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왼쪽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조선일보 내 익명의 폭로시(詩) “자식을 안고서”

조선일보 익명 게시판에 올라온 인격모독 폭로… “분노 조절 못하고 퍼붓던 신경질, 그건 똥 같았어”

2018년 03월 07일(수)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공유하기

URL복사URL복사

URL 복사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AD FREE

조선일보 익명 게시판 ‘블라인드’에 올라온 한 편의 시가 화제다. ‘자식을 안고서’라는 제목의 시는 사내 수직적 권력 관계에서 빚어지는 인격 모독을 폭로하는 내용이다. 

익명의 게시자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으로 보여 조선일보 기자들 사이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작성자는 “당신이 내게 했던 무례한 ‘아이씨’ 선배라는 이유로 분노 조절 못하고 퍼붓던 신경질 그건 마치 똥 같았어”라며 “그래서 내 애를 붙들고 울었어. 당신 같은 사람한테 병신 취급 받는 내가 미안해서”라며 사내에서 겪은 일로 유추되는 문장으로 시를 채워갔다.

지난달 22일 게시된 ‘자식을 안고서’는 다음과 같다.

자식을 안고서

당신도 자식이 있지/나도 애가 있어/난 집에 와서 애를/붙들고 울었어//

당신이 내게 했던/무례한 <아이씨>/선배라는 이유로/분노 조절 못하고 퍼붓던 신경질/그건 마치 똥 같았어//

그래서 내 애를 붙들고 울었어/당신 같은 사람한테/병신 취급 받는 내가 미안해서//

당신 같은 사람 부장시키는/이 조직에 절망해서//

나는 내 아이를/당신처럼 그런 인간으론/키우지 않을거야//

그 찌질한 기자의 그릇/위에는 애교떨면서/밑에는 이유 없이 밟는 비열함/보여줘서 고마워//

나에게만 보여줬다고/생각하니?/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더라//

신문 전체보다/조선일보 지면보다/당신 기사가 제일 중요하지 당신은//

그래서 당신은/국장이 될 수 없어//

참/온종일/윗사람 눈치보고 애교떨고/그러느라 힘들겠더라//

그러면서/다른 후배는 밟아야 해서/바쁘지/아 당신 출입처 눈치도 보느라/원래 힘들텐데//

그럼 그 출입처로 가던가/왜 여기서 그 출입처 사보 기사를 쓰는 건데/그것도 이십년 넘게//

그렇게 무시하고 싫어하던 선배가/국장이 되니/태도가 확 바뀌더라 당신/국장이 모를 거 같니? 당신의 진짜모습//

당신도 자식 키우지/당신 같은 사람 만나/나처럼 당하고/집에 들어와서/펑펑 울거야//

그럴리 없다고?/오늘 아니면 내일 그럴거야/그렇게 될거야/그게 세상이야//

그래 나는 여기다 고작 익명으로 끄적대는/비겁한 사람이야/하지만 당신처럼 비열하진 않아//

▲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이와 관련해 조선일보 노동조합(위원장 박준동)은 지난달 23일 발행한 노보를 통해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으로 보이는 시가 읽는 사람의 가슴을 울컥하게 만든다는 반응이 많다”며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을 뺨친다는 얘기도 있다. 미투와 이게 무슨 관계냐고 할 수도 있으나 수직적 권력관계에서 빚어진 문제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 노조는 “미투 운동에서 문제삼는 성희롱과 성폭력은 아래 사람에게 욕망을 배설하는 것이고 이 시에 나오는 짜증과 인격 모독은 아래 사람에게 분노를 배설하는 것”이라며 “우리는 일하려고 회사에 왔지 ‘똥’을 받아주기 위해 있는 사람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조선일보 노조는 “아래 사람을 윽박지르고 망신을 주는 등 강하게 질책해야 업무가 잘 돌아간다는 인식 때문에 인격 모독이 정당화되곤 한다”며 “이 때문에 폭언과 인격 모독이 더 일상적으로 일어난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이어 “우리가 요구하고 있는 편집국장 신임투표제를 비롯한 상향 평가제는 이런 수직적 위계 관계를 완화하는 견제 장치를 두자는 것”이라며 “윗사람이 아래 사람에게 휘둘리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지만 이런 제도가 기본 관계 자체를 전복하는 것은 아니다. 하향 평가가 여전히 주요하게 작동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미투 운동을 비롯한 을들의 폭로가 구조적 해결로 이어지지 않으면 인간에 대한 혐오만 키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네이버에서 김도연 기자의 기사를 구독해 주세요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전체선택후 복사하여 주세요. 닫기

11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