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비서 박창훈씨가 중학생에게 막말과 폭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나 의원은 논란이 확산되자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의원실 소속 비서의 적절치 못한 언행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당사자 분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박씨도 페이스북에 “30대 중반이 넘은 어른으로 중학생에게 차마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한 점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한 제 잘못을 깊게 뉘우치고 반성하겠다”고 썼다. 나 의원은 박씨가 본인 행동에 대해 깊이 뉘우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씨 전화는 착신 정지된 상태다.

지난 21일 ‘서울의 소리’ 유튜브 계정에 올라온 통화 녹취를 들어보면, 나 의원 비서 박씨는 이 학생에게 “한주먹 감도 안 되는 새끼가 죽으려고 진짜”, “지랄 염병하지 말고”, “어디 조그마한 놈이”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박씨가 누리꾼 공분을 산 것은 학생에 대한 막말뿐 아니다. 박씨는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입에 담기 어려운 욕설을 뱉었다. 박씨는 이 학생에게 “부정 선거로 당선된 새끼들이 뭔 말이 많느냐”, “김대중·노무현이 나라 팔아먹었지”, “나는 노무현이 안 뒈지고 죗값을 받길 바랐던 사람”, “죄를 졌으면 죗값을 받아야지 어디 나가서 죽고 지랄이야” “뇌물 받아서 처먹고 자살하고 끝인가”, “국민에 의해 사형 당한 거다” 등 발언을 쏟아냈다.

▲ 지난해 6월29일 김상곤 교육부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유한국당 청문위원으로 참석한 나경원 한국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 지난해 6월29일 김상곤 교육부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자유한국당 청문위원으로 참석한 나경원 한국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욕설을 들은 이는 서울 동작구의 한 학교를 다니는 중학교 3학년 A씨다. A씨는 활발하게 청년 정치와 당원 활동을 하는 학생으로 평소 나 의원에게 비판적이다. 문제가 된 것은 페이스북이었다. 

A씨는 정세균 국회의장을 도마 위에 올린 한 기사를 공유하며 ‘나경원 의원도 그랬는데 뭘’이라는 취지로 나 의원을 비판했다. 이에 나 의원 비서 박씨는 ‘허위 사실 유포’라고 발끈하며 거친 욕설과 메시지를 페이스북에 남겼다고 한다. 온라인 상에서 빚어진 시비는 지난 21일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통화 욕설’로 이어졌다. 

A씨는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통화 초기부터 욕이었다. 박 비서와 통화하고 나서 나 의원 측으로부터 전화가 왔지만 끝까지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다. 나는 나 의원 측 사과를 받지 않겠다고 나 의원 보좌관에게 전했다. 나 의원과 공개 면담을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A씨는 “박 비서와 통화하고 화를 참을 수 없어 ‘서울의 소리’ 백은종 대표에게 제보한 것”이라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비하와 욕설도 참을 수 없었지만 ‘학교에 찾아오겠다’고 협박까지 했다. 특히 제 아버지를 거론하며 언성을 높였다. 그건 참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A씨 아버지는 서울 동작구의회 부의장을 지낸 2014년 작고한 정치인으로 더불어민주당 동작 갑 지역위원회의 고문을 지냈다. A씨는 아버지 뜻을 이어받아 당원 활동 등 청년 정치 활동을 하고 있다. 아무래도 나 의원 쪽과 자주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

A씨는 나 의원의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하고 있다. A씨는 “현재 박 비서는 어디에 있는지 파악도 안 되고 있다. 나 의원도 진심 어린 사과를 하기보다 사태 수습하기 바쁜 것 같다. 4선 의원이 정치를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비서 박씨는 백은종 대표에게도 통화에서 “네가 뭔데 지랄이야. 뭐하는 새끼인데 법 위에 있어”, “전화 통화 (음성) 올리면 바로 고소할 테니까. 어디서 협박하고 있어”, “(통화 녹취 온라인에) 올려봐. 정신 나간 놈 아니야”, “그래 협박해 이 자식아”라고 폭언을 퍼부었고 “나이를 처먹었으면 나잇값을 해. 어디서 나이 많다고 자랑질이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백 대표가 통화에서 나 의원을 언급하자 박씨는 “우리 의원님과 뭔 상관이냐”며 괴성을 질렀다. 

백 대표는 22일 통화에서 “A씨는 정치에 관심이 많은 친구였고 이명박 집 앞에서 농성할 때도 간혹 나왔던 친구”라며 “통화에서 A씨는 목소리를 높이되, 상대방인 박씨에게 결코 험한 욕설은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나도 박 비서랑 처음 통화했던 건데 너무 막무가내로 욕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해되지 않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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