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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5만 원 벌고 휴일에 7만 원 수액 맞았다”

병드는 항공사 지상직 노동실태…17시간 노동·2시간 수면·15분 휴식’ 열악한 조건에 안면마비·수면장애·실신 겪어… “대부분 병들어서 퇴사한다”

2018년 04월 05일(목)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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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마비, 월경불순, 부정출혈, 수면장애, 피부 발진, 요추 염좌, 족적근막염, 습진, 실신… 지난 일주일 간 미디어오늘에 제보된 질환 종류다. 모두 아시아나항공 하청업체 ‘KA’의 전·현직 직원이 근무 중 얻은 이상 증세다. KA는 아시아나항공사의 여객 및 탑승수속 업무, 즉 ‘지상직 업무’를 맡아온 업체다.

이들은 한목소리로 “직원 대부분이 병들어 있거나 병들어서 퇴사했다”고 말했다. 이유는 과도한 업무강도다. 장시간 노동, 부족한 수면, 누적된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면역력이 떨어져 몸에 이상반응이 지속적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월경불순은 가장 흔한 증상이다. 여객 업무를 하는 지상직은 대부분 20~30대 여성들이다. 4개월 간 KA에 근무했던 20대 여성 김희영씨(가명)는 4개월 동안 무월경을 겪다 퇴사 직후 증상이 회복됐다. '샤프에비에이션케이'에서 지상직으로 1년 넘게 일했던 방선아씨(가명)도 “너나 없이, 회사 가릴 것 없이 지상직 대부분이 겪는 증상”이라며 “2~3개월 씩 거르는 건 일상다반사였다”고 말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디자인=이우림 기자

희영씨는 월경불순을 겪는 동시에 피부병도 얻어 회복에 애를 먹었다. 한 번은 온 몸에 열꽃같은 붉은 두드러기가 나 휴일마다 병원을 다녔고, 또 한 번은 허벅지 윗 부분 안 쪽에 습진이 생겨 한 동안 고생했다. 한여름에도 스타킹을 반드시 신어야 해 땀이 찬 허벅지에 습진이 생긴 것이다. 희영씨의 두드러기를 본 의사는 ‘좀 쉬셔야 한다’고 권유했다.

수개월 간 KA에서 일하며 허리를 다친 박수진씨(가명)는 ‘요추 염좌’ 진단을 받고 사직했다. 허리 뼈 사이 인대가 손상돼 통증이 발생하는 병으로, 지상직들이 흔히 겪는 질환이다. 수진씨는 “우리는 서 있는 시간이 많고, 하루 종일 힐을 신으면서 빨리 걷거나 뛰어다닌다”며 “무거운 수하물을 올리고 내리는 업무를 반복하는데다 잠도 편하게 못자니 허리에 무리가 간다”고 말했다. 수진씨는 갑자기 안면마비가 와 3개월 넘게 병가를 낸 동료도 있었다고 말했다.

8년 차 KA 직원 황혜영씨(가명)는 1~2년 차일 때 40kg대 몸무게가 39kg까지 줄었다. 황씨는 일하는 동안 갑자기 실신한 적이 두 번 이상있다. 그의 가족 중 한 명은 지난 3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황씨가) 응급실로 나를 부른 적이 있는데 공항에서 갑자기 쓰러져 지갑도 없이 혼자 119 구급차에 실려갔던 것”이라고 말했다.

39kg까지 줄어든 몸무게… 삼각김밥·바나나우유가 점심 대신

‘17시간 일하고 2시간 잠자고 15분 쉰다.’ 이들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단적으로 표현한 문구다. 항공서비스업의 특성상 이들은 2~3일 동안 일하고 1~2일을 쉬는 주기를 반복한다. 한 달 20여 일만 일하는 건 여느 직종과 같다. 다른 점은 노동시간이 특정 요일에 과도하게 몰리는 점이다.

KA 지상직 노동자 8명의 사례를 종합한 결과, 이들이 하루 17시간 넘게 일하는 ‘올데이근무’는 한 달 3~5번 꼴이다. 3시간도 자지 못하고 일을 나가는 날은 매달 3~8일씩 발생했다. 더 큰 문제는 연속으로 장시간 근무를 할 때 발생했다. 17시간 일한 뒤 2시간 취침 후 다시 15시간 이상 일을 하는 상황이 한 달에 한 번 이상 발생하는 것이다.

▲ 2014년 6월25일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여행객이 아시아나항공 창구를 방문해 항공권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2014년 6월25일 서울 김포국제공항에서 여행객이 아시아나항공 창구를 방문해 항공권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업무량이 많을 땐 하루 식사시간이 15분만 날 때도 있다. 이런 날은 용기내어 관리자에게 “밥 좀 먹고 올게요”라고 항의해도 “게이트 갈 때까지 15분 여유 있으니 그 사이에 먹고 가”란 지시를 듣는다. 복수의 지상직들은 ‘떡·빵·삼각김밥·바나나우유’를 식사 대용으로 애용했다고 밝혔다.

희영씨는 근무 시작 2개월 만에 구두를 버렸다. 하도 많이 걸어 회사가 준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구두가 찢어진 것이다. 희영씨의 일은 지상직 노동강도가 결코 약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지상직은 업무 시간 내내 공항 카운터, 게이트, 계류장, 항공사 사무실 등을 종종걸음이나 뜀박질로 오간다. 처리해야 할 비행기 수는 쌓여있고 처리 시간은 촉박해 항상 걸음을 서두른다.

스케줄 변동에 온종일 신경 예민… 실수하면 근무 불이익도 줘

업무가 주는 심리적 압박감도 세다.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시간이 유동적이기에 이들은 항상 스케줄 변동에 신경이 곤두서있다. 공항일은 작은 실수도 허용되지 않는다. 탑승객을 잘못 태우거나 수하물을 잘못 부치는 일은 상상할 수 없다. 비행기가 30분 일찍 도착했는데 게이트에 늦게 도착해 수속에 차질이 빚어지면 그날은 사달이 난다. 이들은 근무 내내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실수에 따른 불이익도 업무 스트레스다. 일명 ‘알제’(‘Request 제한’을 줄인 은어)다. 리퀘스트는 ‘다음 달 몇 일에 휴일을 내주세요’라고 관리팀에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경조사, 병원 치료 등 개인 사정이 있으니 그 날에 맞춰 근무를 빼달라는 요청이다. 용모가 불량했거나 업무에 실수가 발생하면 관리자는 이 요청권한을 제한한다. ‘알제’를 받은 직원은 적극적으로 항의하지 않는 한 경조사가 있어도 회사가 지정한 스케줄대로 한 달 간 일해야 한다.

▲ 지상직 노동자들은 근무 중 용모불량·업무실수 등의 문제 발생 시 관리자에 의해 휴일 지정 요청 기회가 제한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 지상직 노동자들은 근무 중 용모불량·업무실수 등의 문제 발생 시 관리자에 의해 휴일 지정 요청 기회가 제한된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사람을 싸게 쓰고 갈아 치운다”는 자괴감도 이들의 피로도를 높힌다. 중심엔 낮은 급여가 있다. 최초 6개월 기본급은 102만 원이다. 여기에 상여 10여 만원, 직무수당 33만 원, 교통비 20만 원 정도가 붙어도 세금을 제하면 150만 원을 넘지 않는다. 200만 원을 채우려면 연장노동을 해야 한다. 내부 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10년 넘게 일해도 월급이 300만 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루에 5만원 벌고 휴일에 7만원 수액 맞았다. 월급도 적은데 도저히 이건 아닌 것 같아 퇴사했다.” '동보공항'에서 일해본 적이 있는 손혜진씨(가명)는 쉬는 날마다 면역력을 강화하기 위해 영양제 및 피로회복용 수액을 맞으러 다녔다. 공항 내 의료센터도 몇 번 들렀던 혜진씨는 “정말 다쳐서 오는 사람보다 업무에 못 이겨 쉬러 온 사람들이 적지 않다”며 “현장에선 ‘오늘 가면 대한항공 누구, 아시아나항공 누구 있더라’ 등의 말이 곧잘 나왔다”고 말했다.

회사가 요구하는 용모 기준도 업무 강도를 높이는 요인이다. 안경을 쓰는 희영씨는 입사 당시 ‘습관이 잘못 길러질 수 있다’고 제지를 받아 안경을 쓰지 못했다. 수면 부족과 새벽 근무 때문에 렌즈를 끼고 일하기 힘들었음에도 희영씨는 렌즈를 써야 했다. 족적근막염이 심해진 수진씨도 ‘임신한 직원에게 주는 낮은 굽 구두’를 회사에 요청했으나 반려됐다.

“사회초년생 20대 여성을 갈아서 유지된다”

“지상직들은 몸이 빨리 아프다. 그래서 퇴사율도 높다.” 미디어오늘이 만난 대부분의 지상직 노동자들이 한 말이다. 실제로 지선희씨(가명)는 지난 해 동기 30여 명과 함께 KA에 입사했으나 현재 남은 인원은 10명이 안 된다. 희영씨와 함께 일한 조원 6명은 반년 새 모두 퇴사했다. KA는 2016~2017년 매해 최소 6회 지상직 사원을 뽑았다.

▲ 시간외수당·야간수당을 제외한 1년차 지상직 월 급여 수준. 디자인=이우림 기자
▲ 시간외수당·야간수당을 제외한 1년차 지상직 월 급여 수준. 디자인=이우림 기자

그럼에도 입사 경쟁률은 1:1을 넘는다. 지상직 대부분은 서류, 면접 전형을 통과해 선별적으로 뽑혔다. 이를 두고 일부 KA 전직 직원들은 “항공사 여객 서비스는 사회초년생들, 특히 공항일에 뜻을 품고 들어온 젊은 여성들을 갈아서 유지되고 있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같은 열악한 노동조건을 알려준 사람은 있을까. 제주항공 지상직으로 일했던 선아씨는 “공항·항공쪽에 취직하기 위해 관련 학원을 다녔다. 150만 원이나 냈다”며 “강사들은 지상직을 ‘여성들이 일하기 좋은 곳’이라고만 했지 현실을 제대로 말해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다”고 말했다. 지상직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많이 가입한 네이버의 한 까페에도 “여성비율이 높은 전문직” “주 5일 근무, 칼퇴근, 연장근무시 수당 지급” “높은 연봉과 정년이 보장되는 안정적인 직장생활” 등의 평가가 적혀 있다.

지난달 26일 청와대 청원 게시판엔 “항공사 자회사, 조업사 직원들의 근무환경, 채용조건, 급여를 개선해주세요!”라는 이름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4일 기준 1802명이 청원에 동의했다. 한 참가자는 “딸의 ‘잠자고 먹을 수 있는 시간만 주어진다면 더 이상 바라지 않는다’는 하소연을 들으면서 마음이 너무 아팠다”며 “근무조건이 꼭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KA 관계자는 5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이에 대해 “특별하게 말씀드릴 것이 없다”며 “근로조건은 동종업계 다른 업체들과 비슷하다. 근로처우는 지속적으로 개선하고 있다”고 답했다.

원청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논란이 돼) 사실관계를 파악했고 법 위반 사항은 없었다. 법 위반이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지만 주 40시간 근로 등 법을 준수하고 있었다면서 2017년 인력이 증원된 사실도 확인됐다고 밝혔다. 

하청업체 KA의 근무여건 개선에 대해선 이 관계자는 공항 업무는 특수성으로 인해 주 52시간 근로 규정에서 제외된 특례업종이다. (다른 업종의 기준을) 일괄적으로 적용하긴 힘들다며 원청이지만 업무에 대해서 계약관계를 맺는 것이지 협력업체 운영에 개입할 권한은 없다고 답했다. 

지상직은 항공사의 공항 여객서비스 및 수속업무를 담당한다. 항공사 카운터에서 티켓발권을 하는 직원, 게이트에서 탑승을 돕는 직원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이들은 승무원과 같은 유니폼을 입지만 대부분 항공사 자회사·계열사에 소속된 ‘하청노동자’다. 

주식회사 ‘KA’는 아시아나항공 및 아시아나항공과 계약한 외국항공사들의 지상서비스를 전담하는 업체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사내이사를 역임한 4명 모두 금호아시아나그룹 혹은 아시아나항공 임원 출신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에어코리아’란 하청업체가 지상서비스를 담당한다. 에어코리아의 지분은 ‘(주)한국공항’이 100% 소유한다. 한국공항의 지분 59.54%는 대한항공이 소유하고 있다. 이밖에 항공사 지상서비스를 담당하는 조업사로는 샤프에비에이션케이, 스위스포트코리아, JAS(전 동보공항), 티웨이에어서비스 등 다수 업체가 있다.

제주항공은 이와 관련해 2017년 동보공항을 인수합병하면서 직원 처우를 많이 개선했다며 현재 2개월 차 직원 기본급은 175만 원이고 각종 수당도 지급한다고 밝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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