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27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에서는 최종 조사보고서를 통해 2015년 8월6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면담을 앞두고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상고법원제 도입을 위해 ‘박근혜 입맛’에 맞는 판결 사례를 부각시켜 청와대를 설득하려는 ‘말씀자료’를 집중적으로 작성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이렇듯 경천동지할 ‘양승태-박근혜 사법농단’ 의혹에 대해 조선일보는 너무도 뻔뻔한 ‘적반하장’ 수준의 이중잣대를 드러내며 프레임 왜곡과 본질 호도에 앞장섰다.

조선일보, ‘양승태-박근혜 사법농단’은 아무 문제 없다?

6월1일 사설 ‘이제 김 대법원장이 ‘재판거래’ 증거 밝힐 차례’에서 조선일보는 5월31일 김명수 대법원장이 ‘재판거래’ 의혹에 대해 사과하고 법원행정처 개혁 의지를 드러낸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 데 대해 “세 차례에 걸친 조사 끝에 원래 조사 목적인 ‘판사 블랙리스트’가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재판 거래’ 의혹으로 전임 대법원장과 전 정부를 욕보이려는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러면서 “양 전 대법원장이 입장을 밝혔으니 이제 김 대법원장이 생각하는 ‘재판 거래’ 근거를 공개할 차례”라고 강조했다. ‘재판거래’가 법적으로 입증되지 않으면 양승태 대법원 휘하 법원행정처의 행위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프레임 왜곡’에 나선 것이다.

조선일보는 또 6월1일 전국 법관회의(판사회의)가 사법농단 의혹 관련 문건 전체 공개를 위한 온라인 투표에 나선 것에 대해서도 “머릿수로 일반 공개를 압박해 관철하고 있다”며 “정치 행위 같은 느낌을 준다”고 매도했다. 일선 판사들이 ‘양승태-박근혜 사법농단’ 관련 자료를 공개하라는 요구마저 ‘정치 행위’ 운운하며 중립적이지 못한 불순한 행위로 몰아 버리려는 속내를 은연중에 드러낸 것이다.

▲ 지난 6월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사진=김현정 PD
▲ 지난 6월1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재임 시절 일어난 법원행정처의 ‘재판거래’ 파문과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사진=김현정 PD
정형식 판사 파면 국민청원 답변 결과 전달에 대해서는 “민주 사회 맞나”

이러한 조선일보의 논조는 지난 5월5일 사설 ‘‘판사 협박’ 청원 靑이 법원에 전달, 이게 민주사회 맞나’와 완전 180도 딴판이다. 이 사설에서 조선일보는 2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뇌물 혐의 대부분을 무죄로 판결하면서 집행유예로 석방한 정형식 서울고법 부장판사 파면 국민청원에 대해 청와대가 “판사 파면 권한이 없다”고 답변하고 이를 대법원에 전달한 것을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는 “청와대가 참고할 만한 여론과 정치 공격성 집단행동을 구별하지 않고 대법원에 직접 전화를 걸어 판사 파면 청원 내용을 전달한 것은 사실상 파면 압박에 동조한 것과 같은 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청와대를 맹비난했다. 또 “대통령이 대법원장과 대법관 임명권을 가진 상황에서 청와대가 특정 판사를 파면하라는 청원을 전달하면 사법부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권 마음에 들지 않는 판결을 내린 판사들이 이런 협박을 받게 되고 이것이 판결에 영향을 미치면 더 이상 사법부라고 할 수 없다. 민주 사회도 아니다”라고까지 단언했다.

너무나도 뻔뻔하고 악의적인 조선일보의 ‘이중잣대’

이렇듯 한 달도 안 돼 사법부의 독립과 관련해서 완전히 180도 다른 논조를 보인 조선일보의 행태는 너무나도 뻔뻔하고 악의적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인 2015년 7월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이 작성한 소위 ‘말씀자료’에 나타난 ‘재판 거래’ 의혹은 참으로 눈 뜨고 볼 수 없는 수준이다. 단적으로 ‘말씀자료’에는 KTX 승무원 근로계약 위반 및 불법 파견 인정 취지로 체불 임금 지급을 명시한 1, 2심 판결 파기 등 각종 반민주·반민생 판결들이 열거돼 있다. 그러면서 “사법부는 그동안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다”, “과거사 정립, 자유민주주의 수호, 국가 경제발전 최우선 고려, 대통령 추진 4대 부문 개혁을 강력 지원했다” 등 박근혜 정권에 대해 낯 뜨거운 아부성 표현까지 들어 있다. 그 ‘재판 거래’ 때문에 체불 임금을 도로 토해내게 생긴 KTX 승무원이 어린 아기를 두고 자살까지 하는 비극이 터졌다.

그럼에도 조선일보는 사법부의 독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양승태 전 대법원장 휘하 법원행정처의 ‘재판 거래’ 의혹에 대해서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적극 감쌌다. 반면 ‘정형식 판사 파면 국민청원’에 대한 상식적인 답변 결과를 대법원에 구두로 전달한 문재인 정부 청와대는 맹비난했다. 이건 너무나도 노골적이고 속 보이는 이중 잣대가 아닌가?

▲ 서울 중구에 위치한 조선일보·TV조선 사옥.
▲ 서울 중구에 위치한 조선일보·TV조선 사옥.

이런 식으로 조선일보는 ‘양승태-박근혜 사법농단’ 진상 규명을 방해하는 공작을 계속 펼치고 있다. ‘양승태-박근혜 사법농단’의 진상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하루속히 조선일보의 악의적인 프레임 왜곡 시도부터 분쇄해야 할 것이다.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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