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지방선거 제주도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김경배 제주 제2공항 반대대책위원회 부위원장에게 폭행 당한 원희룡 무소속 예비후보. 이번 폭행 사건이 벌어진 후 과거 원 후보가 제2공항 전면 재검토를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벌이던 김 부위원장에게 “기운이 아직 많이 있구나”라고 했던 발언이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평소 조울증을 앓고 있던 김 부위원장이 단식투쟁을 오래 하며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서 당시 원 후보의 말을 조롱으로 받아들여 앙심을 품기 시작했다는 게 김 부위원장 지인들의 설명이다.

원 후보는 16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내가 일부러 진짜 단식하는 분의 건강이 걱정돼서 찾아간 입장에서 무슨 조롱을 하고 그렇게 비아냥대고 할 일이 있겠느냐”며 “전혀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것은 조금만 종합적으로 보면 이해가 가능하리라고 본다”고 해명했다.

이어 “어쨌든 굶고 있는 사람 입장에서는 굉장히 오해 살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만은 분명한 것 같다”는 사회자의 지적에 원 후보는 “그래서 그런 느낌을 준 점에 대해서는 당시에도 사과를 했고, 지금도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 후보는 지난해 10월22일 김 부위원장이 13일째 단식 중이던 제주도청 앞 천막농성장을 찾아가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김 부위원장은 “절차를 위반하는, 정당성을 위반하는 행보를 자꾸 하느냐. 왜 동의 없이 진행하느냐”고 원 지사에게 따졌고, 원 지사는 “제2공항 (추진)하지 말라는 말 아니냐. 서로 생각이 다르다”고 답했다.

이에 김 부위원장은 “공항 들어와서 덕 볼 사람들만 사람이고, 나는 도민이 아니냐. 그래서 억울하다는 거다. 우린 공항 들어오면 죽은 목숨이니까 공항(추진)을 그만해야 한다. 중단 요청을 해 달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자 원 후보는 “기운이 많이 있구나 아직”이라며 “(중단)할 수가 없다. 건강 조심해라”고 말했다.

이후 제주 도민의 목숨을 건 단식을 우롱하는 발언이라는 시민사회의 비판이 커지자 원 후보는 “김경배씨의 건강이 너무 걱정돼 농성장에 갔었다”며 “그 자리에서 ‘기운이 많이 남아있구나’라고 한 건 ‘의지 표명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먼저 챙겨주길’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지 비아냥거리려고 한 말이 절대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몸과 마음이 힘든 경배씨에게 상처가 됐다면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14일 제주지사 후보 토론회에서 김 부위원장에게 폭행당한 원 후보는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써야 했던 그분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며 “그분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하지만 김 부위원장은 형법상 폭행 혐의가 아니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폭행은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지만, 폭행이 일어난 곳이 지방선거 후보들이 참여한 토론장이었기 때문에 선거법 위반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폭행 사건 발생 후 원 후보의 딸이 원 후보의 페이스북 계정으로 “제발 아버지 몸만 건드리지 말아 달라. 소식을 듣고 ‘아빠가 호상 당해야 할 텐데’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는 등의 글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직 50대인 원 후보에게 ‘호상’이라는 표현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일었다.

이와 관련해 원 지사는 “아마 딸이 뒤늦게 소식을 단편적으로만 듣고 조금 놀라서 충동적으로 글을 올린 게 아닌가 싶다”며 “아무튼 본인이 사과 글을 올리고 지금은 많이 반성을 하고 있다. 철없는 딸의 처신을 사전에 미리 제대로 챙기지 못한 점에 대해서 아버지로서 우리 국민에게 정말 마음 상하게 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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