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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공방 속 민중총궐기 국민참여재판… 14일 선고

국민배심원 앞 ‘불법 집회 민중총궐기’ 둘러싼 설전… “검사님, 집회 한 번도 안가봤죠”

2018년 06월 12일(화)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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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배심원단은 민중총궐기 집회 주도 혐의로 기소된 이영주 전 민주노총 사무총장 재판에서 검사·판사가 언급하지 않은 ‘집회·시위의 자유’를 꺼냈다. 검찰은 불법집회 원인을 집회 참가자의 폭력성에 돌렸다. 그러나 배심원은 공권력 남용을 근본 원인으로 지적했다. 검찰은 이 전 총장에 징역 5년을 구형했다.

▲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이 24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민중의소리
▲ 민주노총 이영주 사무총장이 지난해 8월24일 오후 서울 정동 민주노총에서 열린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면담에서 사회를 보고 있다.ⓒ민중의소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재판장 이영훈)는 11~12일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및 집시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된 이 전 사무총장의 국민참여재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엔 시민 배심원단 8명이 검사석 옆에 앉았다.

한 중년 여성 배심원은 배심원 질의시간에 ‘왜 박근혜 퇴진 촛불 시위는 평화시위라며 허가됐고 2015년 민중총궐기는 막혔느냐’고 물었다. 이 시민은 “처음부터 허용하면 그런 사태까진 가지 않았다”며 공권력의 집회 자유 통제가 폭력의 원인이라고 했다.

증인으로 나온 당시 현장 취재기자는 검사가 “당시 광화문 행진이 금지됐다”고 반복 지적하자 “집회는 신고제 아닌가”라고 되물었다. 이영주 전 사무총장도 재판 종결 전 “한 배심원이 ‘차벽이 없는 집회는 가능하냐’고 물었고 민주노총은 ‘필요한 건 대화’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은 “2015년에도 민주노총은 대통령과 단독면담, TV 토론 등을 요구했다. 그런데 왜 10만명이 모였겠나. 하고 싶은 말이 있고 들어달라는거였다. 2015년 당시 버스비만 30억이 넘었다. 그들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민중총궐기 11대 요구인 쌀값, 해고 걱정 없는 직장, 국정교과서 폐기 등을 얘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장은 “집회의 자유는 공간의 자유로 한정되지 않는다. 전하려는 대상에게 들리도록 하는 것까지 포함한다. 한국은 집회를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 차벽 없이도 집회 가능한 세상, 집회로 소통하고 토론하는 세상이 촛불 이후의 민주주의”라고 말했다.

“검사님들, 집회 한 번도 안 나와 봤죠”

민주노총은 집회 개최 4일 전인 2015년 11월10일 민중총궐기 집회 신고를 했고 12일 행진 신고를 했다. 서울경찰청은 13일 언론에 ‘교통 방해’ 이유로 행진을 불허했다. 민주노총은 ‘경찰의 집회 불허는 불법’이라는 입장을 내고 14일 집회와 행진을 강행했다.

경찰은 이날 광화문 일대를 경찰차와 차벽으로 전면 통제하고 행진을 막았다. 최초 살수는 오후 4시53분께 등장했다. 집회 참가자는 광화문 대로를 전면 통제한 경찰차를 밧줄로 빼거나 사다리로 넘어가려고 했다. 경찰은 차벽과 물대포, 캡사이신으로 대응했다. 행진이 가로막힌 시위대와 경찰의 물리적 충돌이 잇따라 일어났다. 이 과정에 고 백남기 농민이 캡사이신 섞인 직사 살수를 맞고 뇌사에 빠졌다.

▲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쓰러진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살수하고 있다ⓒ민중의소리
▲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쓰러진 백남기 농민에게 물대포를 살수하고 있다ⓒ민중의소리

검찰은 일부 집회 참가자의 경찰 폭행과 기물 파손 입증에 집중했다. 검찰은 경찰의 차벽 설치, 물대포, 캡사이신, 최루액(PAVA) 사용이 적법한 공무집행이었다고 했다. 검찰은 30분 분량의 TV조선 보도를 보여주며 “경찰 살수는 시위대 폭력이 계속돼 사용했고 다량의 캡사이신 사용도 ‘왜 그렇게 쓸 수밖에 없었는지’ 봐야 한다. 시위대에게 향수를 뿌려줘야 하느냐. 시위가 격렬했기에 시위대를 이격시킬 게 필요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튼 영상엔 민중총궐기 집회 참가자들이 사다리·막대 등을 경찰에게 휘두르고 경찰차를 밀거나 때리고 밧줄로 잡아당기는 장면이 주로 나왔다. 검찰은 “경찰은 소극적 방어를 했지 곤봉을 가지고 제압하지 않았다. 이런 경찰을 때려도 되는지, 경찰 버스를 부숴도 되는지 상식의 눈에서 판단해달라”고 배심원단에 말했다.

반면 변호인단은 경찰의 공무집행이 위법이므로 '공무집행방해'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변호인단은 집회 금지 통보는 집회 자유에 위배되고, 차벽도 '질서유지선'으로 설치됐다며 법에 근거하지 않은 위법으로 봤다. 

변호인단은 최루액을 혼합한 살수는 그 자체로 위법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지난 5월31일 헌법재판소 선고를 인용했다. 헌재는 "경찰의 ‘살수차 운용지침’이 법적 근거 없이 국민의 생명권을 침해한다. 최루액을 분사해 살상력을 높이는 혼합살수 방법은 현행 법과 대통령령에 근거가 없고 이를 위임한 법령도 없다"고 했다. 

검찰은 민주노총에 행진신고를 48시간 전에 했고 서울경찰청이 제한적 행진 허가를 했으나 이의제기 하지 않고 강행한 책임을 물었다.

민주노총은 검사 질문 자체가 집회를 금지대상으로 본다고 비판했다. 집회·시위법 상 집회 신고는 720시간 전부터 48시간 전까지 가능하다. 집회는 신고제가 원칙이다. 신인수 변호사는 “검찰은 1970~1980년대 관점을 지녔다. 집회는 보장되는 것이지 금지되는 것이 아니며 헌정질서상 집회 자유는 활성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영훈 재판장은 이 전 총장이 사다리, 밧줄 구매를 지시한 걸 폭력 집회 증거로 봤다. 이 재판장은 한 배심원이 ‘경찰은 밧줄·사다리를 미리 준비한 게 폭력집회 조짐이라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 자체로 폭력적”이라고 말했다. 이에 변호인단은 “그 자체로 폭력적이라 볼 수 없다. 불법 설치된 경찰 차벽을 끌어내고 올라타려고 구매했다”고 밝혔다. 이 재판장이 “쇠파이프는 무엇이냐”고 묻자 “민주노총이 구매했다는 증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전 총장은 “검사 말씀을 들어보니 민중총궐기, 노동자, 서민 집회에 한 번도 안 나와보신 것 같다. 그 상황을 전혀 이해 못하신다. 24개 사다리 구입했다. 10만 모이는 집회에 24개 사다리 용도가 무엇인가. 폭력시위 하고자 했다면 뭘 구입했겠나. 각목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증거영상에 살수차가 상여 부수는 장면 나왔다. 거기서 각목이 나왔다. 이 모든 상황을 놓고 검사들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장은 “민주노총은 특수한 사람들 아니다. 옆집 앞집, 우리랑 같이 밥 먹고 강아지 키우고 고양이 키우고 아이 키우는 그냥 사람”이라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사법부가 기업주와 공권력의 폭력에는 관대하고, 노동자의 폭력엔 엄벌로 다스려왔다고 비판했다. 신 변호사는 기업주가 주도해 노사 유혈사태가 벌어진 갑을오토텍, 컨택터스 사례나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에도 기업주가 기소유예로 빠져간 현대자동차, 압수수색영장 없이 민주노총 사무실을 침탈한 경찰을 거론했다. 신 변호사는 “이들은 어떤 법적 책임도 지지 않았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이 전 총장에 징역 5년에 벌금 50만 원을 구형했다. 국민배심원단 7명은 이날 평의에서 이 전 총장의 유·무죄 결론을 만장일치로 내려야 한다고 했다. 배심원 평결은 법적 구속력은 없다. 형사합의33부는 배심원 평결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이 전 총장에 대한 선고 공판은 오는 14일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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