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왼쪽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KTX 승무원은 왜 정규직이 되지 못하고 있나

[토론회] ‘승무원, 안전 아닌 서비스 담당’ 논리로 14년 째 간접고용… 코레일 정규직화 결정 앞둬

2018년 08월 07일(화)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공유하기

URL복사URL복사

URL 복사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AD FREE

부산행 KTX 18호차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했다. 열차팀장은 2호차를 순회 중이다. 18호차까지 가는덴 적어도 3~4분은 걸린다. 한 열차에 열차팀장 1명, 외주 위탁승무원 2명이 탄다. 환자와 가까이 있는 다른 승무원이 상태를 확인하는게 상식적이다. 마침 15호차에 있던 승무원이 응급 상황에 대처했다.

승무원들은 출발 점검도 한다. 열차 출발 50분 전 회의를 마치고 내려가 담당 구역 설비를 확인한다. 문제 설비를 발견하면 차량이 변경될 때도 있다. 한 승무원은 지난 6월 부산발 KTX 204열차 출발 점검 중 동력차 화재 발생을 미리 파악해 대형 사고를 방지했다. 배전·설비 점검, 위험물 및 문제 승객 파악 등은 출발 후에도 이어진다. 모두 외주 위탁승무원이 하고 있는 일이다.

▲ 전국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8월7일 오후 국회 앞에서 코레일 직접고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 전국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8월7일 오후 국회 앞에서 코레일 직접고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서 일하는 파견·용역노동자 중 1400명 가량이 지난달 정규직화 대상이 됐다. 외주위탁 승무원은 포함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의 직접고용을 원칙으로 세웠다. 노사는 이들이 생명·안전업무 종사자인지를 두고 충돌했고 전문가에게 판단을 맡겼다. 승무원들은 이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들은 전문가들이 ‘그렇다’고 하면 직접고용 가능성이 높아지고 ‘아니’라고 하면 그 반대가 될 기로에 있다.

전국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가 7일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토론회를 열고 “코레일은 이제라도 승무원 업무가 생명안전업무임을 인정하고 반드시 직접고용해 국민과 철도의 안전을 실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코레일관광개발은 KTX 승무업무를 위탁받은 코레일 자회사다.

발제자로 나온 우지연 변호사는 “근본적으로 KTX 승무업무가 분리 도급이 가능한 업무인지를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 변호사는 분리될 수 없는 업무임에도 공무원 정원을 통제하려는 당시 정부 기조에 발맞추다 인위적인 분리가 진행됐다고 말했다. KTX가 개통된 2004년 코레일은 공무원 증원 억제와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승무 업무를 떼어 내 자회사에 위탁했다.

우 변호사는 불가능한 논리가 강화된 계기가 대법원의 2015년 ‘KTX 판결’이라고 했다. 대법원은 KTX 해고승무원의 근로자지위확인소송에서 ‘열차팀장은 안전업무, 승무원은 서비스업무를 맡고 두 업무는 구분된다’는 논리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승무원의 실제 사용자는 코레일’이라는 1·2심 판단이 뒤집혔다. 우 변호사는 “수많은 사람들이 대법원 판결을 두고 승무원 업무는 안전업무가 아니라고 했다. 왜곡된 부산물을 마치 본질인 것처럼 여기면서 우스운 세월을 보낸 것”이라 말했다.

하나의 업무를 분리한 결과 되레 훼손된 것은 안전 업무의 질이다. 14년차 승무원 김원희씨는 “비상 상황은 경중의 차이일 뿐 매일같이 일어나는데 안전관련 방송은 열차팀장만이 할 수 있어 신속 처리가 힘들다. 승무원에게 주던 비상약도 어느 순간부터 지급 중단돼 필요시마다 열차팀장을 기다려야 한다”고 밝혔다.

KTX 열차팀장인 김세훈씨는 “사고 발생 시 승무원들은 어떤 조치를 하든 법에 걸리게 된다”고 말했다. 맡지 않은 안전업무를 수행하면 파견법을 위반하게 되고, 안전 조치를 하지 않으면 열차 내 안전 유지 의무를 규정한 철도안전법을 위반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이런 생각을 가지고 일하는 승무원은 없다. 김원희씨는 승무원들이 안전 조치를 전담했던 2013년 동대구역 열차사고를 말하며 “(업무 분리에 대해) 단 1초도 고민하지 않았을 것”이라 지적했다.

▲ 전국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8월7일 오후 국회 앞에서 코레일 직접고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 전국철도노조 코레일관광개발지부는 8월7일 오후 국회 앞에서 코레일 직접고용 촉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손가영 기자

항공기 승무원 “승무업무=안전업무, 전문가 판단 왜 필요하냐”

아시아나항공 승무원 출신의 권수정 서울시의원은 “환자 한 명이 쓰러져도 관찰, 보호, 시간 체크, 장비 이동 등이 순식간에 이뤄져야 한다”며 “승무업무는 안전업무인데 전문간의 의견을 왜 들어야 하는지 황당하다”고 밝혔다.

권 의원은 또한 “열차 또한 비행기처럼 불특정 다수 승객이 타는 비예측성이 큰 곳”이라며 “항공기 승무원 업무 중 1순위가 비상탈출 관련, 2순위가 비행기 납치 및 위험물 보안 관련, 3순위가 승객지원이고 4순위가 기내 서비스다. KTX 승무원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세증 철도노조 정책실장은 “직접고용이 막힌 이유는 철도공사와 정부 관료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KTX 승무원 직접고용 논의가 지지부진한 배경으로 철도공사의 부정적인 입장을 들었다. 박 정책실장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청와대는 가치에 맞는 정책을 실현한다기 보다 사회적 주목도가 클 때 관심을 쏟는 것에 가깝다”며 “각 정부 부처에서 행정조정을 거쳐야 하는 일이기에 정부가 정책을 이행하는 집행과정 필요한데 모두 결정을 밀면서 표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코레일 내 파견·용역노동자 정규직화를 논의하는 노사전문가협의회 내 전문가들은 오는 24일 경 KTX 승무원의 안전업무 종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KTX 승무원들은 7일 토론회 개최 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금 당장이라도 달릴 수 있는 대륙철도에 승무원은 안전업무와 상관없는 서비스를 한다는 주장은 국민 생명과 안전에 최선을 다하는 정부 기조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네이버에서 손가영 기자의 기사를 구독해 주세요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전체선택후 복사하여 주세요. 닫기

4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