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현직 기자의 마약 투약 사건이 언론계 안팎에 충격을 가져다주고 있다. 16일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필로폰(메스암페타민) 투약 혐의로 조사 중인 허아무개(38) 한겨레 기자에 대한 모발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마약 투약이 증거로 확인됐다. 

한겨레는 이날 “‘한겨레’ 허아무개 기자, 필로폰 ‘양성’ 판정”이라는 제하의 기사로 이 소식을 상세히 전했고, 따로 사과문을 통해 “한겨레신문사는 독자와 주주, 시민 여러분께 커다란 충격과 실망, 심려를 끼쳐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사과문에서 “누구보다도 엄격한 도덕률을 지켜야 할 한겨레 구성원이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된 사실에 부끄러움을 넘어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거듭 반성하며 다시 한 번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한겨레는 허 기자에 대한 해고 절차에 착수했다.

▲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겨레신문사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겨레신문사 사옥 사진=이치열 기자
내부는 망연자실한 분위기다. 한겨레의 한 기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심경을 토로하기 싫을 정도”라며 “해당 기자에게 믿음이 있었던 만큼 실망도 있다. 사건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겨레 기자는 “현재 내부는 망연자실하다”라며 “연이은 악재가 연달아 터지다보니 분위기는 침체될 수밖에 없다. 조직 윤리가 무너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다수의 한겨레 기자들은 이번 사건에 대한 생각을 쉽사리 꺼내거나 정리하지 못했다.

지난해 한겨레 동료 선·후배 사이에서 벌어진 상해치사 사건, 전직 한겨레 직원의 성추행과 이어진 징역형, 이번 마약 투약 사건까지 1년여 새 잇따라 벌어진 악재에 한겨레를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않다. 지난 15일이 한겨레 창간 30주년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에 따른 상실감이 더 크다는 반응이다.

이번 사건을 두고 한 방송사의 사회부 기자는 “필로폰은 알약 형태의 엑스터시나 담배 형태의 대마와 달리 본인이 적극적으로 주사를 놓아야 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변명할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방송사 기자는 “한겨레 기자라는 사실이 충격적이었다”며 “주변에선 마약에 놀라고 한겨레에 한 번 더 놀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면 한 통신사 사회부 기자는 “마약 투약 건은 개인의 일탈로 봐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다. 조직 전체를 비난하는 것은 무리라는 뜻이다.

허 기자와 오래 알고 지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46·상지대 초빙교수·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한겨레는 지난 30년 동안 너무 많은 고생을 한 언론사였기에 진심으로 30주년을 축하했는데 그 다음 날 이런 일이 터져 너무 마음이 아프고 무겁다. 속상하고 착잡하다”고 말했다.

안 소장은 “최근 불미스러운 일이 한겨레에서 잇따라 터지고 있는데 이번에 드러난 것이 사실이라면 엄정하고 단호하게 처리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사태를 제대로 수습하고 반성해 한국을 대표하는 진보·개혁 언론으로서 다시 절치부심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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