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멘붕’에 빠졌다. 정치적 논란에 시달려온 네이버가 결단을 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뉴스 권한을 일부 포기하면서 전면 아웃링크 도입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언론은 눈치보기와 손익계산에 분주하지만 이번에도 교훈 없이 넘어가면 진짜 망할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네이버, 언론사 ‘멘붕’에 빠뜨리다

지난 9일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빼고 △두번째 판에 언론사 구독 ‘채널’중심 ‘뉴스판’을 도입하고 △인공지능 뉴스편집을 도입하고 △언론사 선택에 따라 아웃링크 여부를 결정하고 △모바일 메인에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빼고 △소셜댓글을 폐지하고 댓글 작성 권한의 진입장벽을 높이겠다고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으로 뉴스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다. 모바일 첫화면에서 뉴스가 빠지면 뉴스 주목도가 떨어지는 데다, 이용자들이 선호하지 않는 ‘구독형’ 서비스가 중심이 되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이미 모바일 하단에 언론사 구독 ‘채널’을 운영하고 있지만 ‘미구독’ 이용자가 더 많다.

▲ 한성숙 네이버 대표. 네이버 제공.
▲ 한성숙 네이버 대표. 네이버 제공.

언론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모바일 메인에 기사가 걸리는 비율이 높은 통신사를 비롯한 몇몇 대형언론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모바일 메인에 걸리면 인링크 광고수익과 더불어 기사 하단 ‘관련기사’ 아웃링크 수익이 사라져서다. 또한 모바일 첫 화면에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가 사라지면서 이슈 대응 기사를 쏟아내던 언론사들도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다만 네이버의 발표가 ‘모호’해 변수가 많다. 네이버는 모바일 첫 화면에 무엇을 넣을지 발표하지 않았다. 한성숙 대표는 “비우고 나서 채우겠다는 생각”이라며 ‘검색창’만 남기는 데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동영상이나 주제판, 블로그 글과 더불어 ‘뉴스판’이 첫 화면 선택 대상이 된다면 피해 규모는 생각보다 적을 수 있다.

첫 화면에서 사라진 뉴스를 독자들이 얼마나 찾을지 예상하기 힘들다. 뉴스소비가 줄어드는 건 당연하겠지만 이용자 습관이 변한다면 손가락을 튕기며 뉴스를 적극적으로 찾아볼 가능성도 있다. 카카오톡에서 화면을 넘겨야 하는 ‘카카오채널’은 초창기 반응이 저조했지만 현재는 포털 다음 못지 않은 트래픽을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 네이버 모바일 개편 화면. '뉴스피드'판을 별개의 판으로 만들지, '뉴스판'에 편입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래픽=이우림 기자.
▲ 네이버 모바일 개편 화면. '뉴스피드'판을 별개의 판으로 만들지, '뉴스판'에 편입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그래픽=이우림 기자.

아웃링크 논쟁, 네이버의 ‘미끼’를 물었다

네이버는 언론의 요구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한국신문협회가 정치권과 함께 아웃링크 논쟁을 촉발했지만 네이버는 아웃링크 가능성을 차단하며 주도권을 가져갔다. 언론사는 네이버의 ‘작전’에 휘말린 것이다.

지난달 말 네이버는 CP 제휴언론 70여곳에 아웃링크에 대한 입장을 묻는 설문을 돌렸다. 주목해야 할 건 설문 목적이다. 한국신문협회의 요구는 ‘메인뉴스 편집에 반영되는 아웃링크’ ‘모든 매체 대상 아웃링크’, ‘대가를 지급하는 아웃링크’였는데 네이버는 세가지 모두 불가능하다고 전제하고 일주일만에 답하라고 요구했다. 존폐가 걸린 문제에 신중할 수밖에 없어 다수 매체가 ‘유보’ 입장을 냈다. 원하는 답을 얻은 듯 네이버는 기자회견에서 이 사실을 공개했다. 설문은 결과적으로 네이버 정책 개편의 근거로 쓰였고 언론은 조롱의 대상이 됐다. 김준형 머니투데이 편집국장은 “구체적안 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답변하기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1곳만 아웃링크에 찬성했다는 지적은 왜곡”이라고 지적했다.

네이버는 선택형 아웃링크를 선보인다고 했지만 그 누구도 ‘선택’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았다. 한 일간지 관계자는 “뉴스판에서 우리가 아웃링크로 돌리면 인링크 매체와 경쟁해야 하는데, 독자들은 당연히 인링크 매체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네이버가 이 결과를 몰랐을 가능성은 매우 낮다.

네이버가 소통할 생각이 있었는지부터 따져야 한다. 네이버는 이용자는 물론 제휴매체 대상으로 공청회를 비롯해 제대로 된 의견수렴 없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바꿨다. 한 인터넷 언론 관계자는 “제휴사들과 논의할 생각이 있었다면 CP(콘텐츠 제휴, 인링크)만 대상으로 설문을 돌려서는 안 됐다”며 ‘검색제휴’매체와 논의조차 하지 않은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 지난 9일 네이버 뉴스 및 댓글 정책 발표 기자회견.
▲ 지난 9일 네이버 뉴스 및 댓글 정책 발표 기자회견.

이제 무엇을 할 것인가

“네이버는 영리해졌지만 언론은 달라지지 않았다.” 최진순 한국경제 기자(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의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은 각자 다른 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번 개편이 언론이 변화할 기회라고 보는 점에서는 같았다.

최진순 교수는 “속보를 늘리거나 온라인 광고를 줄이자는 식의 대응이 아니라 10년 후를 내다보고 체질 개선을 목표로 하는 경영 화두를 제시하고 마케팅, 편집, 경영진이 이를 공유하고 내면화하고 재정의해야 한다. 그것이 ‘탈 네이버’의 승부처”라고 말했다. 그는 세부방안으로 △연관뉴스, 멀티미디어 정보 등을 구성하는 뉴스뷰 페이지 개선 △로그인 이용자를 위한 콘텐츠 제공 등 프리미엄 정보 제공 △기자가 특정 주제를 관리하고 독자와 소통하는 커뮤니티 강화 등을 제시했다.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아웃링크를 지향하는 데 그치지 않고 네이버를 떠나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시뮬레이션을 돌려 이용자들이 싫어하지 않는 광고에 대한 테스트를 하는 등 준비를 한 다음 모든 언론이 함께 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있지만 저널리즘의 발전을 고민한다면 모두 함께 손 잡고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는 포털과 상생방안을 강조했다. 그는 “포털과 이용자의 커뮤니케이션 활동을 공적 자원으로 보고 언론사와 공유하는 게 중요하다”면서 “포털이 충분한 수준의 이용자 데이터를 제공하고, 오픈소스화해서 언론을 돕고 유료화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언론 역시 데이터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형 머니투데이 편집국장은 “전면적 아웃링크가 상생의 길이자 접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웃링크에 준비 됐냐는 지적에 언론이 비판받을 점이 있지만 악성광고들은 언론이 ‘뜨내기 독자’를 상대하게 한 포털 구조의 결과물”이라며 “네이버가 뉴스편집을 하되 기사를 클릭하면 아웃링크로 넘겨주고, 네이버는 뉴스페이지에 파생되는 클릭으로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호 YTN 모바일프로젝트팀장은 ‘공론기구’를 제안했다. 그는 “구글이 ‘트러스트 프로젝트’를 하는 것처럼 네이버도 뉴스 독점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포털, 언론, 학계 3사가 생태계 전반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각사별로 유불리만 따지게 돼 기회를 날려버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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