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 KTX선행, 모든 언론이 칭찬한 뒤에...

부처님오신날 서울 조계사 법요식에 참석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KTX 해고 승무원과 이야기를 나눴다. 경향신문은 오늘(23일) 10면에 이를 사진기사로 보도했다. 제목은 ‘KTX 진상 승객 제지한 김부겸 장관에게 해고 승무원이 전한 소망’이었다. 해고 승무원이 김 장관에게 건넨 서류의 겉면엔 ‘나는 KTX 승무원... KTX에 타고 싶어요’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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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10면
20일 오후 부산에서 서울로 가는 KTX 열차 특실에서 소란이 일었다. 한 중년 남성 승객이 여성 승무원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폭언을 퍼부었다. 이 진상 손님은 대전에서 탔는데 비슷한 시간에 오는 다른 열차를 탄 것이다. 승차권에 표시된 자리엔 제시간에 맞춰 탄 손님이 이미 앉아 있었다. 승무원은 마침 자리가 빈 다른 칸으로 안내했는데도 “좌석에 문제가 있다”고 계속 여승무원을 따라다니며 괴롭히고 윽박지르는 중이었다.

이때 또다른 한 중년 남성이 고성을 지르는 ‘진상 손님’에게 다가가 “나가서 이야기하시라”고 했다. 진상 손님은 나무라는 중년 남성에게 “당신 뭐야? 공무원이라도 돼?”라고 소리쳤다. 중년 남성은 “그래, 나 공무원이다”고 응수했다. 철도 보안관을 호출하자 승객은 결국 스스로 다른 칸으로 넘어갔다.

진상 손님을 무찌른 중년 남성이 김부겸 장관이었다. 이 이야기는 SNS에 급속히 퍼졌다. 조선일보는 12일 11면에 ‘KTX 진상 승객에 “어디서 갑질이야” 제압, 알고보니 김부겸 장관’이란 기사를 실었다. 동아일보도 22일 12면에 이 사연을 전했다. 동아일보는 철도 승무원에게 위해를 가하면 철도안전법 47조에 따라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리 수도 있다고 전했다. 당시 김 장관과 같은 열차에 탔던 한 시민은 SNS에 ‘오늘부터 김 장관을 마음속에 저장하겠다’고 올렸다. 김 장관은 진상 손님의 이름이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아 당시 사건을 알리지 않았다.

13년째 KTX 해고 승무원 김부겸 장관 찾아

지난 2006년 KTX에서 해고돼 13년째 복직투쟁중인 승무원들은 언론에 난 김 장관의 선행을 듣고 22일 조계사로 찾아가 자신들의 소망을 담은 복직 탄원의 글을 김 장관에게 전했다. 13년째 복직을 요구하는 KTX 해고 승무원들은 2004년 KTX 개통과 함께 ‘지상의 스튜어디스’라는 언론의 화려한 찬사를 받고 입사했다. 이들은 최종면접과 신입직원 교육 때 본사 직원으로 전직시켜 준다는 코레일 간부들의 말을 믿고 간접고용 비정규직으로 2년을 버텼지만 2006년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약속이행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가자 무더기 해고됐다. 그들은 “사실상 취업사기였다”고 당시를 회상한다.

KTX 승무원 문제가 다시 언론의 관심을 받은 건 지난해 7월부터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언론인터뷰에서 “KTX 승무원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했다. 홍영표 의원은 두 달 뒤 2017년 9월 18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KTX승무업무의 철도공사 직접고용 및 KTX정리해고 승무원 문제의 해결방안 토론회’까지 개최했다. 집권 여당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위원장의 발언에 해고 승무원들은 한껏 고무됐지만, 다시 1년이 다 돼 가도록 제자리걸음이다.

최저임금 갈등 홍영표-민주노총 ‘복도 논쟁’

최근 민주당 원내대표가 된 홍영표 의원은 오늘 여러 신문의 머리기사에 등장했다. 중앙일보는 3면에 ‘노동계 출신 홍영표, 민주노총 고집불통, 양보를 모른다’는 제목으로 등장했고, 조선일보엔 16면에 ‘홍영표, 고집불통 민노총 최저임금 양보할 줄 몰라’라는 제목으로 등장했다.

한국경제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 홍영표 원내대표의 발언을 담았다. 한경은 이 기사 문패를 ‘노동계 출신 與원내대표, 국회 논의 방해한 민노총에 직격탄’이라고 달았다. 한경은 3면도 모두 털어 최저임금 산입범위 갈등을 다뤘다. 한경은 21일 국회 환노위 고용노동소위 회의에 참고인 자격으로 배석한 김경자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과 홍영표 원내대표의 회의실 앞 복도 논쟁에 주목했다. 한경은 복도 논쟁만으로 3면에 별도의 기사를 썼다. 두 사람은 20여분 간 논쟁을 벌였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민주노총을 향해 “양보할 줄을 모른다”고 했다. 민주노총은 “(경총까지 동의했기에) 최저임금위원회로 논의를 넘겨주면 6월안에 끝낼 수 있다”고 응수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1985년 봄 대우자동차 파업 때도  김우중 회장과 담판을 지었을 정도로 협상의 달인이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33년전 대우자동차에 위장취업해 파업을 이끌었다. 당시 홍 원내대표는 김우중 회장과 14시간 마라톤 협상 끝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당시 동아일보는 1985년 4월 25일자 11면에 '대우자동차 노사분규 타결'이란 제목으로 이 사실을 전했다. 기사엔 김우중 회장과 농성근로자대표 홍영표씨(28)가 마라톤 협상끝에 ~ 임금인상폭과 처우 문제 등에 합의했다고 서술돼 있다. 협상의 달인에게 또 한 번 협상의 기술이 요구되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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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1985년 4월25일 11면. (파란 원 안이 홍영표 원내대표)

강원랜드 수사단, 시민단체 고발장 ‘대필’ 논란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이 시민단체가 낸 수사 외압 사건 관련 고발장에 검찰 고위간부 이름을 추가하는 등 사실상 고발장을 대필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지난 2월 강원랜드 채용비리를 고발한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 김순환 사무총장을 조사하면서 추가 고발장을 대신 작성해 줬다는 것이다. 당시 검찰 담당 수사관이 김순환 사무총장에게 추가 고발 여부를 묻자 김 사무총장은 집에서 다시 작성해 제출하겠다고 답했다. 이에 담당 수사관이 여기서 대신 써주겠다며 추가 고발장을 그 자리에서 작성했다.

시민단체가 고발한 사람은 3명이었는데 추가 고발장에서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이영주 춘천지검장 등 전현직 검찰 지휘부까지 피고발자가 늘었다. 수사담은 “고발인이 추가 고발의지를 보여 편의를 봐주는 차원에서 고발인 의사를 일일이 확인해 가며 대신 고발장을 써 주고 확인 서명까지 받은 것”이라고 해명했다.(한국일보 10면) 그러나 검찰이 고발자를 부추겨 추가고발장을 대필해 준 건 범죄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대필 논란 기사는 한국일보(10면)와 매일경제(30면), 한겨레신문(13면)이 비슷한 내용으로 보도했다.

한겨레신문_강원랜드 수사단, 시민단체 고발장 ‘대필’ 논란_20180523.png
한겨레신문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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