 사진=채널A
두 번째는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이었다. 선수들의 답답함은 이해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언론은 이들을 “남북 정치의 희생양”으로 묘사했다. 채널A는 이낙연 국무총리의 발언을 비판하기 위해 6개월 전 인터뷰까지 끌어왔다.

개막식 직전에는 인공기가 도마에 올랐다. 중앙일보는 지난 2일 ‘북한, 선수촌에 3개층 규모 참가국 중 최대 인공기 걸어’ 기사를 통해 “1일 강릉 선수촌 804동에 입주한 북한 선수단은 2일 오전 15층~17층 등 3개 층에 걸쳐 북한 국기인 대형 인공기를 내걸었다”며 “북한이 내건 인공기는 다른 나라 선수단이 외벽에 건 국기 중 가장 크다”라고 주장했다.

이것은 오보였다. 북한의 인공기는 컸지만 가장 컸던 것은 아니었다. 선수촌마다 선수들이 숙소에 자국 국기를 걸어놓는 것이 특별한 경우라고도 볼 수 없다.

이때까지 평창 동계올림픽 보도는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한 남북 평화분위기 조성에 대한 반발로 보여진다. “핵 문제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이들 언론의 주장은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한다고 해도, 남북공동입장에 대한,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에 대한 무리한 비판은 자유한국당을 위시한 보수야당들의 ‘평양올림픽’ 주장과 함께 많은 비판을 받았다.

실제로 개막식엔 대형 태극기가 수차례 등장했고, 북한의 체제 선전장이 되지도 않았다. 조선일보는 개막식 직후 발행된 10일자 지면에서 태극기와 관련된 얘기를 하지 않았다.

2월10일자. 조선일보 2면.
2월10일자. 조선일보 2면.
정호승 시인은 오히려 이날 2면 ‘고난의 역사를 지나 평화의 불꽃, 나의 눈시울이 뜨거워지고…’ 기사에서 “올림픽 정신은 메달 획득 수를 통해 국가 간 경쟁력을 가늠하는데 있지 않고 세계 화합과 평화를 함께 도모하는데 있다”며 “특히 이번 남북 단일팀은 그러한 올림픽 정신을 살리는 데에 최선을 다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도 개막식에 참석했다. “평양올림픽”, “북한 체제선전장”을 주장하다가 이를 보러 오겠다며 등장한 것이다.

이후로는 선정적 보도가 문제가 됐다. 북한 응원단과 공연단의 방문에 대한 취재가 시작이었다. 연합뉴스는 지난 8일 북한 응원단이 휴게소에서 화장실을 이용하는 모습을 화장실 안에서 찍었다. 워싱턴포스트 애나 파이필드 기자는 이에 대해 “정말 역겹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방송사 카메라 촬영도 문제가 됐다. 지상파와 종편 가릴 것 없이 여성 응원단의 다리부터 찍어 위로 올리는 것이 문제였다.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TV조선은 아예 북한 응원단 숙소에 몰래카메라를 찍었다. 여성들만 있는 방에 커튼 사이로 카메라의 줌을 땡겨 찍어 ‘북 응원단 숙소에서 남한 방송 시청’이란 단독보도를 냈다. TV조선은 “전 국민의 관심사를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은 언론이 당연히 할 일”이라고 주장했지만, 이것은 엄연한 사생활 침해에 해당한다.

현송월이 가방을 들었는데 그 가방이 700만원짜리 샤넬 제품이라던가, 현송월이 아침에 전복죽을 먹었다던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로 방남한 김여정 부부장이 임신한 것으로 추정된다던가 하는 보도도 쏟아졌다.

‘김일성 가면’ 사건도 있었다. CBS노컷뉴스는 10일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대 스위스 경기에서 “북한 응원단이 김일성 가면을 쓰고 응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해당 가면은 남성이 여성을 휘파람으로 유혹하는 노래인 ‘휘파람’을 부르기 위해 가져온 일종의 ‘퍼포먼스’였다. 북한 관계자는 SBS 측에 “고운 아이 얼굴이지, 그런 것은 논의할게 아냐, 괜히 불필요하게 떠들면서 말이야”라고 말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노컷뉴스는 지난 10일 오후 “김일성 가면 쓰고 응원하는 북한 응원단”이라는 제목으로 북한 응원단이 한 남성 얼굴 가면을 쓰고 손동작을 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담아 보도했다. 하지만 통일부의 반박이 이어졌고 11일 오전 현재 해당 기사를 삭제됐다. 사진=노컷뉴스 화면 캡처
노컷뉴스는 지난 10일 오후 “김일성 가면 쓰고 응원하는 북한 응원단”이라는 제목으로 북한 응원단이 한 남성 얼굴 가면을 쓰고 손동작을 하는 장면을 사진으로 담아 보도했다. 하지만 통일부의 반박이 이어졌고 11일 오전 현재 해당 기사를 삭제됐다. 사진=노컷뉴스 화면 캡처
결국 CBS노컷뉴스는 해당 기사를 오보로 인정하고 삭제했다. 하지만 여러 언론은 이 사건을 ‘논란’으로 포장하고 있다. 사실을 두고 해석이 오가는 ‘논란’으로 오보를 포장한 셈인데, 국민의당은 이를 두고 “국민과 언론이 김일성으로 느꼈다면 김일성”이라는 황당한 논리를 내세웠다.

언론은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을 두고 그동안 제기된 언론의 문제점을 한꺼번에 노출했다. 오보, 클릭수를 유도하는 선정적 보도 그리고 남북 갈등을 부각하는 보도 등이다. 개막식 다음날 대부분의 일간지는 남북 공동입장을 1면 사진으로 썼지만,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는 다른 사진을 1면에 썼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두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었는데 바로 선정적 보도가 난무했다는 것과 스포츠를 정치 이데올로기화했다는 것”이라며 “현송월과 김여정을 따라다니며 올림픽과 상관없는 가십성 보도를 이어가고 그것이 결국 화장실 내부나 숙소까지 찍는 기사로 이어졌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더 웃기는 건, 언론이 하루 종일 북한 사람들을 따라다니면서 보도해놓고 평창올림픽이 평양올림픽 됐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또 하나는 사실이 아닌 것을 기사화하며 정치이념의 도구로 활용해 자신들의 이익을 취하려 했던 것”이라며 “올림픽 스포츠는 정치와 구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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