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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출입기자에게 정부정책 연구용역 준 박근혜 노동부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노동개혁 주제 연구용역 계약하면서 중앙일보 김아무개 기자 공동연구진 포함 통보…정부 감시 역할 언론 부적절, 연구용역 맡은 경위 석연치 않아

2018년 05월 09일(수)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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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고용노동부가 정부출연연구기관과 연구용역을 계약하면서 노동부 출입 현직기자를 미리 공동연구자로 선정해 포함시키라고 통보한 걸로 확인됐다.

노동부 안에서는 고위 관료들과 친분 때문에 현직 기자가 공동연구자로 선정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정부 정책을 견제 감시해야 할 현직 노동부 출입 기자가 정부의 용역을 맡아 연구진으로 참여한 것 자체부터 이례적이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016년 7월 한국노동연구원과 정책연구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노동개혁과 고용창출을 위한 주요국가의 정책형성과정과 성과에 관한 비교연구”라는 주제로 용역을 받아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 내용이다. 고용노동부는 한국노동연구원의 정책연구 수행비용으로 4천만 원을 산정했다. 당시 박근혜 정부는 노동개혁 추진을 적극 주장했는데 정부출연기관에 연구용역을 주고 해외사례를 수집해 이론적 근거를 확보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연구용역을 맡은 한국노동연구원은 “노동개혁과 고용창출을 목표로 주요 국가들에서 실시한 정책들의 형성과정과 성과를 비교 연구해 한국의 노동개혁에 대한 시사점 도출”하겠다며 스페인과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사례를 분석했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노동부에 제출한 정책연구평가 결과서를 보면 “최근의 주요 노동개혁 검토(스페인,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 중심)하고, 최근 주요 노동개혁 국가들을 직접 방문하고 해당국의 주요 당사자들을 면담한 자료 등을 바탕으로 노동개혁의 정치경제학에 대한 시사점 도출”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에 노동부를 출입 중인 현직 기자가 노동부의 연구용역 공동연구자로 포함됐다. 한국노동연구원과 함께 공동연구를 한 사람은 중앙일보 김아무개 기자다. 한국노동연구원은 공동연구진으로 “김아무개(중앙일보사 경제연구소”라고 기술했다. 눈여겨보지 않으면 김씨가 현직 기자인지 파악하기 어렵다.

▲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 고용노동부 홈페이지.
한국노동연구원이 고용노동부에 제출한 연구용역 ‘선금사용계획서’를 보면 인건비로 410여만 원, 경비로 1천970만 원을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경비 중 위탁연구비로 1천500만 원이 쓰였다. 공동연구자인 김아무개 기자에게 지급한 돈이다.

김 기자는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과 함께 2016년 7월 4박5일 일정으로 스페인과 에스토니아, 슬로베니아를 방문했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한 사람이 지출한 항공료와 체류비용은 약 470여만 원이다. 김 기자도 비슷한 규모의 경비가 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동연구원은 노동부를 출입하고 있는 현직 기자가 공동연구자로 선정된 경위에 대해 노동부 쪽에서 김 기자를 선정해 내려보냈다는 입장이다.

당시 연구에 참여했던 한 연구위원은 “연구용역을 받고 노동부로부터 공동연구자로 김 기자를 넣어줬으면 좋겠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김 기자와 일면식도 없다. 다만 한 대학의 노동대학원을 나왔고 수년간 노동정책을 파악한 사람인 건 맞다”고 말했다.

연구위원은 구체적으로 ‘누가 김 기자를 공동연구진으로 포함하라고 지시를 내렸느냐’라는 질문에 “포럼을 구성해 정책연구를 실행할 때도 노동부 쪽에서 어느 사람을 포함시키라는 지시는 떨어진다”며 즉답을 피했다.

고용노동부도 말을 아꼈다. 당시 용역 실무에 관여한 노동부 관계자는 “(용역 실무를 맡은)과장 설명으로는 김 기자가 기자생활을 하면서 고용노동 분야를 잘 파악하고 있고, 당시 원하는 내용들 시안이 박사들보다는 나을 수 있다고 해서 같이 할 수 있게 하라고 말했다. 그 외에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보통 노동개혁 관련 연구는 노동실이 맡아왔는데 고용실 산하의 노동시장정책과가 연구용역 수주 주체가 된 것도 이례적이다. 관계자는 “아예 다른 시각에서 연구를 하려다보니까 전과는 다른 연구를 하는 부분도 있고 해서 (우리 과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기자가 용역을 노동개혁 연구수행 공동연구진으로 포함된 것에 대해 이례적으로 보는 시각도 팽배했다. 한 노동부 관료는 “당시 이기권 장관과도 김 기자가 친했던 것 같다. 김 기자가 노동부 고위 관료하고 친하다는 얘기도 있었고, 외부에서 이러쿵저러쿵 말이 나올 수 있으니 (연구용역을)성의있게 하자는 얘기도 들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노동시장정책과장은 휴직 중이어서 관련 답변을 듣지 못했다. 노동시장정책관과 고용정책실장, 그리고 노동부 대변인도 왜 현직기자가 연구용역 공동연구진에 포함됐고 누가 연구진으로 선정했는지에 대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당시 이기권 전 노동부장관은 “연구용역을 준 내용까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한 노동부 관료는 “노동부가 찍어서 연구진으로 내려보냈다면 흔치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관계자는 “이명박 정권과 박근혜 정권에서 정부의 입맛에 맞는 노동개혁을 화두로 스피커 역할을 한 기자로 유명하다”며 “노동부가 찍어서 노동개혁 연구용역을 준 것도 김 기자를 통해 정책을 홍보하려는 일환으로 보면 될 듯하다”고 말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청와대
▲ 박근혜 전 대통령. 사진=청와대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은 “현재도 노동부를 출입하고 있는 기자인데 정부의 지원을 받고 프로젝트를 수행한 것은 부적절하다. 노동부 관료들은 김 기자를 연구용역 연구진으로 선정했는지 모른다고 하는데 설명이 부족하고 진정성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연구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유럽 3국을 방문하고 자사 신문에 ‘정규직 중심 옛 소력식 제도 개편…에스토니아 고용률 64% → 72%로’, ‘OECD 권고 결국 수용한 스페인, 노동개혁은 정치문제 아니다’ 등 기사를 썼다.

이에 대해 김언경 사무처장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간 현장에서 어디서 경비를 받았는지 밝히지 않은채 기사를 쓴 것으로 취재윤리 위반 성격도 있다”며 “노동부 입장에선 노동개혁을 주제로 해서 보도까지 나오면서 이중 효과를 본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 김 기자는 "제가 연구용역 서브로 참여한 것은 학술활동의 일환으로 부적절하다고 보지 않는다. 기자가 공부하는 이유를 가지고 그러면 안된다"고 말했다. 

김 기자는 정부출연기관의 용역에 연구진으로 참여하게 된 경위와 관련 노동부 관료와의 친분을 통한 것이라는 의혹에 대해 "노동부에 알아봐라. 계약은 중앙일보 경제연구소와 맺은 것이다. 연구진 참여 요건에도 제 자격이 어긋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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