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가 언론인단체 초청 토론회에 불참하기로 하면서 배경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6·1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초청 토론회 주관 단체인 인천경기기자협회는 불참 결정을 내린 이재명 후보에 대해 “오만방자한 행동”이라고 이례적으로 비난 성명을 냈다.

이재명 후보 측도 할말이 많다는 입장이다. 토론회 일정 통보와 편향적인 질문 선정 등으로 일방적인 토론회가 될 것을 우려해 불참했다는 입장이다.

인천경기기자협회는 지난 13일 성명을 통해 “도지사 후보들의 정책을 알리고 검증하기 위해 토론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이 후보가 질문지를 보고 ‘불공정한 토론에는 참석할 수 없다’고 불참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협회는 “질문은 순수하게 회원사와 도민이 궁금해하는 사항을 취합했을 뿐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이 후보의 태도는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승자임을 과시하는 오만방자한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경기도지사 예비후보 초청 토론회는 경기언론인 클럽과 인천경기기자협회가 공동주관해 오는 15일 수원방송 스튜디오에서 개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주관단체와 이재명 후보 측 사이 토론회 일정 조율과 질문지 내용 문제로 신경전을 벌였다.

협회는 이재명 후보 측이 불참 결정 전 날짜와 토론회 시간을 늦춰달라고 요구했다고 했지만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 측은 토론회 일정을 잡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주관단체와의 입장을 맞추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이재명 후보 측 주장에 따르면 지난 3월29일 토론회 주관단체는 이 후보 측에 토론회 일정을 알려왔다. 하지만 이 후보 측은 토론회 날짜 변경을 요청했다. 토론회 개최일인 15일 ‘기본소득 국제컨퍼런스’ 회의에 이 후보가 참석하기로 돼 있었고, 해외에서 온 내빈과의 면담이 잡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관단체는 5월2일 날짜 및 시간 변경이 어렵다고 통보했고, 이 후보 측은 15일 오후 4시로 토론회 시간을 변경해 줄 것을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리고 다음날 15일 오후 2시30분까지 토론회 장소에 도착하는 것으로 조율했지만 주관단체가 후보자 명의의 사과문을 요청했다는 게 이 후보 측 주장이다.

이 후보 측은 주관단체가 토론회 당일 일찍 도착해야 되는 이유로 경기언론인클럽 이사장과 경기언론사대표들과의 ‘차담회’를 해야 한다는 내용을 들었다고 전했다. 토론회 시간까지 가까스로 조율했는데 ‘차담회’를 이유로 일방적으로 토론회 참석 시간을 앞당기고 이 후보자 명의의 사과문을 요구하는 것은 도가 지나치다는 것이다.

▲ 이재명 성남시장. 사진=이치열 기자.
▲ 이재명 성남시장. 사진=이치열 기자.

토론회 질문지 내용에 대해서도 양 측의 주장은 엇갈린다.

이재명 후보 측은 남경필 후보와의 질문 내용에 차이가 크다며 편향성이 짙은 질문 내용으로 짜여 있다고 주장했다.

당초 토론회 질문 내용을 보면 공통질문 8개와 개별질문 4개로 이뤄져 있다.

문제의 개별 질문을 보면 첫번째 이재명 후보에게 “통합을 위해 애쓰신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시고 이번 당내 경선에서 후유증은 없는가”라고 물었고, 남경필 후보에게 “도지사에 재선되면 연정부지사 선임 등 연정을 계속할 의향인가”라고 물었다.

두번째 질문으로 이재명 후보에게 “혜경궁 김씨, 일베 등 각종 논란에 대해 명쾌하게 설명해달라”고 했고, 남경필 후보에 “홍준표 대표의 리더십에 대한 평가, 그리고 ‘보수단일후보’에 대한 생각은 무엇이냐”라고 물었다.

세번째 질문으로 이재명 후보에게 “지역화폐를 전면적으로 도입할 생각이 있는지, 그리고 지역화폐 활성화를 위한 복안은 무엇인지”를 묻고, 남경필 후보에게 “민선 7기 도지사가 누가 되더라도 이것만은 꼭 이어갔으면 하는 민선 6기 정책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마지막 질문은 이재명 후보에게 “성남시장 시절 재정난을 이유로 직장운동부 12개 팀 해체 전력이 있다. 도지사에 당선된다면 어떤 체육정책을 펼칠 계획인가”라고 물었고, 남경필 후보에게 “수신제가치국평천하 비판이 많다. 이에 입장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이 후보 측은 “남경필 후보에게는 포괄적인 업무를 물어 답변의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증을 요청하는 질문도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는 은유적 표현으로 모든 질문을 하고 있는 반면, 이재명 후보 측에는 정책적 업적을 묻는 질문도 특정 사안 하나만을 거론하여 묻는 방식을 택해 답변을 축소시키고 검증을 요하는 질문에는 특정 사안들을 일일이 열거하는 등 악의적이고 편향적인 질문을 시종일관 견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주관단체 측은 특정 후보의 유불리를 고려하지 않았고 최근 논란이 된 사안에 대해 회원사들이 취합한 내용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이재명 후보 측은 주관단체와 편향성 짙은 질문 내용에 대한 변경을 요청했고, 주관단체는 문제가 없다면서 변경이 어렵다며 평행선을 달렸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주관단체 측은 공문서를 통해 질의를 해오면 수정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이 후보 측은 토론회를 사흘 앞둔 시점에서 수정된 질문 내용이 언제 올지 장담할 수 없었고, 토론회 일정 조율 문제까지 겹치면서 토론회 불참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인천경기기자협회는 토론회 불참 결정을 내린 이 후보 측에 불쾌한 감정을 숨기지 않고 있다. 성명에서 “이런 후보가 경기도지사의 직분을 올바르게 수행할 수 있을지 매우 의문스럽다”며 자질까지 문제를 삼았다.

이 후보 측은 언론과 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되길 원치않다면서도 일정부터 질문 내용까지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심지어 룰미팅도 없었고 토론회 순서 추첨도 당일 토론회 직전에 굳이 후보가 직접 해야 한다고 일방 통보를 받았다. 무조건 따르라는 식의 토론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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