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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취재 보도하는 올림픽

연합뉴스, 올림픽·패럴림픽에 알고리즘 활용해 단신 기사 1천여 건 생산

2018년 03월 13일(화)
허광준 기자 kjunheo@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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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기사에 적힌 기자 이름 뒤에는 흔히 이메일 주소가 붙어 있다. 독자와 상호 소통하기 위한 장치다. 이렇게 공개되는 기자의 이메일 아이디 중에는 인상적인 것이 있어 종종 화제가 된다. 연합뉴스의 한 기자는 ‘robot’이라는 아이디를 쓴다. 이 기자는 올림픽이나 패럴림픽에서 한 경기가 끝나면 2초 안에 경기 기사를 써낸다. 하루에도 수십 개씩 쓴다. 이렇게 써낸 기사가 수백 건이다. 이 기자는 진짜 로봇이다.

연합뉴스는 평창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 기간에 알고리즘을 이용한 자동 뉴스 보도 시스템 ‘올림픽봇’을 활용했다. 로봇이 경기 결과를 받아서 자동으로 기사를 쓴 뒤 웹페이지에 띄우는 시스템이다. 올림픽봇은 동계올림픽 17일 동안 15개 종목 전 경기를 취재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올림픽 경기 관련기사 787건이 보도됐고, 패럴림픽 경기 기사도 쉬지 않고 나오는 중이다.

▲ 연합뉴스 '평창동계패럴림픽 로봇뉴스' 홈페이지.
▲ 연합뉴스 '평창동계패럴림픽 로봇뉴스' 홈페이지.
연합뉴스가 취재 보도에서 로봇을 활용한 것은 이번 올림픽이 처음이 아니다. 2017년 8월부터 영국 프리미어 축구 결과를 알고리즘으로 보도하는 '프리미어리그 로봇뉴스'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시도가 있었다. 워싱턴포스트는 2016년 하계올림픽 때 로봇 기사를 생산하는 '헬리오그래프' 시스템을 도입한 바 있다.

기사를 알고리즘으로 자동 작성해 보도하려면 몇 단계를 거쳐야 한다. △기사로 쓸 내용(데이터)을 수집하는 과정 △정해진 패턴에 따라 기사문을 작성하는 과정 △생산된 기사를 보여주는 과정 등이다. 로봇이 가장 쉽게 담당할 수 있는 영역은 운동 경기나 주식 시황, 선거 결과처럼 숫자 위주로 구성되고 정형화된 패턴이 반복되는 것이다.

연합뉴스 올림픽봇이 경기 결과를 끌어오는 것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데이터 전송 플랫폼인 ‘올림픽 데이터 피드’다. 공식 플랫폼이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하다. 프리미어 리그의 경우 공식 데이터가 없으므로, 로봇 기자는 5개의 소스로부터 정보를 긁어온다. 이렇게 수집한 데이터는 미리 만들어진 기사문 알고리즘을 통해 적당한 문장으로 자동 가공된다. 이 알고리즘은 실제 기자들이 쓴 기사를 데이터베이스로 하고 있다. 로봇이 인간의 기사 작성 패턴을 흉내내는 셈이다.

이런 방식으로 다음과 같은 기사가 나온다. “미국의 켄달 그레쉬가 11일 알펜시아 바이애슬론 센터에서 펼쳐진 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대회 크로스컨트리 스키 여자 12km 좌식 경기에서 38분15초9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독일의 앤드리아 에스카우가 38분48초3으로 은메달, 미국의 옥사나 마스터스가 39분04초9로 동메달을 나눠 가졌다. 켄달 그레쉬의 중간 순위는 3지점을 통과할 때 1위와 5.7초 차 3위로 가장 안 좋았다. 구간별로 보면 0~0.75km에서 살짝 부진했지만 2.85~11.72km에서 1위의 성적을 내며 기록을 끌어올렸다.”

기사로 표현하기 까다로운 상황, 예컨대 역전극이 벌어지는 경우 같은 것도 유사한 경우를 모아서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적용한다. 지난 몇 개월 동안 경력을 쌓은 프리미어 로봇 기자는 상당히 수준 높은 기사문을 보여준다. 자동 생산 기사들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도 적지 않다. 동계올림픽 기간에 로봇뉴스를 방문한 사람은 5만475명(누적), 페이지뷰는 14만5728회에 달했다. 김태한 미디어전략부장은 “그동안의 경험을 축적하면서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고 국내외 반응도 좋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을 모색할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속도를 챙겨야 하는 통신사 입장에서 볼 때 올림픽봇이 순식간에 생산한 속보성 기사는 매력적이다. 하지만 연합뉴스는 이 기사들을 고객사에 송출하지는 않고 자체 홈페이지에만 올린다. 아직은 100% 완성도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뉴스를 공급하는 통신사 특성상, 수백 개 중 하나의 오류라도 문제가 된다.

연합뉴스가 로봇 뉴스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인터넷 환경으로 인해 모든 언론사가 속보 경쟁을 하는 상황에서 나온 고민과 닿아 있다. 김 부장은 “기자들의 역할을 로봇으로 완전히 대체하자는 것이 아니다. 속도를 요구하는 단순한 기사는 알고리즘이 처리하도록 하고 인간 기자들은 좀 더 심층적인 영역을 들여다보자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로봇 기자는 보도 영역을 조금씩 넓혀가겠지만, 인간 기자를 완전히 밀어내는 날은 쉽게 오지 않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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