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 보도 참사는 크게 4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전원 구조’ 오보 △과잉 취재로 인한 유가족 2차 가해와 유병언 일가에 대한 선정적 보도 △세월호 선장 마녀사냥 △박근혜 대통령 감싸기 및 띄우기. 

수백 명의 사람이 침몰하는 배 안에서 왜 빠져나오지 못했는지 밝혔어야 할 언론은 오히려 본질을 흐렸다.

언론 정상화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방송사들은 4년 전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을 준비가 됐을까. 지난 10일 오후 ‘세월호 참사 4주기, 보도 참사는 끝나야 한다’를 주제로 한 민주언론시민연합 포럼에 모인 KBS, MBC, SBS, YTN 기자들은 반성만으로는 보도참사를 막을 수 없다는 데 입을 모았다. 

김도원 YTN 기자(전 언론노조 YTN지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위원장)는 “YTN이 ‘전원구조’ 자막을 내보내면서 오보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됐다”며 참사 당일 대형 오보에 다시 한 번 반성했다. 김 기자는 “이후로도 YTN은 정부 발표만 받아쓰는 행태를 보였다”며 “참사의 원인 규명보다 검찰의 ‘유병언 수사’ 관련 내용으로 본질을 흐리며 물타기한 책임도 YTN에 있었다”고 말했다.

▲ 2014년 4월16일 KBS 보도화면 갈무리.
▲ 2014년 4월16일 KBS 보도화면 갈무리.
송명훈 KBS 기자(언론노조 KBS본부 공정방송추진위원회 간사)는 “본질과 거리가 먼 보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사람이 저였다”며 “검찰의 유병언 수사와 관련해 지엽적인 것에 집착했고 유병언과 당시 종교 집단에 대한 이야기로 확장시켰다”고 고백했다. 그는 “당시 보도를 조율해야 할 게이트키핑은 균형감을 상실했다. 데스크는 핵심을 짚는 보도보다 뉴스가 어떻게 돋보이느냐에 매몰됐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책임이 청와대에 있다는 여론이 형성될 무렵 MBC에서는 유가족을 폄훼하고 사안을 비틀기 시작했다. 남상호 MBC 기자(언론노조 MBC본부 민주언론실천위원회 간사)는 “유가족이 우는 장면, 숨진 학생의 휴대전화 영상 등 유가족과 시청자가 감정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영상을 사용하지 말라는 지침이 있었다”며 “세월호 보도를 왜곡하기 위해 외부 권력과 데스크와의 유착이 의심되는 정황들도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 지난 9일 서울 중구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세월호 참사 4주기, 보도 참사는 끝나야 한다'를 주제로 한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 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KBS, MBC, SBS, YTN 소속 기자들과 정수영 성균관대 연구교수가 참석해 토론을 진행했다.
▲ 지난 9일 서울 중구 서울시NPO지원센터에서 '세월호 참사 4주기, 보도 참사는 끝나야 한다'를 주제로 한 민주언론시민연합 주최 포럼이 열렸다. 이날 포럼에는 KBS, MBC, SBS, YTN 소속 기자들과 정수영 성균관대 연구교수가 참석해 토론을 진행했다. ⓒ노지민 기자 
보도 참사를 이유로 ‘기레기’라는 비난 여론이 거세진 뒤 각 방송사는 내부 보도·제작 매뉴얼 등을 점검했다. 하지만 기자들은 매뉴얼 자체가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심영구 SBS 기자(언론노조 SBS본부 공정방송실천위원회 위원장)는 “윤리강령, 보도준칙 등은 이미 있었지만 책상머리에 잠들어 있었던 죽은 원칙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방송기자연합회에서 보도 참사 유형을 △사실 확인 부족한 받아쓰기 보도 △비윤리적인 자극적·선정적 보도 △권력 편향적 보도 △본질 희석 △누락과 축소 등으로 분류했다.

심 기자는 “무너진 저널리즘 민낯이 대형 참사를 계기로 터진 것”이라며 “참사 보도만이 문제라고 여기는 것도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례로 지난해 대선 직전 해양수산부의 세월호 인양 고의 지연 의혹을 보도한 자사 리포트를 들었다. 해수부가 차기 정부와 인양 시점을 거래했다는 취지를 담은 이 기사는 오보로 판명됐다. SBS 내부 진상조사 결과 게이트키핑 실패 등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심 기자는 “세월호 보도 참사를 기회 삼아 문제를 개선하라는 국민적 명령이 있었다. 이를 간과하고 지나쳐 제2의 보도 참사가 터졌다”며 “이미 만들어 놓은 보도 관련 원칙과 준칙, 강령을 계속 보완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방송사 내부에서 기자협회와 노동조합, 외부에서는 시민단체와 시청자들의 질책과 독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포럼에 참석한 정수영 성균관대 연구교수도 “미디어 환경 개선이나 언론 적폐 청산은 방송사 내부 힘만으로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시민단체와 일반 시민들 도움이 필수적이라며 방송사들이 내실 있는 저널리즘 교육과 함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언론계 내부 취재·보도 관행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기자단이 취재원 이야기를 그대로 보도하는 행태가 계속되고 있다”며 “정확성보다 속보성을 중시하는 문화가 없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어 “공영방송 KBS·MBC와 지상파 SBS, 뉴스 전문 채널 YTN이 왜 인터넷 매체와 경쟁하려는지 모르겠다”며 “(방송사 채널) 어느 곳을 봐도 비슷한 기사들이 나오는 것 역시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드러난 관행”이라고 말했다.

▲ 2017년 12월 13일 안산시 초지동 세월호합동분향소에서 최승호 MBC 사장과 신임 MBC 이사진들이 무릎을 꿇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조문하는 모습. ⓒ노지민 기자.
▲ 2017년 12월 13일 안산시 초지동 세월호합동분향소에서 최승호 MBC 사장과 신임 MBC 이사진들이 무릎을 꿇고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조문하는 모습. ⓒ노지민 기자.
이날 포럼에선 보도 참사가 발생한 구조 원인을 규명하고 책임자를 가려내야 한다는 주장도 여러 차례 제기됐다. MBC가 노사 공동 정상화위원회를 구성해 문제적 보도 사례를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양승동 신임 사장이 취임한 KBS도 정상화를 위한 기구를 가동할 방침이다.

포럼 사회를 맡은 김언경 민언련 사무처장은 “‘불명예 전당’을 만들어서 세월호 보도 참사 당시 언론인들이 어떤 보도를 했는지 보여주고 책임자를 정리하는 작업을 반드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남수 사장 퇴진을 촉구하며 70일째(11일 기준) 파업 중인 김도원 YTN 기자는 “진상조사와 백서, 적폐 청산 자체가 지금 YTN에선 꿈같은 이야기”라고 말했다. 김 기자는 “최 사장은 참사 한 달 뒤 위선이라는 비판을 받은 박근혜 대통령의 눈물을 두고 진정성 있다고 했던 사람이다. 참사 당시 사회부장이자 그의 최측근은 세월호 유가족을 대상으로 막말을 쏟아냈다”며 “올바른 인식을 가진 사람들이 보도를 이끌 수 있도록 인적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BS와 MBC는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세월호 보도에 대한 반성과 남은 의혹을 전할 계획이다. 송명훈 기자는 “KBS가 제대로 다루지 않았던 유의미한 증거들을 재수집하기 위해 TF가 가동되고 있다”며 “적폐 청산 관련 문제들도 하나하나 보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MBC의 경우 뉴스데스크 TF의 세월호 관련 연속 보도와 ‘MBC 스페셜’ 특집 방영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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