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언론 탄압 피해자’를 명분 삼아 길환영 전 KBS 사장과 배현진 전 MBC 앵커를 영입한 것을 두고 한국PD연합회가 11일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한국PD연합회는 이날 성명을 통해 “지난 9일 열린 길환영·배현진의 자유한국당 입당식은 수준 이하의 코미디이자 적폐 세력의 민낯을 보여준 삼류 쇼”라며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두 사람을 ‘문재인 정권의 폭압적 언론 탄압과 언론 장악의 가장 큰 피해자이자 상징적 인물들’이라고 소개했는데 이는 파렴치한 거짓말이며 두 사람이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고 국민 앞에 나선 것은 가증스런 위선”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PD연합회는 “길환영 전 KBS 사장은 2014년 세월호 유족에 대한 KBS 간부의 부적절한 발언이 문제됐을 때 유족들의 해명 요구를 외면하다 사태를 키워서 청와대에 부담을 줬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해임 당한 인물”이라며 “적폐 정권에 충성하다가 무능하다는 이유로 해임 당한 그가 문재인 정권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현진 전 MBC 앵커는 2012년 동료들의 희생을 틈타 뉴스데스크 진행을 맡은 뒤 김재철·안광한·김장겸 하수인으로 일신의 영달을 꾀하며 MBC 뉴스 신뢰를 바닥까지 추락시킨 장본인”이라며 “최승호 사장 체제에서 해고도 안 되고 징계도 안 받은 채 스스로 정치권으로 옮긴 사람이 어째서 언론장악의 피해자란 말인가”라고 비판했다.

▲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길환영 전 KBS사장(왼쪽부터), 김성태 원내대표, 홍준표 대표, 배현진 전 MBC 앵커, 송언석 전 기재부 2차관이 박수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지난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자유한국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영입인사 환영식에서 길환영 전 KBS사장(왼쪽부터), 김성태 원내대표, 홍준표 대표, 배현진 전 MBC 앵커, 송언석 전 기재부 2차관이 박수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이들은 또 “자유한국당이 이번 재보궐 선거에 누구를 공천하든 그들의 자유겠지만 길환영·배현진씨의 부도덕한 변신과 야합을 유권자들은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언론장악의 역사를 잊은 인물과 정당에 미래는 없다. 두 사람의 입당 환영식에서 기자 질문을 입맛에 따라 고르고 불편한 질문을 맘대로 차단한 것은 언론 자유를 정면으로 거스른 행태”라고 지적했다.

한국PD연합회는 “이 나라의 방송과 정치를 희화화하고 자기 욕망의 배설구로 악용하려는 길환영·배현진은 폐기돼야 할 적폐 방송인에 불과하며 이들을 받아들인 자유한국당은 국민 뜻을 정면으로 거역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셈”이라며 “국민들은 이들을 6월 선거에서 반드시 심판할 것”이라고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도 9일 성명을 통해 “길환영씨 해임을 의결한 것도 당시 여당 추천 이사들이 다수를 점한 KBS이사회였고 해임을 최종 결정한 것도 박근혜 전 대통령”이라며 “자유한국당이 이번 재보궐 선거에 누구를 공천하던지 우리는 관심이 없다. 다만 한때 공영방송 수장이었던 인물이 수구 정당에 빌붙어 정치에 발담가 보려는 현실이 공영방송 구성원으로서 부끄럽고 창피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배 전 앵커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한국당 당사에서 열린 입당식에서 “안타깝게도 나는 지난 2012년 파업 100일 만에 파업 불참과 노조 탈퇴를 전격 선언한 후 인격적으로 매우 모독감을 느낄 만한 각종 음해와 공격을 계속 받아오고 있다”고 말한 뒤 “대한민국이 일궈온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가치, 이를테면 자유민주주의 또는 자유시장경제 등 ‘자유’라는 가치가 파탄 위기에 놓여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과 우려를 느꼈다”고 밝혔다.

길 전 사장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이후 국민은 안보와 외교, 경제 이 모든 면에 있어서 대단히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고, 그 과정에 좌파 진영에 의한 언론 장악으로 올바른 여론 형성이 차단된 상황”이라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민심이 과연 어디 있는지 명백히 밝혀내 흔들리는 이 나라를 한국당이 앞장서 안정시키는 데 내 모든 역량을 다해 봉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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