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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문기자가 아닌 디지털 라이터”

[인터뷰] 한겨레TV ‘더정치’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정년 앞둔 그가 디지털 콘텐츠 주력하는 이유

2018년 07월 10일(화)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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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용 한겨레 정치팀 선임기자는 자신을 ‘디지털 라이터’(digital writer)라고 했다. ‘신문기자’는 아니라는 의미다. 3주에 한 번 칼럼을 쓸뿐 지면에 크게 기여하지 않는다. 대신 매주 한겨레TV 유튜브 콘텐츠 ‘더정치’에서 후배 기자들과 정치 해설과 인터뷰를 한다. 내년 11월 정년 앞둔 노(老) 기자는 국회 출입 기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현장에서 호흡한다. 국회에서 가장 연로한 기자다. 한겨레의 한 기자는 그를 두고 “선임기자로서 매우 훌륭한 사례”라고 평했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만난 그는 자신이 주력하는 더정치 등 온라인 콘텐츠에 “신문 구독자 수가 줄고 있다. 신문만 갖고는 안 되니까 다른 방식으로 콘텐츠를 전해야 한다는 생각에 시작했다. 수익 모델이 될 수 있겠다 싶었고 그렇다면 빨리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대 중반부터 다져진 TV·라디오 방송 경험을 살려 ‘한겨레 정치 와이파이’(2012), ‘한겨레 캐스트’(2012~2014), ‘정치토크 돌직구’(2014~2016) 등 유튜브 온라인 정치 콘텐츠에 꾸준히 출연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해 기자 브랜드를 쌓았다. “정치 분야에선 팍 뜨기 쉽지 않다. 콘텐츠가 어느 정도 축적되면 찾아오는 사람들이 생긴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 성한용 한겨레 정치팀 선임기자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성한용 한겨레 정치팀 선임기자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그의 온라인 칼럼 ‘정치 막전막후’도 기존 정치기사와 차이가 있다. 일반 스트레이트나 해설기사보다 길다. 200자 원고지 기준 30~50장 분량. 보도자료나 성명, 보수언론 사설 등을 그대로 실을 때도 있다. “신문에선 반말로 쓰지만 디지털에선 존댓말로 서술한다. 지면에선 팩트가 중요한데 디지털에선 스토리가 중요하다. 독자는 각종 기사 ‘원소스’를 궁금해 한다. 그래서 통으로 인용할 때가 많다. 온라인 뉴스 소비 문법이 많이 다르다. 물론 전달만 해선 의미가 없다. 내 의견을 드러내야 한다. ‘이렇게 맥락을 읽어야 한다’는 정도의 정리는 필요하다. 신문기자와 디지털 라이터는 완전히 다른 직업이다.” 아래는 일문일답. 

-더정치 섭외는 잘 되나? 자유한국당도?

“정치인 섭외에 어려움은 없다. 정치기자로 많이 알려지기도 했고. 후배 기자나 PD가 섭외하는 것보다 내가 섭외하는 게 더 쉽다. 자유한국당 정치인도 한겨레 방송에 출연해달라고 하면 좋아한다. 섭외는 주로 내가 담당하지만 여러 의사 결정을 PD와 논의한다.”

-일반 팟캐스트와 달리 차분한 정치 해설이 눈에 띈다.

“김어준, 김용민, 정봉주씨가 2010~2011년 ‘김어준의 뉴욕타임스’ 등을 진행했는데 한겨레라는 울타리가 답답했는지 나가서 따로 방을 차린 게 대박난 ‘나꼼수’였다. 이후 김어준씨는 한겨레와 ‘김어준의 파파이스’를 함께 했는데 그가 하차하고 한겨레TV가 큰 타격을 입었다. 예능 요소가 가미된 정치 콘텐츠가 아닌 정통 정치 해설 브랜드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내부 공감대가 있었고 내가 먼저 조르기도 했다. 정치 분야에선 팍 뜨기 쉽지 않다. 어느 정도 축적되니 알아서 찾아오는 분들이 생겼다.”

-반응은 어떤가?

“국회의원들은 자기 거 외엔 잘 안 보는 것 같다.(웃음) 보좌관들은 잘 본다고 한다. 종이 신문만으로는 안 되니까. 인터넷과 인터넷 방송이라는 새로운 활로를 뚫어 다양한 방식으로 수용자들에게 콘텐츠를 전달해보자는 취지였다. 빨리 시작하는 게 중요했다.”

▲ 보수 정당 정치인들도 한겨레TV ‘더정치’를 자주 찾는다. 지난 5월 6·13 지방 선거를 앞두고 당시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자가 성한용 한겨레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겨레TV
▲ 보수 정당 정치인들도 한겨레TV ‘더정치’를 자주 찾는다. 지난 5월 6·13 지방 선거를 앞두고 당시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자가 성한용 한겨레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겨레TV
-정년을 앞둔 정치 기자가 온라인 콘텐츠에 나서는 경우는 드물다.

“보통 나이가 들면 얼굴 내미는 걸 부담스러워한다. 내가 비교적 적극 나서면서 후배들도 방송에 익숙해지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주책스러워 보일지 몰라도 선배가 앞에 서면 후배들도 덜 부담스럽겠다 싶었다. 한겨레 기자 중 방송에 재능 있는 기자가 적지 않다. 후배들이 ‘방송에 나가도 될까요’라고 자문을 구하면 적극 출연하라고 조언한다. TV든 인터넷 방송이든 꾸준한 게 중요하다.”

-더정치 이외 칼럼도 쓴다. 칼럼이 인터넷 형식이다.

“‘정치 막전막후’ 분량은 (원고지 200자 기준) 30~50장 정도다. 내 직업은 신문기자가 아니다. 3주에 한 번 지면 칼럼을 쓰거나 어쩌다 기획기사를 쓰는 정도다. 대부분 시간은 온라인에 투자한다. 신문에선 반말로 쓰지만 디지털에선 존댓말로 서술한다. 지면에선 팩트가 중요한데 디지털에선 스토리가 중요하다. 독자들은 각종 기사 ‘원소스’를 궁금해 한다. 그래서 통으로 인용할 때가 많다. 그런 방식의 글쓰기가 익숙하지 않았는데 받아들이는 사람은 그걸 원한다. 뉴스 소비 문법이 많이 다른 거다. 갖다가 전달만 해선 의미가 없다. 기자 의견을 드러내야 한다. ‘맥락을 이렇게 읽으셔야 한다’는 정도의 정리는 해줘야 한다. 신문기자와 디지털 라이터는 완전히 다른 직업이다. 후배 한겨레 기자들도 온라인에서 신문 문법과 달리 과감하게 ‘스토리텔링’ 글쓰기를 하고 있다. 막전막후는 지난 2015년 1월1일부터 시작해 3년 반 됐다. 일주일에 하나 넘게 쓴 거다. 칼럼이라기보다 기자가 쓰는 ‘정치 에세이’ 느낌을 주려 한다. 팩트에 내러티브 방식을 입힌 것이다.”

-주로 국회에 있나?

“그렇다. 졸면서도 정론관 브리핑을 들을 수 있다. 정치부 기자들 네트워크망에 들어가 있다. 후배 정치팀 기자들과 정보도 공유한다. 야당 반장에 근태를 보고하기도 한다.(웃음) 취재는 장님 코끼리 더듬기와 비슷하다. 옛날엔 아주 높고 센 취재원과 밤에 술 한 잔 먹고 쓰면 세상이 그렇게 움직였다. 지금은 국회든 정당이든 한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는다. 권위주의가 무너지면서 의사결정 구조는 파편화했다. 조각조각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들어봐야 대략 짐작할 수 있다. 일선 기자들과 협업이 가능하다는 점은 디지털 라이터로서 장점이자 큰 행운이다. 자유분방한 한겨레 문화이기에 가능한 일 같다.”

-더정치나 막전막후를 보면 보수 언론 사설을 꼼꼼히 읽는 것 같다.

“칼럼과 사설 때문에 열심히 신문을 본다. 그들이 논지를 세워 주장하니까 평가와 반박도 가능하다. 찾아보면 분명 잘 쓴 칼럼들이 있다.”

-예전과 비교하면 언론 영향력은 어떠하다고 보나?

“5~6곳 신문사가 한 이슈를 1면 톱으로 다루면 정권이 흔들리던 시절이 있었다. 한겨레·경향도 마찬가지지만 지금은 신문이 신뢰를 잃었다. KBS·MBC·SBS 등 주요 방송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저널리즘 신뢰가 떨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가짜뉴스에 집착한다. 자기 신념과 팩트가 충돌할 때 ‘내가 잘못 알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팩트를 걷어차 버린다.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포스트 트루스’(post-truth), ‘가짜뉴스’, ‘인지부조화’, ‘확증편향’ 등이 전 세계를 횡행한다. 자꾸 편 가르기를 하고 확증편향이 심해지는 현상을 막는 게 필요하지만 이 현상 자체가 퇴화인지 진화인지는 잘 모르겠다.”

▲ 성한용 한겨레 정치팀 선임기자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 성한용 한겨레 정치팀 선임기자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미디어오늘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김도연 기자
-보수 언론을 평가한다면?

“이른바 보수언론, 조선·중앙·동아 문제는 심각하다. 이를 테면 남북문제와 관련해 색깔론은 이제 그만 내려놔야 한다. 흡수 통일이 아닌 실현 가능성 있는 대안 담론도 내놔야 할 때다. 문재인 정부를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비난하는 건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 아닌가. 국민 기대와 정치 현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비판해도 합리적이야 신뢰하지. 과거 기득권 세력 편을 많이 들던 언론들은 지각변동이 일어났고 그에 따라 지식을 받아들이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포털 검색으로 다 확인이 가능한데 여전히 가르치려고만 한다. 기사 작법도 달라져야 한다.”

-일부 문재인 지지자들은 성 기자를 ‘안철수 지지자’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양쪽에서 욕을 먹고 있다. 2012년 안철수 전 대표가 대선 출마 선언했을 때 ‘안철수 대통령은 없다’는 제목으로 비판 칼럼을 썼다. 정치 경험과 훈련이 중요한데 정당 정치인이 아닌 그가 대통령하는 것은 사기에 가깝다는 취지였다. 당시 안철수 진영이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날 ‘안빠’라고 비난하는 것에 안철수 쪽 사람들은 어이없어 한다. 2017년 대선 국면에서 문 대통령의 열성 지지자들은 한겨레와 경향을 세게 비판했다. 조중동뿐 아니라 한겨레·경향도 그들에게 기득권 세력으로 받아들여졌다.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 비판 기사를 떠올리는 이들도 있다. 기자 비난에 사실 어찌할 수 있겠나 싶다.”

-정국 분석 하나. 자유한국당은 어떻게 될까?

“지방 선거 이후에도 실망스러운 행태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있다. 외과의사 이국종 교수를 찾아가 비대위원장을 맡아달라고 한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정치는 정치를 아는 사람이 해야 한다.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엔 시간이 필요하다. 내년 겨울까지 지금처럼 지지고 볶을 거다. 내년 10~12월께 죽음의 그림자가 한국당 의원들 머리 위에 드리워질 거다. 총선이 임박하면 혁신 기회가 올 것이다. 그때까진 내부 토론이 필요하다. 새로운 한반도 평화 정책을 내놔야 할 때다. 경제 영역에서도 최소 ‘중부담 중복지’(유승민), ‘경제민주화’(박근혜) 등 자신들이 과거 꺼냈던 것을 복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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