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내부에도 ‘미투 운동’ 조짐이 있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위원장 박준동)이 지난 12일 발행한 노보를 보면 최근 노조에 미투 폭로를 고심하는 조합원의 제보가 있었다.

이 조합원은 “미투가 없다고 가해자들이 발 뻗고 자는 게 싫다”며 “피해자가 인내하고 살아서이지 사내 성추행·성희롱이 없는 게 아니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조합원은 피해자가 2차 피해를 당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회사 좋아지라고 제보하는 거지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싶어서 그러는 게 아니”라며 “노조를 통해 익명으로 알리는 것에 반감을 갖기보다 조직을 변화시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만 노조는 제보자가 어떤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것인지 구체적인 사실 관계는 밝히지 않았다. 노조는 “피해자들이 폭로냐 인내냐 사이에서 고심하는 이유는 그동안 문제가 불거져도 피해자 입장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은 채 유야무야 됐기 때문”이라며 “혐의가 사실로 확인되면 가해자에게 중징계를 내려야 하지만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노조는 “미투 운동이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주는 계기가 됐지만 일부 남성들은 여성을 아예 배제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기도 한다. 이것을 일컫는 ‘펜스 룰’은 사회면에서도 지적됐다”며 “‘성폭력 가능성을 미리 차단한다’는 명분으로 여성과 거리두기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이어 “사실 본사에서도 그동안 ‘펜스 룰’이 통용돼 왔다”며 “개인적 차원을 넘어 ‘회식 금지’ 같은 지시가 떨어지기까지 한다. 여성과 거리두기는 차별의 연장이고 남녀 갈등을 심화시킬 뿐”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성폭력을 차별과 억압의 문제로 본다면 남성들도 여성을 배제할 게 아니라 함께 연대해야 마땅하다”고 밝혔다.

노조는 내부 고발을 포함해 조합원들의 ‘저항’을 독려했다. 노조는 “‘자식을 안고서’ 같은 익명의 글을 쓰든 노조에 제보를 하든 미투에 동참하든 ‘을’들의 저항이 자신을 바꾸고 회사를 바꾸고 사회를 바꾼다”고 덧붙였다.

‘자식을 안고서’는 지난달 조선일보 익명 게시판에 게시된 시(詩) 한 편이다. 사내 수직적 권력 관계에서 빚어지는 인격 모독을 폭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익명의 게시자가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것으로 보여 조선일보 기자들 사이에서 파장을 일으켰다.

작성자는 “당신이 내게 했던 무례한 ‘아이씨’ 선배라는 이유로 분노 조절 못하고 퍼붓던 신경질 그건 마치 똥 같았어. 그래서 내 애를 붙들고 울었어. 당신 같은 사람한테 병신 취급 받는 내가 미안해서”라며 사내에서 겪은 일로 유추되는 문장으로 시를 채웠다.

[관련기사 : 조선일보 내 익명의 폭로시(詩) “자식을 안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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