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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PC조작설’로 조선일보 흔드는 월간조선

[비평] 끝없는 ‘태블릿PC조작설’ 지면 배치, 측은함마저 들어…조선일보의 ‘집안단속’이 필요하다

2018년 04월 07일(토)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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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비선실세’라는 최순실씨가 박근혜 대통령이 연설하기 전에 파일 형태로 연설문을 입수했고, 국무회의와 청와대 인사 등 민감한 내부 문서까지 사전에 받아 보았다는 충격적 보도가 나왔다. … 해괴한 것은 이 놀라운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3시간이 지나도록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이다. 관계자들 전화는 꺼져 있거나 응답이 없었다. 이 경우 통상적으로 보도가 사실로 받아들여진다는 것을 청와대도 잘 알 것이다.”

2016년 10월25일자 조선일보 사설 ‘‘최순실 손에 대통령 기밀’ 충격 보도에 靑 침묵, 말이 안 나온다’의 한 대목이다. 조선일보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국면 당시 내부자들에서 심판자로 절묘하게 변신하지 못했다면 지난 겨울 촛불광장에서 조선일보는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라며 대통령을 칭송했던 TV조선이 미르·K스포츠재단 보도로 적폐를 겨냥하고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 보도 직후 ‘최순실 의상실 CCTV’ 보도와 뒤이은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 보도를 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 2016년 10월25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 2016년 10월25일자 TV조선 보도화면 갈무리.
“박 대통령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조선일보) 기자와 별 내용 아닌 통화를 한 것을 두고 국기 문란이라고 검찰에 수사를 지시했었다. 최씨 국정 농단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것은 그와 비교할 수 없는 국기 문란이다”라고 못 박았던 조선일보 사설의 상황 판단 또한 좋았다. 뒤이은 10월26일자 조선일보 사설 제목은 ‘부끄럽다’였다. “지금 많은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인 것이 부끄럽다고 말하고 있다.” 이어진 또 다른 사설의 제목은 ‘최순실 수사, 특검이 역사에 교훈 남기라’였다. 당시 조선일보가 ‘조선일보’를 살렸다.

그런데 정작 조선일보 자매지인 월간조선은 조선일보를 살렸던 신문 사설과 TV조선 보도를 부정하고 폄훼하고 싶어 안달 난 것 같다. 월간조선은 최순실·박근혜씨가 각각 징역 20년과 징역 24년형을 선고받은 지금까지도 JTBC 태블릿PC조작설을 유포하고 있다. 소위 주류언론에선 진보·보수를 떠나 더 이상 논란이 되지 않는 태블릿PC의 존재에 대해 ‘1등 신문’의 자매지가 지속적으로 가짜뉴스를 유포하며 조선일보의 사회적 신뢰마저 갉아먹고 있다. (관련기사=태블릿PC조작 터무니없는 주장 허무는 ‘사실’) 

TV조선의 최순실 관련 보도를 이끌었던 이진동 TV조선 기획취재부장의 성폭행 논란을 지난 달 가장 먼저 기사화한 곳이 월간조선이었던 배경을 두고 ‘월간조선이 최순실을 무너뜨린 이진동 부장을 싫어해서’라는 이야기가 언론계에 흘러나올 정도로 월간조선의 지면은 감정적이다. 문갑식 편집장의 지휘아래 월간조선은 기회가 될 때마다 태블릿PC조작설을 담으며 주요 메신저인 조갑제씨와 변희재씨 등의 주장을 여과없이 확산시키고 있다. 지난해 11월호에선 ‘최순실 태블릿PC’의 실소유주라며 신혜원씨를 인터뷰하며 여론몰이에 나섰으나 오보로 판명나기도 했다.

▲ 월간조선 4월호.
▲ 월간조선 4월호.
월간조선은 최근 4월호에서도 노승일 전 K스포츠재단 부장의 3월10일자 경향신문 인터뷰를 끌어와 아이템을 만들었다. 노 전 부장이 “JTBC 태블릿PC의 진실에 대해선 손석희 사장이 답해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 대목을 확대해석한 것이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노 전 부장은 “(고영태가) 자기는 (태블릿PC가 나온) 그 책상을 8월에 이미 정리했고, 거기에 두고 나온 것은 디지털카메라 하나밖에 없었다며 펄쩍 뛰었다. 영태는 나도 증거를 모은다고 모으던 놈인데 왜 책상에 태블릿PC처럼 중요한 것을 남겨 놓고 오겠냐고도 했다”고 밝혔다.

노승일 전 부장은 또한 “박헌영 (전 K스포츠재단) 과장이 김필준 기자를 접촉해서 JTBC뉴스룸에서 ‘일방적 해산 결정에…K스포츠 직원들, 비대위 구성’이라는 제목의 보도가 2016년 10월4일 나갔다. 보도가 나간 후 박헌영 과장은 김 기자와 술이 떡이 되도록 마셨고, 취한 채로 사무실에서 잤다. 노광일 선생님이 (더블루K 사무실) 문을 열어 준 JTBC 기자도 박 과장이 방송보도를 위해 접촉하고 같이 술도 마신 김 기자였다”고 밝혔다.

월간조선은 이어 박 전 과장이 정동춘 전 K스포츠재단 이사장에게 한 이야기라며 이렇게 보도했다. “더블루K 사무실 짐을 뺄 때 박헌영이 도우러 갔다. 짐 정리할 때 최순실이 같이 있었는데 책상 하나만 남기고 다 치웠다. 박헌영이 책상 하나만 남아있는 게 이상해서 책상을 열어봤더니, JTBC가 단독 입수했다는 태블릿PC와 서류뭉치가 들어 있었다고 한다. 치워야 할 것 같아서 박헌영이 최씨한테 물었더니 ‘그거 건들지 마라. 괜히 건드리면 고영태가 왜 만졌느니, 어쨌느니 곤조를 부릴 수 있으니 그냥 놔두라고 했다’는 거다.”

이 같은 대목을 통해 월간조선은 “태블릿PC가 발견된 책상 주인은 어떻게 그 속에 태블릿PC가 있느냐고 펄쩍 뛰었고, JTBC가 입수했다는 태블릿PC가 그 책상 속에 있었다는 것을 본 인물은 JTBC기자와 술이 떡이 되게 먹은 인물”이라고 썼다. 묻고 싶다. 이미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최순실과 대책논의를 했다는 검찰 발표까지 나온 지금, 한 때 K스포츠재단 직원이 JTBC기자와 술을 마셨다는 정보와 더블루K 사무실을 정리할 때 내뱉었다는 최순실의 말이 도대체 어떤 면에서 보도 가치가 있나. 이쯤 되니 월간조선에 측은함마저 든다.

▲ 4월5일자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의 한 장면 갈무리.
▲ 4월5일자 JTBC '뉴스룸' 앵커브리핑의 한 장면 갈무리.
손석희 JTBC보도담당 사장도 오죽 답답했는지 지난 5일자 ‘문맹률 제로의 시대…또 다른 문맹의 이야기’란 제목의 앵커브리핑에서 “과학적으로 최순실 즉 최서원이 사용한 것으로 검증된 최서원의 태블릿 PC. 국과수까지 나서 증명한 그 선명한 답변에도 불구하고 아직 그 의미를 읽어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하며 “그들이 그토록 다시 추대하고자 하는 인물의 1심 판결은 내일(6일) 내려지겠지만 그 판결문이 우리의 공화국에 남기게 될 의미조차 또 한 번 심하게 왜곡될 터”라며 “문맹률 제로의 시대를 사는 또 다른 문맹의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 중”이라고 개탄했다.

지난 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더블루K 건물관리인 노광일씨는 “아직도 그 태블릿PC 조작된 거 아니냐. 조작해서 이거 가짜 증거 만든 거 아니냐. 이런 소리 들을 때는 어떤가”라는 김현정 앵커의 물음에 이렇게 답했다. “그 사람들은 저는 인간 같지가 않아요. 뭐랄까. 억지를 써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안하무인격으로 억지를 쓰지 않습니까? 그래서 도저히 그분들을 저는 이해를 못 하겠어요.” 지금도 ‘태블릿PC조작설’을 접하는 사람들 보통의 심정이 이러하다.

월간조선은 ‘태블릿PC흔들기’와 ‘손석희 흔들기’가 곧 보수의 유일한 생존해법인 것 마냥 지면을 할애하고 있지만 정작 월간조선은 조선일보를 흔들고 있다. 조선일보가 ‘박근혜 탄핵무효’ 집회현장에서 변희재씨가 펴낸 ‘손석희의 저주’를 길 가던 이들 손에 공짜로 쥐어주는 대한애국당 지지자를 위한 정론지를 자처할 생각이 없다면 문재인정부를 견제할 생산적 의제를 내놓아주길 바란다. 일단 ‘집안 단속’부터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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