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은씨의 ‘미투’선언 이후 그가 안희정 전 충남지사를 수행하는 과거 모습을 다룬 언론 보도가 쏟아지는 데 대한 우려가 나온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방송모니터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3사와 종합편성채널4사 모두 과거 김지은씨의 모습이 담긴 영상을 내보냈다.

민언련은 “가장 눈에 띄는 보도”로 지난 6일 방영된 SBS 8뉴스의 “‘진실 규명하는 게 최선’…신변보호 요청”리포트를 꼽았다.

앵커는 “김 씨는 안 전 지사가 공식 해외 출장 업무 중에도 성폭행을 가했다고 폭로했는데 문제의 출장 영상을 전해드린다”면서 당시 SBS가 촬영한 현장 영상에서 김씨와 안 전 지사의 얼굴만 밝게 하거나 붉은 원을 그리는 식으로 부각해 내보냈다.

▲ 피해자 과거 모습 찾아 부각한 SBS 8뉴스 보도화면. (피해자 얼굴 모자이크 처리는 민언련.)
▲ 피해자 과거 모습 찾아 부각한 SBS 8뉴스 보도화면. (피해자 얼굴 모자이크 처리는 민언련.)

다른 방송사도 마찬가지다. 6일 KBS 뉴스9의 “안희정 지사직 사임…검찰에 고소장” 같은날 MBC 뉴스데스크의 “변호사 선임 ‘내일 입장 발표’” “14시간 만에 사퇴 도정 ‘마비’” “‘피해자 더 있다’ 강제수사 불가피“ 등에서 피해자의 과거 모습을 담은 영상을 자료화면으로 활용했다.

종편 4사 모두 대동소이한 보도가 나갔는데 특히 채널A는 지난 6~7일 이틀 동안 메인뉴스에서 7꼭지나 관련 영상을 내보냈다. MBN 뉴스8은 6일 “징역형 불가피”보도에서 피해자의 사진을 리포트 이미지로 사용하기도 했다.

신문도 다르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지난 7일 8면 톱 기사 “성범죄 저지르고 피해자에 ‘잊어라’… 권력형 나르시시즘”을 통해 지난해 동아일보·채널A 인터뷰 당시 김지은씨가 얼굴에 번진 화장을 손수건으로 닦고 있는 안 전 지사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사진을 내보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온라인판에 사진기사 코너를 통해 “‘지사님 넥타이…’ 지난해 안희정과 김 비서”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동아일보가 지면에 보도한 사진을 포함해 김지은씨와 안희정 전 지사가 함께 나온 사진을 여러 컷 올리는 내용으로 주요기사로 편집됐다.

▲ 지난 7일 동아일보 온라인판 보도.
▲ 지난 7일 동아일보 온라인판 보도.

민언련은 “방송 보도의 특성상 상황을 설명하면서 보여줄 ‘그림’이 필요했을 수는 있다”면서 “그러나 가해자로 지목된 이의 해외일정을 뒤져 그 속에서 ‘피해자가 어딘가 구석에서 어떤 표정으로 있었는지’를 찾아내 이를 보여주는 것은 매우 부적절한 행태”라고 지적했다.

근본적으로 이 같은 보도가 뉴스가치가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이어진다. 민언련은 “이런 영상을 ‘입수’해 공개하지 않더라도 피해자가 가해자의 수행비서였다는 사실, 함께 해외 출장을 갔었다는 사실은 충분히 입증된 내용”이라고 밝혔다.

한국여성민우회는 2006년 제정한 ‘성폭력 보도 가이드라인’을 통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이라고 해서 피해자나 가족의 사생활이 국민의 알 권리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가이드라인은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선정적 보도 지양해야 하며 △잘못된 통념의 재생산을 경계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지은씨는 12일 공개한 자필 편지를 통해 자신과 관련한 ‘허위사실 유포’를 막아달라고 촉구하면서 “언론에 노출되는 뉴스만으로도 벅차다”고 밝혔다. 본질과 무관한 보도로 피해자에게 또 다른 피해를 안기는 건 아닌가. 언론이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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