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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정상 핫라인 통화 왜 늦춰지냐고요?

지난달 20일 개통 뒤 정상간 통화 여부 놓고 청와대-기자 신경전…북미관계 주도권 상실로 확대해석도

2018년 05월 15일(화)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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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해석의 자유를 갖는다. ‘팩트’에 대해 여러 해석을 내놓고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그런데 이상한 해석이 자꾸 나오면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

4월27일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됐다. 오는 22일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있다. 6월12일 북미 정상이 역사적인 첫 만남을 갖는다. 문재인 대통령 표현대로라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그럼에도 북미관계에서 정부의 역할이 미진하거나 남북관계에 이상 신호가 감지된다면 언론이 알려야 한다.

최근 언론이 남북 정상간 핫라인 통화에 ‘집착’하고 있다. 핫라인을 개설했는데 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통화를 하지 않느냐고. 지난 10일부터 15일까지 청와대 출입 기자와 관계자가 나눈 대화 내용을 보자.

10일

기자 “남북 핫라인 통화는 언제이뤄지는가?”
관계자 “조만간 이뤄질 것이다”

11일

기자 “남북 핫라인 언제 이뤄지는가?”
관계자 “현안점검회의 때 보고가 없었다”

14일

기자 “핫라인 통화가 왜 늦어지는건가?”
관계자 “글쎄 접촉을 하고는 있을텐데”

같은날 14일

기자 “핫라인 왜 늦어지는 건가”

관계자 “핫라인은 뭐라고 설명을 해야 될까. 정상간 통화와는 궤가 다르다. 핫라인이기 때문에 은밀한 얘기가 있을 때 그런 배경을 좀 이해해야할 것 같다. 핫라인 통화는 콘텐츠가 중요하다. 그래서 핫라인 통화 가능성은 왜 늦어지냐는 답에는 이렇게만”

기자 “시점이 정해진 것은 없나”
관계자 “핫라인 하자고 하고 통화하는 개념이 아니다”
기자 “기술적인 문제는 없나”

관계자 “옆집에서도 들릴 듯 문제가 없다. 정상 통화를 당장 안한다가 아니다. 오해를 안 했으면 좋겠다. 왜 빨리 안 하냐가 요지 아닌가. 핫라인 통화를 빨리 하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15일

기자 “핫라인 통화가 예전에는 한다고 했는데 북미 회담 날짜 정해지면 한다고 했는데 그때와 지금 말이 많이 바뀌었는데 왜 바뀐건가?”

관계자 “어제도 설명드렸는데 핫라인 통화 이해를 해줘야 한다. 시점을 정해놓고 하기 보다 내용이 있을 때 하는 것이다. 정상통화하고 차이점을 이해해야 한다”

기자 “핫라인 통화를 했지만 공개를 안 할 수 있는 건가”

관계자 “첫 통화만큼은 공개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는데 여태까지 안 했다고 속인 것 아니다”

기자 “유추할 수 있는 것은 북에서 (핫라인 통화를) 원치 않는다 이거 아닌가”

관계자 “그건 아니다. 핫라인 통화라는 게 양 정상이 부족한 부분을 통화하는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핫라인 통화를 급하게 해야 하지 않을 만큼 양측이 원활하게 얘기되고 있는 것이다”

남북 정상간 핫라인 개통은 남북관계 개선의 상징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언론이 관심을 갖는 건 당연하다. 특히 북미정상회담 일정을 확정한 뒤 남북 대화는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핫라인 통화가 없다는 것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게 문제다. 16일 남북 고위급 회담이 잡혀 있고, 실무급에서 남북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 정상 간 통화는 특히 핫라인 통화는 말 그대로 시급한 사안이 발생했을 때 이뤄지는 게 상식이다.

조선일보는 지난 14일 “남북정상 핫라인 개설 24일째 ‘먹통’…文대통령 주도권 상실?”이라는 기사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핫라인(Hot Line, 직통전화) 통화가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과 북한이 한반도 비핵화 주도권을 잡고 있어 문 대통령이 의제를 던지기 쉽지 않은 상황에 몰린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3일자에도 “文대통령-김정은 핫라인, 개통 2주째 침묵”이라는 기사를 썼다.

조선일보의 보도는 마치 핫라인을 개설해놓고 남북 정상간 통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확인하면서 문제가 있다는 식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남북관계에 이상 조짐이 나타나고, 문재인 대통령의 주도권 상실을 부각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심할 만한 대목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핫라인 개설은 지난달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방북하고 김정은 위원장을 면담한 뒤 합의한 내용 중 가장 실질적인 소득으로 평가를 받았다. 남북 정상 핫라인은 지난 2000년 6월 1차 정상회담 이후 설치됐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지나면서 무용지물이 됐다. 그리고 이번에 설치된 남북 핫라인은 양 정상 집무실에 설치된 것으로 최초다. 핫라인의 개념은 우발적 충돌을 막는 건데 양 정상이 집무실에서 바로 통화하도록 하면서 소통 채널의 수준을 높였다. 그만큼 효과가 크고 양 정상간 소통으로 충돌과 관련해 긴밀한 대응을 할 수 있다. 양 정상간 소통을 자주 할수록 좋지만 핫라인 통화의 성격으로 볼 때 양국 관계를 시급하게 조율하거나 충돌을 막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심지어 조선일보조차도 20일 핫라인이 개통되고 난 뒤 “현대 외교에서 정상 간 핫라인은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소통 채널로 활용돼 왔다”며 “냉전 시대 미국과 소련은 핵전쟁 직전까지 갔던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를 겪고 나서 1963년 7월 미국의 제안으로 정상 간 핫라인을 개설했다”고 보도했다.

오는 6월12일 북미정상회담이 열리고 가을 평양에서 4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된다. 남북 정상이 핫라인을 통해 대화할 시간은 많다. 핫라인 통화가 늦춰지고 있다고 보는 시각은 ‘의도가 개입된 해석’일 수 있다.

청와대 한 출입기자는 “일반적인 제3국의 정상과의 통화도 특별한 일이다. 그런데 남북 정상간 핫라인이다. 이걸 감안하면 늦춰지는 게 문제가 아니다”라며 “핫라인이 무슨 옆집이랑 통화하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개념을 고려하고 소통채널이라고 한다면 통화 자체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은 너무 단편적”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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