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는 계속된다. 자유한국당이 당사를 옮겼다. 여의도 한양빌딩에서 영등포 우성빌딩으로 옮겼다. 여의도와 영등포가 주는 어감은 차이가 크다. 여의도는 국회를 상징하고, 영등포는 옛 구로공단을 낀 서민촌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착각이다. 여의도도 영등포구에 있는 하나의 동(洞) 행정단위일 뿐이다. 결국 여의도도 영등포도 모두 영등포구에 속한다.

자유한국당 쇼는 계속된다… 새 당사 고작 100m 멀어져

아래 지도에서 오른쪽 동그라미가 원래 있던 자유한국당 한양빌딩 당사다. 왼쪽 동그라미가 새로 옮긴 우성빌딩 당사다. 새 당사는 국회가 있는 여의도에서 여의2교 다리만 건너면 바로 나온다. 국회의원회관을 기준점으로 잡으면 새 당사는 기존 당사에 비해 고작 100m 남짓 더 멀어졌을 뿐이다.

▲ 오른쪽 동그라미가 자유한국당 기존 당사(한양빌딩), 왼쪽 동그라미가 새 당사(우성빌딩)
▲ 오른쪽 동그라미가 자유한국당 기존 당사(한양빌딩), 왼쪽 동그라미가 새 당사(우성빌딩)

자유한국당은 당사를 100m 뒤로 옮겨 놓고 서민정당의 이미지 정치쇼를 벌이고 있다. 이에 한겨레신문은 12일 8면에 ‘여의도 떠난 자유한국당… 영등포에 새 둥지’란 제목의 기사로 호응했다. 한겨레는 이번 자유한국당의 당사 이전을 ‘잇단 선거 패배로 재정난이 가중된 자유한국당이 2004년 천막당사 시절과 비슷’하게 어려움에 처했다고 해석했다.

한겨레는 이 기사에서 열심히 자유한국당의 서민 코스프레에 동참했다. 기사 첫 문장은 “새로 옮긴 서울 영등포 자유한국당 당사 정문 출구엔 엘리베이터가 없었다”로 시작한다. 두 번째 문장도 “어두운 계단을 내려온 김성태 당 대표 권한대행”으로 시작한다. “사무실 에어컨을 이제 설치하는 중”이라거나 “주변엔 지게차 매매, 퀵 화물 간판 등이 보였”다거나 “2층 창가 높이엔 전봇대 전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세세한 묘사로 “반듯반듯한 정당 당사들이 모여 있는 여의도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라고 전했다.

자유한국당 새 당사엔 엘리베이터가 있다. 정문 출구에 없을 뿐이다. 대한민국 어딜가도 고개만 들면 전봇대 전선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 한겨레 8면
▲ 한겨레 8면

고용절벽 진단은 제각각… 경기둔화, 인구감소, 최저임금 등 복합적

월별 취업자 수가 5개월 연속 10만명대를 벗어나지 못하자 여러 언론이 일자리 증가를 방해하는 원인 진단에 나섰다. 한겨레신문은 12일 1면 머리기사로 ‘임시·일용직 고용 직격탄 올겨울이 더 걱정’이란 제목의 기사를 싣고 4면에도 ‘한 달에 열흘 일하면 다행… 일용직 취업 1년새 11만명 감소’라는 제목으로 일자리 감소의 직접 피해자들을 취재했다. 5면엔 ‘통계청, 취업자 감소분 3만명은 생산가능인구 줄어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저출산 고령화 탓에 생산가능인구인 15~64살 인구가 2년째 감소하는 인구구조의 변화가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중앙일보는 12일 4면에 ‘생산인구(15~64살) 줄어 취업자 증가폭 둔화? 실업자는 안 줄었다’는 제목의 기사로 인구 감소만으로 일자리 급감의 원인을 설명하기엔 무리라고 다른 해석을 내놨다. 곧바로 중앙일보는 최저임금에 원인을 돌렸다.

▲ 위는 한겨레 5면, 아래는 중앙일보 4면
▲ 위는 한겨레 5면, 아래는 중앙일보 4면

한국일보는 12일 3면에 ‘경기둔화·인구감소·최저임금… 3중 콘크리트에 갇힌 일자리’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국일보의 주장이 상대적으로 옳다. 나아가 한국일보는 고용절벽에도 정부가 그 원인을 한결 같이 인구감소 탓으로만 돌리고 있다며 ‘정부 진단은 인구감소 탓 녹음기 튼 듯’이란 별도 해설기사까지 작성했다. 이 기사에서 한국일보는 정부가 일자리 부진의 원인을 외부로만 돌려 문제해결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진단했다.

▲ 한국일보 3면
▲ 한국일보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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