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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보영 판사가 시위대에 밀렸다? 동아일보 기사 ‘오보’

쌍용차지부, 허위 보도 동아일보에 정정보도·손해배상 청구… “사실 왜곡에 해고자들 더 큰 상처”

2018년 09월 11일(화)
강성원 기자 sejouri@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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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대법관 퇴임 후 ‘원로법관’으로 첫 출근하는 박보영 판사를 만나러 지난 10일 전남 여수시법원으로 찾아갔지만 결국 면담을 거부당했다.

최근 드러난 양승태 사법부 재판거래 문건과 관련해 박 판사가 주심 대법관 시절 내린 쌍용차 정리해고 사건 파기환송 판결에 대한 해명과 사과를 듣기 위해서였다.

[ 관련기사 : “박보영 주심 쌍용차 판결 후 피눈물 잊을 수 없다” ]

박 판사는 출근 시간 9시가 훌쩍 지난 9시 반쯤 돼서야 출근했다. 이에 기자들은 출근하는 박 판사에게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작성된 재판 거래 문건대로 ‘정말 국정에 협조했는지’, ‘어떻게 9개월 만에 2심 판결을 뒤집혔는지’ 등을 물었지만, 그는 대답 없이 법원 안으로 들어갔다.

이 과정에서 취재진과 경호 인력이 뒤엉켜 박 판사가 비틀거리기도 했지만 다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데 11일자 동아일보는 관련 지면 기사 제목을 “험난했던 ‘시골 판사’의 첫 출근길… 시위대에 밀려 넘어지기도”라고 보도했다.

▲ 동아일보 11일자 12면.
▲ 동아일보 11일자 12면.
동아일보는 기사 본문에 “ 현장에서는 고성이 오갔고, 박 전 대법관이 인파에 휩쓸려 넘어지기도 했다. 박 전 대법관이 면담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노조원들은 법원 민원실에서 난동을 부렸다”고 하면서 마치 박 판사가 시위대에 밀려 넘어진 것처럼 기사 제목을 작성한 것이다.

이날 현장을 취재한 다른 기자들이 쓴 기사들을 보더라도 박 판사와 쌍용차지부 조합원들 간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뉴시스는 “법원 앞마당에서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들은 경호 인력과 심한 몸싸움 벌였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법관이 잠시 중심을 잃기도 했으나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고 전했다. 연합뉴스와 KBS도 “취재진과 경호 인력에 뒤엉키면서 박 전 대법관이 비틀거리기도 했다”, “취재진과 경호 인력 간에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현장을 촬영했던 이창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 전 기획실장 등에 따르면 해고 노동자들과 민주노총 조합원들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고, 대표단 5명이 2층 민원실에서, 나머지 20여 명은 정문 밖에 있었다.

쌍용차지부 측은 “박보영 판사는 9시25분 차를 타고 정문을 통과했고, 경호원들이 정문을 닫아 조합원들은 법원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며 “승용차에서 내린 박 판사가 기자단 앞에서 간단히 꽃다발을 받고 출근 인사를 하려고 할 때 한 방송사 기자가 ‘재판 거래한 것 인정하십니까’라고 질문하자, 경호원이 막아섰고 경호원과 기자들에 에워싸여 들어가다 넘어졌다”고 설명했다.

10일 SBS ‘8뉴스’ 리포트 갈무리.
10일 SBS ‘8뉴스’ 리포트 갈무리.
쌍용차지부는 이날 동아일보 기사 제목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며 언론중재위원회에 정정보도와 함께 3000만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쌍용차지부는 “당시 상황을 보도한 타 언론들도 어수선한 상황이었지만 이를 시위대에 밀렸다는 왜곡된 상황으로 전하지는 않고 있다”며 “사실을 왜곡한 중대한 사안이므로 1면에 제목이 잘못됐다는 것을 사과하고 정정보도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쌍용차지부는 “동아일보의 허위 보도는 해고 노동자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실추시켰다. 정리해고와 국가폭력의 트라우마로 30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동아일보의 왜곡 보도로 해고 노동자들은 더 큰 상처를 받았다”며 “시급히 명예회복이 이루어지기 위해 추석 명절 전에 정정보도가 실릴 수 있도록 심문기일을 잡아달라고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쌍용차지부는 “‘시골판사’ 박보영, 첫 출근길서 시위대에 봉변”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한 세계일보와 “쌍용차 해고노동자 등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 측과 이를 막는 법원 경호 인력 사이에 격렬한 마찰이 빚어졌다”고 기사를 작성한 한국일보 측에도 기사 정정을 요구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박 판사는 쌍용차 정리해고 재판에 대한 입장은 밝히지 않은 채 “고향 쪽에서 근무하게 돼 기쁘다. 초심을 잃지 않고 1심 법관으로서 소임을 다하겠다”는 첫 출근 소감만 간략히 밝혔다.

김득중 쌍용차지부장은 “쌍용차 정리해고 재판에서 해고가 왜 정당했는지 이유를 듣고 싶어서 박 전 대법관을 만나고 싶었지만 판사실 문은 열리지 않았다”며 “박 전 대법관의 입장을 확인할 때까지 여수시법원 앞에서 집회나 1인 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이창근 전 기획실장도 11일 오전 대한문 브리핑에서 “박보영 전 대법관에게 기자들이 한마디 해달라고 그렇게 많이 요청했는데도 ‘시골 와서 기쁘다 열심히 하겠다’고만 말해 매우 실망스러웠다”며 “쌍용차 사법농단 문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밝혀질 문제이고 거기서 박 전 대법관은 앞으로 우리와 운명적으로 만날 위치에 있음을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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