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 혐의가 또 늘었다. 검찰이 300억 원대 다스 비자금을 확인한 것이다. 일부는 2007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대선 자금에 쓰인 것으로 보인다. 미투 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부가 대책을 발표했다. 언론은 대책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사실적시 명예훼손 개정을 추진하지 않아 피해자가 처벌받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다스 비자금, MB 캠프유입 정황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 의혹이 불거진 다스에서 조성된 비자금이 300억원대에 이르고 그 중 일부는 2007년 대선자금 등으로 쓰인 정황이 드러났다.

한겨레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다스가 2002년부터 2007년까지 하도급업체에 지급하는 대금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300억 원대의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을 파악했다. 또 다스가 거액을 탈세한 혐의도 포착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겨레는 “수사팀은 다스의 비자금 조성과 탈세의 최종 책임자가 이 전 대통령이라고 보고 오는 14일 조사 때 이 부분도 집중적으로 캐물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9일 한겨레 보도.
▲ 9일 한겨레 보도.

또한 한겨레는 “다스의 비자금은 이병모 청계재단 사무국장이 주로 관리하며 일부는 대선 캠프나 대선 캠프 전초기지 노릇을 했던 ‘안국포럼’ 운영비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현재까지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뇌물은 △국정원 특수활동비(17억5000만 원) △삼성 다스 소송비 대납(60억여원) △대보그룹(5억 원), ABC상사(2억 원), 이팔성 전 회장(22억5000 만원) △김소남 전 의원 공천헌금(4억 원) 등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소환이 임박했지만 참모진들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한 채 전전긍긍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인자를 두지 않아 자세한 내막을 아는 이가 없고 최측근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구속돼 상황을 소상히 아는 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한편 정부 차원에서 이전 정권 때 벌어진 문제에 대한 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국가보훈처는 박승춘 전 보훈원장의 비위 행위에 대한 두번째 형사 고발을 준비 중이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최성준 전 방통위원장이 통신사업자와 유착한 정황이 드러나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전’자는 다 감옥 보내야 직성이 풀리는가”사설을 통해 “하루가 멀다 하고 압수수색, 체포, 소환조사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제는 죄가 되는지 불분명한 사안, 근거가 없는 사안까지 검찰에 넘기겠다고 한다. 이것이 이른바 민주화 투쟁했다는 정권 아래서 벌어지고 있다”고 반발했다.

안희정, 돌연 기자회견 취소

정무비서를 성폭행한 의혹을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8일 기자회견을 돌연 취소했다.

안 전 지사는 이날 오후 1시쯤 비서실장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른 시일 내에 검찰에 출석해 수사에 성실하게 협조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기자회견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은 한시라도 빨리 저를 소환해 달라”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고도 밝혔다.

왜 갑자기 기자회견을 취소했을까. 경향신문은 “전날 밤 추가로 폭로된 더좋은민주주의연구소의 여직원 성폭행 의혹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추정했다. “줄줄이 의혹이 터져나오는터에 기자회견에서 성폭행 사실을 인정하고 사죄할 경우 범행을 자백하는 꼴이 돼 수사,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 9일 한국일보 보도.
▲ 9일 한국일보 보도.

앞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대선 경선캠프 구성원들은 성명을 내고 김지은씨 지지를 밝히며 “노래방에 가서 누군가 끌어안거나 허리춤에 손을 갖다 대거나 노래와 춤을 강요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사설을 통해 “유불리를 계산해서 스스로 예고했던 기자회견을 취소했다면 국민 분노를 가중시킬 뿐”이라며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던 정치인인 만큼 국민 앞에 서서 직접 진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하는 게 도리요, 국민과 지지자에 대한 예의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성폭행 의혹과 관련된 장소에 대한 문제제기도 나왔다. 동아일보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지난달 25일 전 비서 김지은씨를 성폭행한 장소인 서울 마포구의 오피스텔은 안 전 지사의 오랜 친구 S씨가 운영하는 건설사 소유”라고 보도했다. 동아일보는 “법조계에선 안 전 지사가 S씨 회사 명의로 된 오피스텔을 무상을 써온 건 청탁금지법 위반 소지가 높다고 본다”면서 “만약 안 전 지사가 오피스텔 사용 대가로 S씨 사업에 도움을 줬다면 뇌물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정부의 ‘근절 대책’, 효과 있을까

미투가 잇따르는 상황에서 정부는 8일 대책을 발표했다. 여성가족부 등 12개 부처와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성희롱, 성폭력 근절 추진협의회를 열고 ‘직장 및 문화예술계 성희롱, 성폭력 근절 대책’을 발표한 것이다.

발표에 따르면 업무상 위계, 위력에 의한 간음죄와 추행죄에 대한 법정형 상한을 각각 징역 5년에서 10년, 징역 2년에서 5년으로 늘리고 권력형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고발자에 대한 2차 피해 예방 조치가 핵심이다. 또한 성폭력을 방치한 사업주에 대한 징역형이 가능하며 문화예술 분야를 대상으로 특별조사를 시작할 계획이다.

한국일보는 사설을 통해 정부가 대책을 내놓은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다만 성폭력 고발 피해자들이 가해자로부터 되레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할 수 있는 형법 307조 1항에 대한 개정 검토가 빠진 점은 아쉽다”고 지적했다. 현행 법에 따르면 피해자가 성폭행 사실을 있는 그대로 폭로하더라도 명예훼손 소송이 걸리면 처벌 받을 수 있다.

한겨레 역시 대책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했으나 “하지만 너무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온 성폭력의 법적 기준은 손대지 않았고, 학교 내 성폭력에 대한 대책은 포함돼 있지 않았다”면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중앙일보는 “여성 마음 못 헤아린 성범죄 대책” 제하의 기사를 1면에 배치하며 정책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중앙일보는 “피해자인 여성의 입장을 세심하게 반영하지 못한 탓에 여기저기 불만이 나온다”면서 “입증하기 어려운 성폭력 범죄의 특성상 일벌백계식 처벌 강화만으로는 근절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와 홍준표의 ‘진영’ 프레임

미투 선언이 이어지는 가운데 조선일보는 연일 특정 진영의 문제를 부각하는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이날 조선일보는 “정의, 인권 외치던 그들 권력이 되자 여성에 성갑질”기사를 통해 미투 가해자가 ‘좌파진영’에서 줄을 잇는다고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운동권 문화에서 그 이유를 찾았다. 조선일보는 “잇따른 성추문 뿌리가 한국 운동권 핵심 세력 특유의 남성 중심 위계질서와 선민의식에 있다는 시각도 있다”면서 “독재정권에 온몸으로 맞섰지만 가부장적 여성 의식에서만큼은 벗어나지 못한 ‘마초투사’”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운동권 출신 인사들의 ‘문제제기’ 발언을 실었다. “미투를 좌파 내부 문제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은 기사 말미에 언급됐다.

▲ 9일 조선일보 보도.
▲ 9일 조선일보 보도.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미투를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미투 운동 초기 “나를 포함한 야당을 노린 정치공작”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데 이어 “소위 미투 운동이 좌파문화권력의 추악함만 폭로되는 부메랑으로 갈줄 저들이 알았겠느냐” “좌파들이 좀 더 많이 걸렸으면 좋겠다” “안희정(사건)이 임(종석) 실장 기획이라는 말이 있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용기 내 고발한 피해자를 돕지는 못할망정 공당 대표가 미투를 기획이라거나 농담의 소재로 삼는 것은 피해자를 모욕하는 행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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