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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조선일보 하청 해고노동자의 ‘눈물’

“‘야근 뒤 휴무’ 축소 반발한 뒤 결혼 앞두고 해고”… 조선일보 노조 “본사 간부 해고 압박은 ‘위장 도급’ 근거” 비정규직에 연대

2018년 05월 04일(금)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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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다음 달에 결혼해요. 청첩장 드리려고요ㅋㅋ”

“저 그냥 집에 가요… 짤렸어요. 좀 전에”

조선일보에서 조판을 담당했던 여성 직원 A씨는 부푼 마음을 안고 청첩장 다발을 쇼핑백에 담아 출근했다가 하루아침에 해직자 신세가 됐다. 그는 신문 지면을 컴퓨터로 제작하는 조판팀 팀원이었다. 조판팀은 여성이 대부분이다.

A씨는 팀원 가운데서도 손이 빠르고 집중력이 뛰어났다. 지면 계획을 읽고 맥락을 파악해 편집자와 빠른 소통을 하는 직원이었다. 능력을 인정받아 가장 중요한 1면 조판도 자주 맡았다. ‘최초의 독자’로서 기사 오류와 오자도 자주 잡아냈다.

올해 초 그는 분루를 삼키며 조선일보를 떠나야 했다. 2004년 입사해 해외에 다녀온 1년을 빼면 조선일보 본사에서 약 13년을 일했다. 1998년 IMF 이전에는 조판팀도 조선일보 소속이었다. 비정규직 제도가 도입된 후에는 인력 파견 전문업체 소속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조선일보와 ㄱ업체는 사내하청 도급 관계다.

사내하청 노동자 A씨는 하루아침에 잘린 이유도 제대로 듣지 못했다. ㄱ파견업체 관리자는 “조선일보 본사 편집 담당 간부가 요구한다”고 했다. 하청업체로선 본사 요구를 수용해야 하니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위원장 박준동)에 따르면 ㄱ파견업체는 퇴사 거부 시 대기 발령을 받아 업무에서 배제돼 그냥 자리를 지켜야 된다며 ‘버티든지 앞으로 3개월분 급여를 받고 권고사직 형식으로 퇴사하든지 택하라’고 했다. A씨는 버틸 힘이 없었기에 지난 3월 사직서를 썼다.

▲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 서울 중구 태평로에 위치한 조선일보 사옥.
그는 왜 해고됐을까. 짐작할 만한 사건은 있다. A씨는 얼마 전 조판팀 팀원들 업무량을 늘리고 근무 기강을 잡겠다며 조선일보 편집 담당 간부들이 소집한 회의에서 반론을 제기했다. ‘쉬는 날을 줄이라’는 요구에 ‘곤란하다’고 반박했다. 노조에 따르면 조선일보 간부들은 조판팀에 야근 뒤 다음 날 쉬는 인원이 많고 휴일 대체휴무가 많다고 문제 삼았다. 야근 1~2시간을 줄이고 다음 날 쉬지 말라는 것.

조판팀 팀장들은 ‘근무 인원을 늘리면 연차휴가도 제대로 못 가고 근무표를 짤 수 없다’고 반박했다. ‘을’들인 그들도 결국 버티지 못하고 직위에서 물러났다. 노조에 따르면 본사 간부들은 “팀장들을 포함해 5명을 자르겠다”고 밀어붙였다. 그러다가 파견업체 관리자 만류로 결국 2명을 해고하는 것으로 매듭됐다는 것이 노조 쪽 주장이다. 2명 가운데 1명이 A씨다. 사직 의사가 없는 노동자가 강요로 어쩔 수 없이 사직서를 내는 권고사직은 근로기준법상 ‘해고’로 분류된다.

노조는 조선일보 간부의 해고 압박은 ‘위장 도급’과 ‘불법 파견’의 근거라고 주장한다. 노조는 “하청업체(ㄱ업체)가 인사 노무 관리의 독립성이나 경영상의 독립성이 없어 원청업체(조선일보)와 노동자(A씨 및 조판팀) 간에 실질 근로관계에 있다면 이는 ‘위장도급’, 즉 불법 파견(파견법 위반)”이라며 “파견 노동자는 2년 이상 근무하면 직접 고용해야 한다. 조판팀은 도급 관계로 포장했기 때문에 장기간 근속하면서도 직접 고용이 안 됐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본사 간부들이 휴게 시간과 휴일 축소 명령 등 업무나 인사를 지휘 감독한 것은 불법 위장도급의 근거가 된다. 한 사람의 인생이 걸린 해고를 본사 간부들이 압박했다는 것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갑질”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조선일보 사내에는 자회사, 파견업체 소속, 임시직 등 여러 형태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최저임금 수준의 처우를 받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조판팀 기본급도 올랐으나 반대급부로 야근수당 등은 줄었다. 야근수당이 아예 없어진 노동자도 있었다. “야근을 시키고도 야근수당을 지급하지 않으면서까지 최저임금 인상을 막은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노조는 “본사 간부들이 조판팀 팀원들을 압박하고 해고하는 과정의 이면에는 최저임금 문제도 있다”며 “올해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역대 3번째로 크게 올랐는데 임금이 변함없자 조판팀원들은 낙담했다. 그 와중에 본사 간부들이 노동강도를 높이고 기강을 잡겠다고 나서니 조판팀원들은 더 참지 못하고 자신들의 입장을 피력했다. 결국 해고 사태가 빚어졌다”고 설명했다. 

조선일보 편집 담당 간부들은 노조에 “권고사직을 시킬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었다”며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두식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4일 미디어오늘 통화에서 해고 사태에 관련해 “나중에 보고는 받았지만 노조 주장이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내가 멘트할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안덕기 조선일보 편집부장은 이날 오전 “오후에 통화를 하자”고 말했지만 이후 연락을 받지 않았다. 조선일보 경영기획실 관계자는 “근무 태도에 문제가 있어서 조판자들이 소속된 업체(ㄱ업체)에서 인사 조치를 취했다고 들었다. ㄱ업체에 문의해 달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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