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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북미 정상회담 핵심은 ‘속도’ 높이기

CVID 신경전 흐르기보다 실질적인 이행 조치 속도 높이는 게 목표 달성 도움된다 판단

2018년 06월 13일(수)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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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을 놓고 극단의 평가가 나온다. 알맹이 없는 합의문이라는 혹평부터 동북아 냉전 해체의 시작을 알리는 합의문이라는 평가다.

가장 엇갈리는 지점은 합의문 3항의 “2018년 4월27일 판문점 선언을 재차 확인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rarization)를 위해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는 대목이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라는 문구가 들어가느냐 아니면 이를 대체할 다른 말이 들어가느냐를 놓고 설왕설래했지만 결국 4.27 판문점 선언처럼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말을 담았다.

한반도 비핵화를 검증 가능한 단계로 끌어올리려면 CVID를 명기해야 한다는 논리가 우위를 점한 건 사실이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회담 하루 전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만이 미국이 수용할 유일한 결과”라고 배수진을 치면서 CVID 명기가 회담의 핵심임을 예고했다.

하지만 뚜껑을 연 결과 CVID는 오히려 뒷전으로 밀렸다.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내용은 합의문 3항에 배치됐다. 결국 미국이 요구했던 CVID 명기는 회담 직전까지 협상력을 높이려는 전략 카드였음이 드러났다.

북미 정상이 얼굴을 마주보며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면서 CVID 명기를 놓고 신경전 벌이는 게 실효성이 없다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

북미관계에서 핵 문제를 둘러싸고 CVID가 걸림돌이 돼왔다. CVID의 창시자는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알려졌다. 2003년 부시 행정부와 북한이 플루토늄에 이어 우라늄 핵 프로그램 가동 문제로 갈등할 때 통일부 장관이었던 정세현 전 장관은 라디오 tbs ‘김어준 뉴스공장’에 출연해 “CVID는 미국이 만든 말인데 그 말을 만든 이가 볼턴”이라며 “북한이 그런 것(우라늄 핵 프로그램)은 없다고 얘기 했는데도 북한이 그걸 자백했다는 식으로 말을 만들어 가면서 바로 그때 나온 것이 CVID이다. 말하자면 북한을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CVID라는 말을 만든 것”이라고 지적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12일 싱가포르의 센토사섬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지난 12일 싱가포르의 센토사섬에서 역사적인 첫 북미정상회담을 가졌고 이 자리에서 공동성명을 채택했다고 13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 연합뉴스

CVID 중 불가역적(Irreversible)이라는 말 역시 핵무기 뿐 아니라 핵기술도 사라져야 한다는 뜻인데 북한으로선 받아들일 수 없고 실현 불가능한 조건이라는 얘기다.

회담이 끝나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은 의제를 공개적으로 밝힌 것도 CVID에 얽매일 필요 없이 상호 이행 조치에 무게를 두겠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이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합의문에는 서명되지 않았지만 북한은 미사일 시험장을 이제 폐쇄하는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이어 미사일의 시험장 폐쇄는 미국에 위협이 되는 위험요소를 실제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사일 엔진 시험장 폐쇄”를 적극 강조하며 CVID 문제를 제기하는 미국 언론의 공세를 반박했다.

북한도 합의문에 포함되지 않았던 한미 군사훈련 문제를 꺼내들었다. 조선중앙통신은 13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미 간 ‘선의의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한미연합군사훈련을 중단할 수 있다는 의향을 밝혔다”고 전했다.

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이 “상대방을 자극하고 적대시하는 군사행동을 중지하는 용단을 내려야 한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측이 도발로 간주하는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중지하고 관계 개선에 따라 대북제재를 해제할 수 있다”고 대답했다는 것이다.

합의문에 없는 내용을 양국이 공개 장소에서 언론에 밝힌 것은 사전조율 없이 불가능하다. 외교적 결례이고 향후 협상에 악재가 되는데 오히려 양국은 회담의 성과로 홍보하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매체 ABC와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도 “북한과 선의로 협상을 진행하는 한 한미 연합훈련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고, 이 같은 조치가 “북한의 체제 보장 조치”임을 분명히 했다. 

합의문에서 양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의 구체적인 시한과 방법, 체제 안전 보장의 방안을 담지 않았지만 미사일 실험장 폐기와 한미 연합군사연합 훈련 중단 카드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통 큰 결단’을 했다는 분석이다.

오히려 이번 합의문에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 합의문 조항을 신속하고 완전하게 이행해야 한다”는 대목을 주목할 필요도 있다.

북미 양 정상이 ‘속도’를 강조한 것은 한번의 회담을 통한 일괄 타결이 아닌 단계적 동시 타결에 뜻을 두고 있으면서 구속력을 높이는 접점에 해당한다. 양 정상이 서로 향후 추가 회담을 제안한 것도 이행 조치 속도를 높이려는 의지로 보인다.

결국 CVID 명기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보다 실질 조치로 신뢰를 구축한 뒤 속도를 높이면서 북미 양국의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북미정상의 공동성명에 비록 미국이 그동안 강조한 CVID라는 표현이 빠졌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공동성명에 들어간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과 CVID에 큰 차이가 없다고 인식하기에 북한 비핵화 방안과 관련해 북미 양측이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과거 미국은 ‘선 핵폐기 후 보상’의 입장을, 북한은 ‘선 평화체제 구축, 후 비핵화 입장을 강조했다. 북미 양측이 이 같은 일방주의적 입장에서 벗어나 미국이 북한체제 안전보장과 북한 비핵화를 동시병행 추진키로 한 건 주목한 만한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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