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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토리 작가들 “SBS 계약서, 문체부 표준도 안 지켜”

뉴스토리 계약서, 계약기간·저작권 조항 작가들에게 불리…“업무관계 얽힌 상사, 계약서 내밀지 말아야”

2018년 03월 13일(화)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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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시사고발 프로그램 ‘뉴스토리’ 작가들이 지난 2월 초 작성한 계약서에 정부의 표준계약서보다 작가들에게 불리한 조항이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제정 및 시행한 표준계약서는 지난 2016년 8월 마련한 초안을 바탕으로 방송작가·방송사·제작사 등과 18차례 회의를 거쳐 제정된 것이다. 

뉴스토리에서 쫓겨난 작가들은 ‘방송계갑질119’, 뉴스토리 대체작가 거부를 선언한 SBS·KBS·MBC·EBS 구성작가협의회 등과 함께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BS 보도본부(본부장 심석태)의 계약서 문제를 지적했다. 이날 지적된 계약서의 문제는 계약기간과 저작권 등으로 크게 두 가지였다.

▲ 뉴스토리에서 쫓겨난 작가 등이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BS 보도본부가 제시한 계약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 뉴스토리에서 쫓겨난 작가 등이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SBS 보도본부가 제시한 계약서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독소조항 두 가지, 계약기간·저작권

문체부가 발표한 표준계약서 내 계약기간 관련 조항은 4조 1항이다. 1항 단서는 “단, 계약기간 만료시에도 집필횟수가 남아있을 경우 ‘작가’와 ‘방송사 또는 제작사’는 상호 합의해 계약기간을 변경할 수 있다”고 규정해놓고 있다.

2항에서는 “계약기간은 개편, 편성변경, 원고수정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당사자 간 합의에 의해 변경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SBS 보도본부가 뉴스토리 작가들에게 제시한 계약서 4조에는 문체부 표준계약서의 1항 단서부분이 빠져있다. 또한 2항이 “계약기간 중 개편, 편성변경, 프로그램 폐지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계약만료일 이전이라도 계약이 즉시 종료될 수 있다”고 돼 있다. 작가들과 합의하겠다는 내용이 빠져 있는 것이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소속 김수영 변호사는 이 부분을 지적하며 “문체부 표준계약서에는 합의라고 돼 있는데 이는 작가들이 합의하지 않으면 계약이 유지된다는 뜻”이라며 “(합의 조항) 대신 ‘즉시 종료될 수 있다’는 독소 조항을 뒀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18차례 회의를 거친 소중한 계약서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조항”이라고 평가했다.

▲ SBS 뉴스토리 홈페이지 갈무리
▲ SBS 뉴스토리 홈페이지 갈무리

저작권의 경우, 문체부는 표준계약서 15조에서 ‘당사자가 협의해야 한다’고 규정했지만 SBS 보도본부는 계약서 14조에 ‘방송사에 있다’고 변경했다. SBS 보도본부는 계약서 15조 3항을 통해 사용료를 지급하겠다고 규정했다.

이에 대해 작가 권리를 무시한 것뿐 아니라 절차상으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방송작가협회 관계자는 “작가들은 협회에 저작권을 신탁했고, 협회가 방송사와 단체협약을 맺기 때문에 방송사가 작가들에게 허락을 구할 수 없다”며 “SBS에서 모든 원칙을 변형시킨 뒤 작가 고유 권한을 양도하라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SBS와 협의할 때 변호사가 나왔었다”며 “이 문구가 어떤 뜻인지 SBS도 잘 알고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사-작가, 갑을 아닌 동료로

계약서가 작가들에게 불리하다는 것을 뉴스토리 작가들도 알고 있었다. 뉴스토리에서 쫓겨난 작가 A씨는 “2016년에도 계약서를 받은 적이 있는데 모든 책임을 작가에게 지운다고 해 철회한 적이 있다”며 “이번 계약서도 수정해달라고 했는데, 수정안을 받기 전에 해고됐다”고 말했다.

EBS 소속 작가 B씨는 “SBS에선 노조 파업이 없었는데 그래서 (조직 정비가 필요했던 KBS·MBC 보다) 먼저 표준계약서를 만들어 매를 먼저 맞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B씨는 20년 넘게 작가 생활을 했지만 계약서를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방송사가 계약 주체인 작가를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A씨는 “데스킹을 담당하는 부장이 계약서를 내밀면서 형식적인 거라고 하니까 더욱 문제를 제기하는 게 어렵다”며 “보도운영팀 등 업무 관계에 얽히지 않는 담당자와 계약서를 얘기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토리 작가 C씨도 “방송계의 많은 비정규직에 대해 ‘같이 일하는 팀원’이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서울 목동 SBS 본사. 사진=연합뉴스
▲ 서울 목동 SBS 본사. 사진=연합뉴스

표준계약서 변칙 말아야

문체부 표준계약서를 방송사가 그대로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B씨는 “3년이나 이해 당사자들이 모여 표준계약서를 만들었는데 방송사마다, 프로그램마다 다르면 표준계약서가 아니”라며 “모든 방송사가 문체부 표준계약서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SBS 구성작가협의회에 따르면 SBS 안에서도 보도본부가 제시한 계약서와 교양본부가 제시한 계약서가 달랐다.

지상파 4사 구성작가들은 이번 기회를 통해 표준계약서 도입에 힘쓸 계획이다. B씨는 “작가들을 대상으로 표준계약서 관련 설명회를 열겠다”며 “방송사에서 표준계약서를 변칙하면 서명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다”고 말했다. 작가들 스스로 노동자성을 인식하고 사측에 공동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김수영 변호사는 “관행적으로 작가들은 프리랜서로 일하고 도급 형태로 계약을 맺지만 아이템 회의와 취재 등에 있어 정규직과 유기적으로 결합해왔다”며 “이는 도급 형태로 일을 주는 것과 거리가 멀다. 노동법이 적용돼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인력을 줄이는 문제 등은 일반 기업에서도 일어나는 일이지만, 충분히 고지돼야 하고 객관적인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또 해고를 피하기 위해 충분한 노력을 한 뒤 재고용 기회를 제공하는 등 많은 전제 조건이 요구된다”며 “표준계약서에서 ‘당사자 간 합의’를 넣는 것은 실질적인 노동 조건을 개선하는 작업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 지상파 작가들 “사과 없이 SBS 뉴스토리 안 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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