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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후 돌아오는 족쇄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해야

법률가 330명, 범죄·비리 고발과 보도 위축시키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 촉구 선언

2018년 04월 05일(목)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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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종사자였던 A씨는 간부로부터 상습적인 성추행을 당했다. 수사가 시작됐지만 가해자 처벌은커녕 A씨가 소송전에 휘말렸다. 서지현 검사의 ‘미투’를 보고 용기를 얻은 그는 언론에 자신의 신상을 공개하고 성추행 사실을 드러냈다. 보도를 접한 A씨는 당혹스러웠다. 언론이 가해자를 ‘대한체조협회 전 고위간부’로만 언급하고 얼굴에 모자이크 처리를 한 것이다.

A씨의 사례처럼 피해자가 피의자가 되고, 문제를 드러내도 언론이 가해자를 보호하는 데는 ‘사실적시 명예훼손’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사회적인 미투 국면에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문제를 놓고 330명의 법률가들이 5일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 촉구 선언문’을 발표했다. 

▲ 법률가들은 5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오픈넷 사무실에서 330명의 법률가들이 참여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 촉구 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진=오픈넷 제공.
▲ 법률가들은 5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오픈넷 사무실에서 330명의 법률가들이 참여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 촉구 선언문’을 발표했다. 사진=오픈넷 제공.
A씨를 비롯해 성범죄 피해자 변호를 해온 현지현 변호사는 “성폭행 피해자는 명예훼손 사건의 피의자가 돼 수사를 받게 되고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을 받아야 한다”면서 “그런 부담을 지는 게 당사자에게 정신적 충격을 줄 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피해를 주는 경우가 상당하다”며 폐지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현재 국회에선 더불어민주당 금태섭·유승희 의원이 발의한 사실적시 명예훼손 폐지 법안이 계류 중이다. 이와 관련 형법은 ‘공익성’이 있을 경우 ‘사실적시 명예훼손’을 적용하지 않도록 명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선이 필요 없다는 반론도 있다. 

그러나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론화되기 전의 미투 고발이 1심에서 공익성이 인정되지 않아 유죄 판결 받은 경우들이 있다”면서 “실제 유죄판결을 받지 않더라도 가해자들은 고소하겠다며 압박할 수 있다. 검사 입장에서도 명예훼손 사건에서 허위라는 점을 입증하지 않아도 기소할 수 있어 허위임을 밝힐 동기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지는 위축효과가 엄청나다”고 반박했다.

법률가들은 ‘미투운동’뿐 아니라 사실적시 명예훼손이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박경신 교수는 “정치, 경제, 사회의 담론은 평가를 통해 이뤄지는데 사실적시 명예훼손은 나쁜 평가를 ‘범죄화’시켜 처벌을 감수하도록 해 입막음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사실적시 명예훼손 탓에 공개적으로 문제제기가 이뤄지지 않는 것이 참사와도 관련 있다는 게 법률가들의 지적이다. 송기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변호사는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경우 문제가 알려지기 전부터 조금씩 문제제기가 나왔다”면서 “이런 점들이 조금 더 일찍 공론의 장으로 올라왔다면 참사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이 문제된 기업이나 가해자, 비리 공무원 등의 실명을 밝히지 않는 데도 ‘사실적시 명예훼손’의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현지현 변호사는 “A씨는 자신은 여러가지를 감수하고 공개했는데, 보도에서 가해자는 보호받는 점이 억울하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박경신 교수는 “한국 언론은 사실적시 명예훼손 때문에 실명 보도를 하지 않는 관행이 생겼고, 지금은 왜 하는지도 모르면서 익명보도를 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과거 만두파동 때 이물질이 나온 만두는 특정 업체만의 문제인데 언론은 실명보도를 하지 못했고, 그 결과 사람들이 모든 만두를 먹지 않아 큰 피해로 이어졌다”고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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