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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청년과 대화’ 자리에 가득찬 중노년 지지자들

박근혜 내각·친박 인사들 참석… 계엄령 문건, 강제징용 재판 관여 의혹엔 “나와 무관”
책 속엔 ‘박근혜 정부는 ‘개혁지향정부’, 탄핵 후 별명 ‘황교안정’ 자화자찬 일색

2018년 09월 08일(토)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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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청년을 만나다’ 출판기념회에선 정작 ‘청년’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난 8일 오후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출판기념회가 열린 서울 양재동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 3층 강당은 168석 좌석에 추가로 앉을 수 있는 의자까지 준비했지만 서 있는 사람들로 가득 찼다. 이날 출판기념회를 찾은 이들 대부분은 황 전 총리가 다니는 교회 관계자들이거나 중·노년의 지지자들이었다.

황 전 총리는 행사 중 사회자와 질의응답에서 책 제목을 ‘황교안의 답’으로 정한 의미에 대해 “전체 인구 27~30%가 되는 많은 청년이 지금 어렵고 힘들어하며 해결책을 잘 찾지 못하는 상황에 있는 것을 보고 내가 총리에서 물러나서도 관심을 가지고 챙겨보며 청년들과 (그동안 나눈) 대화들을 자료화할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하고 싶은 얘기를 쓴 게 아니라 청년들이 여러 기회에서 만났을 때 물었던 질문들, 청년이 듣고 알고 싶어 했는데 말할 기회가 없어 못다 한 얘기를 자료로 냈기 때문에 청년의 책이고 제목도 나의 답으로 쓴 것”이라고 밝혔다.

▲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양재동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를 찾은 이들의 책에 사인해 전달하는 모습. 사진=강성원 기자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8일 서울 양재동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열린 출판기념회를 찾은 이들의 책에 사인해 전달하는 모습. 사진=강성원 기자
황 전 총리의 말대로 그는 책에서도 “나는 이 책을 다양한 기회에 청년들과 만나 꾸준히 나눠 온 대화를 중심으로 구성했다”며 “내가 주장하거나 전달하고 싶은 내용보다는 주로 청년들이 궁금해하고, 필요로 하는 화제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나눈 이야기들”이라고 말했다.

황 전 총리는 청년들이 궁금해했던 질문에 대한 못다 한 답을 책에 담았다고 밝혔지만, 정작 책에는 청년들이 왜 이런 걸 궁금해했을지 의구심을 자아내는 질문들이 많았다. 물론 누가 그에게 이런 질문을 했고 실제로 받은 질문이 맞는지도 확인할 길은 없다.

총 4부로 구성된 책 2부(가볍게 티타임)는 ‘단문단답’이라고 소개돼 있으나 실제 단문(短問)에 대한 그의 답은 매우 장황하고 자화자찬 일색이다.

이를테면 ‘검사 시절에 색소폰 음반도 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혹시 어떤 특별한 계기로 색소폰을 연주하게 됐나’, ‘취미 생활도 하고 기부도 하고… 함께 도우며 사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도 꾸준히 노력해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에 관한 일화를 소개해 달라’는 등 청년의 궁금증이라기보다 자전적 성격의 질문에는 매우 구체적으로 본인의 일대기를 되짚어 준다.

특히 ‘편하게 묻고 친절하게 답하다’는 주제로 구성된 3부는 박근혜 정부에서 본인이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로 있으면서 국민의 지탄을 받으며 벌인 일들에 대한 ‘정신승리’에 가깝다.

황 전 총리는 ‘박근혜 정부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가장 적절한 말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박근혜 정부는 한마디로 ‘개혁지향정부’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든지, 박근혜 정부에 대해 ‘불통 정부’라고 지적한 기사를 두고는 “‘불통’이라는 부분은 특정 대통령이나 정부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소통의 부족도 문제일 수 있지만, 지나치게 과장되고 일방적인 홍보 역시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며 외려 현 정부의 소통 방향을 비판하는 듯 대답한다.

이 외에도 그의 책은 ‘국무총리 시절의 행보에 대해 부정적으로 묘사하는 기사를 접할 때마다 안타까웠다. 이 부분에 대해 어떤 입장인지 궁금하다’, ‘국무총리로 있을 때 위급한 상황에도 당황하지 않고 신속하고 적절한 대처로 무사히 위기를 극복한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달라’, ‘(박근혜 탄핵) 당시 정부가 중심을 잃지 않고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을 보면서 ‘황교안정’이라는 별명도 얻게 된 거로 알고 있다’는 등 청년들이 듣고 싶던 말인지, 본인이 항변하고 싶은 말인지 알 수 없는 질문들로 구성됐다.

▲ 지난 8일 서울 양재동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열린 황교안 전 국무총리 출판기념회 모습. 사진=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 지난 8일 서울 양재동 매헌윤봉길의사기념관에서 열린 황교안 전 국무총리 출판기념회 모습. 사진=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정작 그는 이날 출판기념회에서 사람들이 그에게 정말 듣고 싶은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의 물음에는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대답을 피했다.

황 전 총리는 “(기무사) 계엄령 문건을 보고받은 적 있느냐, 지시한 적이 있느냐”고 물었을 때 “없다”고 했다. 자신이 박근혜 정부에서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사건 ‘재판 거래’ 의혹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내가 어떻게 관여하나. 가능한 일이 아니잖느냐. 내가 맡은 일이 아니다”고 전면 부인했다. “오늘 자유한국당에 편중해 많은 분이 왔는데 직접 초청한 것이냐”는 물음엔 “여러분들은 어느 당에 편중돼 있느냐. 자유롭게 온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날 행사에는 한국당에서 강효상·김정훈·김진태·송언석·원유철·유기준·윤상직·이채익·정종섭·추경호 의원 등이 참석했다. 박근혜 정부 내각 인사로는 정홍원 전 국무총리와 김현웅 전 법무부 장관,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최양희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홍용표 전 통일부 장관 등이 얼굴을 비췄다. 조원진 대한애국당 대표의 화환과 윤상현 의원의 축기도 보였다.

이번 출판기념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한국당) 당권이나 차기 대권에 도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도 쏟아졌지만 “그런 말을 잘 듣고 있다”, “지금은 청년 등 우리 사회에 어려운 이들을 챙기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는 등 모호한 대답으로 일관했다.

‘청년에 대한 말을 많이 했는데 오늘 청년들이 많이 안 왔다’는 한 기자의 질문엔 “청년들이 많이 왔다”고 답했다. ‘오늘 온 이들을 황 전 총리를 중심으로 하나의 세력이 될 수 있다고 보느냐’는 물음엔 “지금 청년들이 어려운 것을 보니까 너무 안타깝다”거나 ‘재임 기간 아쉬운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재임 기간이 길지 않아 뜻했으나 이루지 못한 부분이 많아 안타깝다. 노동·교육개혁은 지금도 많이 해결되지 않고 있어 아쉽다”는 등 우회적으로 현 정부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다.

결국 이날 황 전 총리가 마련한 출판기념회는 그와 대화를 나눴다는 ‘청년’은 없고, 향후 정치권 진출을 노리는 그의 ‘청사진’으로 가득한 자리였다. 그는 이날 “나라가 어렵지만 같이 힘내고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행사를 마쳤다. 그가 대화했다는 청년은 묻지 않은, 지난 정부에서 벌어진 초유의 국정·사법 농단에 대한 책임과 반성은 없던 ‘황교안의 답’은 그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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