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기자들 상당수가 ‘임금 불만’으로 이직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 노동조합(위원장 박준동)이 지난 15일부터 18일까지 조합원 204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96명) 가운데 절반이 임금 때문에 자주 혹은 기회만 있으면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노조가 지난 21일 발행한 노보를 보면 급여에 만족한다는 응답은 8%에 불과했다. 불만족 59%, 매우 불만족 29%로 총 88%가 임금에 불만을 드러냈다.

노조는 “특히 이직을 생각하지 않는 비율이 7%에 불과하다는 것도 충격적”이라며 “직장인으로서 이직을 가끔 생각(40%)하는 것은 평범하다고 볼 수 있는 일이지만 자주 혹은 기회만 있으면 이직을 고려하고 있다는 비율이 구성원의 절반(50%)에 달한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라고 진단했다.

조선일보 기자들은 임금에 불만을 갖는 이유로 ‘잦은 임금 동결과 낮은 인상률’(70명·72%·복수응답)을 꼽았다.

업무량에 비해 임금이 낮다고 생각하는 비율도 68%(66명)에 달했다. 준거집단인 동창들에 비해 임금이 낮다는 비율도 53%(51명)에 달했다.

▲ 서울 중구에 위치한 조선일보·TV조선 사옥.
▲ 서울 중구에 위치한 조선일보·TV조선 사옥.
오는 7월 시행되는 주 52시간제와 관련, 줄어드는 급여에 대한 보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컸다. 업무량은 비슷할 것이기 때문에 100% 보전하고 노조의 임금 인상률 5%도 추가 보장돼야 한다는 의견이 51%였다.

52시간제로 절감되는 인건비 가운데 추가 고용비를 제외한 만큼은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 등을 합하면 95%가 임금 보전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조합원은 “과거에 비해 급여는 줄고 일은 늘어난 데다 여러 측면에서 메리트가 계속 줄고 있다. 술자리에서 기회만 있으면 나갈 생각을 하고 있다고 서로 거리낌 없이 얘기한다”고 말했다.

조합원들 사이에선 “어느새 학교 동기나 또래 친구들 중 나보다 적은 임금 받는 사람은 중소기업 다니는 사람들 밖에 없다”, “공기업, 공무원, 대기업 종사자 동기와 비교했을 때 업무량과 긴장도는 배 이상이지만 월급은 가장 적다”, “시급으로 따지면 타사 기자들에 비해 현저히 낮은 임금이고 업무강도는 훨씬 더 강하다. 방송사에 비하면 실질 소득은 60% 수준” 등의 자조 섞인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상후하박 구조로 너무나도 궁핍하고 생활하는 것이 힘들다”며 “내 집 마련은 포기하더라도 기자가 먹고 살게는 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집에서 월급이 많이 줄었다고 회사에 무슨 일 있냐고 한다. 이전엔 주말에 일하면 일한다고 쓰고 수당이라도 받았는데 이젠 일은 일대로 하고 눈치 보느라 쉬었다고 써야 한다. 최소한 일은 그대로인데 임금만 줄었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등의 비판도 나왔다.

노조는 “조합원들은 집값, 전세금 인상 등으로 인한 절대적인 생활의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며 “52시간제 이후 수당이 줄어드는 것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동료들의 사기 저하를 절감하며 회사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조합원도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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