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지방권력 부정부패에 대대적 감찰을 예고하자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1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조국 민정수석은 “지방선거 승리 이후에 새로 구성될 지방정부의 부정부패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올해 하반기에 지방정부, 또 지방의회를 상대로 감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보고했다.

청와대가 강도높은 사정 바람 예고는 예방접종 성격이 짙다. 향후 지방권력과 토호세력의 유착이 문재인 정부에서 드러나면 도덕성을 의심받고 국정운영 동력이 떨어지면서 내년 총선에서 심판 받을 수도 있다.

청와대가 이날 발표한 문재인 정부 2기 대응기조는 승리에 도취된 지방권력에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먼 이야기 같지만 견제 받지 않고 지방토호세력과 유착된 지방권력은 당을 떠나 오래된 관행에 가까워서 언제든지 논란이 된다. 민주당 소속 당선자가 이런 관행대로 지방정부를 운영하면 ‘비리’로 드러날 수 있다.

예를 들어 모든 지방자치단체는 행정사무감사를 받는데 이와 관련된 비용 처리에 잘못된 관행이 존재한다. 행정사무감사는 지방의회가 당해 자치단체의 행정전반을 파악하고 의회활동과 예결산 심사에 필요한 정보를 바탕으로 적발‧시정하도록 한 제도다.

그런데 행정사무감사를 지자체가 준비하면서 수백 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만들면서 수억 원의 인쇄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인쇄업자들에게 행정사무감사 시즌은 한몫 벌 수 있는 기회인데 지자체와 관행적으로 계약을 맺으면서 문제가 발생한다.

5천만 원 이상의 계약은 경쟁입찰해야 하고 5천만 원 이하는 수의계약 해도 되기에 1억 원짜리 사업을 5천만 원 이하로 3~4개로 쪼개 계약하는 일이 횡행한다. 관급 공사를 따내는 건설업체와 계약에도 이 같은 일이 비일비재하다.

지방에선 일찍 삼페인을 터뜨리면서 도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사례도 이미 나왔다. 선거 중 논란이 크게 확산되지 않았지만 송철호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 캠프 안에서 성추행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3일 송철호 후보 선거운동원은 회식 후 노래방에서 여성 선거운동을 강제 추행해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사건이 수면에 올랐다. 혼탁 가열선거를 넘어 금권선거 의혹을 받은 당선자도 있어 향후 법적 처리에 따라 부정부패 딱지도 붙을 수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광풍이 불면서 많은 정치 신인이 당선됐다. 이들은 지방권력 운영과 감시 역할에서 ‘초보’라서 실수가 나올 수 있다. 사이즈가 커진 만큼 이들의 실책은 크게 보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공직자의 낮은 자세와 태도를 주문한 것도 민주당 압승 이후 실력을 검증하는 단계에서 유권자의 실망이 커질 수 있다고 판단해 미리 겸허한 태도를 갖추라고 주문한 것이다. 정치신인이 ‘관행’에 노출될 경우 쉽게 유혹에 넘어간다는 점에서 공직자의 태도를 강조하고 예방하자는 차원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나섰다.

이번 선거의 가장 큰 특징은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지방권력이 교체됐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부울경 지역에서 이긴 것을 두고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전국 정당이 됐다는 점을 강조한다. 부울경 지역에서 바뀐 지방권력이 주목 받을 수밖에 없다. 울산만 하더라도 23년 만에 권력이 바뀌었다. 1995년 민선 지방자치제가 시행되기 전까지 시기를 포함하면 60년이 넘는다. 새로운 권력이 지방을 잘 운영하며 칭찬 받지만 못하면 더욱 매서운 회초리로 돌아올 수 있다.

▲ 6월1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 이날 회의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영상 중계 시스템을 통해 청와대 전 직원들에게 공개됐다. 사진=청와대
▲ 6월18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 이날 회의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으로 영상 중계 시스템을 통해 청와대 전 직원들에게 공개됐다. 사진=청와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18일 최고위원회에서 경고장을 내놨다. 추 대표는 “지방의회 다수당, 집권 여당으로서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갖추고 의장 선출 및 의회 구성에서 불법이나 비리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당은 지방정부의 불법과 비리에 대해 무관용으로 대응할 것이다. 국민들의 지지가 식지 않도록 더 낮은 자세와 함께 스스로에 엄격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국 수석이 “지방정부의 부정부패 현상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한 대목을 두고 이미 구체적인 부정부패 사건 리스트를 뽑아놓고 감찰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문재인 정부 집권 2기 국정운영 위험요소로 지방권력의 부정부패를 꼽을 만큼 구체적인 내용을 적발해놓고 사건이 커지기 전 손을 보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청와대는 지방권력 감찰 대상에 “민주당이 승리를 거둔 새로 들어서는 정부”라고 선을 그었지만 과거 지방정부 비리를 1차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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