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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편-홈쇼핑 연계편성 “우리가 보는 방송은 사기다”

이명박 정부 때부터 이어져온 종편의 ‘약탈적’ 광고영업…“고지 안 하면 어떤 협찬 받더라도 법적 문제없는 상황”
제작협찬→간접광고 분류, 제작비 초과하는 협찬금은 받을 수 없도록 해야

2018년 08월 08일(수)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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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정원)은 2013년 10월12일 동아일보와 협찬계약서를 작성했다. “동아일보 자회사 채널A 방송프로그램”으로 편당 15분 프로그램 10편을 제작해 3개월간 방송하는 것으로 나와있다. 협찬금은 1억6500만원(부가세 포함). 예금주는 동아일보였다. 이는 최대주주가 이해관계에 따라 방송사 제작·편성을 좌지우지 못하도록 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송법 위반이다. 동아일보는 2014년에도 농정원과 거의 같은 계약서를 한 번 더 체결했다.

2. 조선일보 자회사 조선영상비전은 2012년 국제교류재단과 KF브라질 페스티벌 시리즈 협약서를 체결했다. 협약서에는 1억2000만원을 받고 조선일보 지면에 1회 이상 게재, TV조선 통해 1회 이상 방영이라고 나와 있다. TV조선은 2012년 12월5일 한국수출입은행에 보낸 공문에서 당시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을 TV조선이 주최하는 ‘2013 한국의 영향력 있는 CEO’로 선정했다며 2000만원의 협찬금을 요구했다.

3. MBN은 2014년 12월5일 한국수출입은행에 공문을 보냈다. 발신자는 MBN경제부, 공문은 MBN보도국장 명의였다. ‘수출입은행 관련 기획취재를 하려고 하니 1100만원 협찬금을 협조해달라’는 것이었다. MBN은 2012년 5월4일 한국마사회에 보낸 공문에서 ‘한국의 말’ 다큐 프로그램을 제작할 테니 제작 지원 금액으로 2억2000만원을 요구하기도 했다. 공문은 MBN보도국장 명의였다. 보도를 무기로 다큐 협찬금을 달라고 압박했다고 볼 수 있다.

▲ 2013년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과 동아일보(채널A)의 협찬계약서.
▲ 2013년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과 동아일보(채널A)의 협찬계약서.
19대 국회 당시 민주통합당 최민희 의원실에서 폭로했던 종편의 ‘약탈적’ 광고영업 사례다. 몇 년이 흐른 지금, 이 같은 관행이 과연 사라졌을까. 최근 종편과 지상파에서 홈쇼핑과 연계한 방송이 적발되었으나 방통위가 아무런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미디어오늘 보도 이후 협찬제도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8일 긴급 포럼을 열고 협찬의 행태를 진단하고 방통위에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미디어오늘은 앞서 방통위가 지난해 종편4사 방송 40일분을 조사해 110건의 연계편성 사례를 적발하고도 소극적으로 법을 적용한 채 종결 처리했다고 보도했다. 보도 이후 방통위는 지난 1일 점검결과를 뒤늦게 방통위원들에게 보고하고 개선방안을 공개했다. 김언경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은 이 같은 상황을 언급하며 “협찬을 위해 방송을 만들어내고 있는 사례가 도를 넘어섰다. 홈쇼핑 상품 판매에 불리한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영상과 대본까지 대행업자에 맡기며 소비자에게 잘못된 정보가 전달되고 있다. 우리가 보는 방송은 거의 사기다”라고 주장했다.

▲ 방송통신위원회의 종편-홈쇼핑 연계편성 실태점검 보고서.
▲ 방송통신위원회의 종편-홈쇼핑 연계편성 실태점검 보고서.
2015년 공개된 MBN 영업일지를 보면 광고주들을 방송내용을 주문·제작한 뒤 재방송을 요청하며 1~2회 재방에 2000~5000만원의 비용을 냈다. 재방을 요청한 날은 홈쇼핑에서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날인 경우가 많았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MBN영업일지는 방송이 어떻게 시청자를 농락했는지 보여줬지만 방통위는 아직까지 실태조사 외에는 뚜렷하게 개선한 것이 없다. 방송으로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공정거래위원회에 책임을 돌려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종편-홈쇼핑 연계편성이 의미하는 심각성은 보도를 비롯한 방송 전반에 광고가 침투해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실상 돈을 벌기 위해 프로그램을 만들고 뉴스를 만든다는 의미다. 최민희 의원실 보좌관 출신의 박진형 민언련 정책위원은 “적폐중의 적폐가 협찬제도”라고 강조하며 협찬제도의 문제점으로 △협찬의 허용범위와 기준에 대해 아무런 규정도 없다 △협찬에 대한 법적 규정이 모호하고 애해하다 △2010년 간접광고가 허용되며 협찬제도를 폐지하거나 최소화해야 했으나 간접광고와 구분되지 않는 협찬이 제작현장에서 입맛대로 혼용되며 시청자에게 혼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꼽았다.

박진형 정책위원은 TV조선 2017년 협찬매출이 광고매출의 78.4% 규모라는 방통위 결과를 전한 뒤 “협찬 매출이 광고 매출에 육박할 정도로 늘어났지만 이 수치를 있는 그대로 믿기도 어렵다. 협찬 매출을 현행법으로는 검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독립제작사가 따 낸 협찬의 경우도 지상파나 종편이 간접비나 송출료로 가져가고 있어서 협찬매출은 현재로선 확인 불가능하다. 박 위원은 “고지만 하지 않으면 어떤 종류의 협찬을 받더라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 2016~2017년 종합편성채널 광고 및 협찬매출 비교. 디자인=이우림 기자.
▲ 2016~2017년 종합편성채널 광고 및 협찬매출 비교. 디자인=이우림 기자.
예컨대 채널A는 2013년 한국수력원자력에 협찬계약서 공문을 보내고 ‘세계는 원자력으로(가제)’란 6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통해 국내 원전의 안전성 및 해외 원전 동향을 2013년 4월 중 1회 방송하겠으니 협찬금으로 1억1000만원을 달라고 요구했다. 연합뉴스TV도 한국수력원자력과 협찬약정서를 통해 2014년 12월부터 2015년 2월 사이 월성 1호기의 안전성·경제성 등을 강조하는 7편의 방송을 보내는 대가로 1억9800만원의 협찬금을 요구했다. 위 방송은 협찬고지를 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음성적 협찬이 늘어나는 이유다.

대안은 있다. 박진형 위원은 “방송법에서 협찬 개념을 새로 정의하고 협찬의 허용범위를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적시해야 한다. 제작협찬은 간접광고로 분류하고, 제작협찬을 받을 경우 제작비를 초과하는 금액은 받을 수 없도록 규정해 협찬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독립제작사 프로그램이 협찬을 받을 때 본사가 협찬 배분을 요구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상품권 등 현물 협찬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방통위
▲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방통위
이와 유사한 내용의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해 과방위에 계류되어 있다. 김언경 사무처장은 “방통위가 협찬 손보겠다고 말한지 3년이 지났다. 협찬 금지 품목도 정해져야 하고 무엇보다 협찬방송이란 점을 시청자가 인식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방통위의 역할을 강조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2002년 협찬고지에 대해 “협찬과정에서 방송프로그램 제작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여 방송프로그램의 상업성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시청자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이를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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