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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10년 만에 돌아온 ‘세금폭탄’ 프레임

[아침신문 솎아보기] 정부 부동산 종합대책에 ‘세금폭탄’ 프레임, ‘선의의 피해자’ 과도한 조명, 기승전 ‘공급확대’ 논리도

2018년 09월 14일(금)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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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한 분이 나를 붙잡고 힐난을 했다. 지난 정권이 세금을 너무 올려놔서 힘들어 죽겠다는 것이다.” 2009년 발간된 유시민 작가의 저서 ‘후불제 민주주의’의 한 대목이다. 그러나 이 유권자는 참여정부에서 추진한 종합부동산세 징수 대상이 아니었다. 유 작가는 ‘세금폭탄’ 프레임의 효과라며 “선출되지도 않았고 교체될 일도 없는 최강 권력 보수언론. 그들이 퍼뜨린 세금폭탄론의 위력은 이렇게 컸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가 13일 부동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목적은 ‘투기’를 막고 집값을 안정화하는 데 있다. 정책은 크게 네 가지다.

첫째, ‘종부세’를 강화했다. 과세표준 3억 원 초과 6억 원 구간을 새로 만들고 과세율을 높였다. 또한 추가과세대상에 조정지역 2주택자를 포함했고, 초고가 주택에 세율을 높였다. 참여정부 때보다 강한 종부세라는 평가가 나온다.

▲ 14일 중앙일보 기사.
▲ 14일 중앙일보 기사.

둘째, 주택담보대출이 깐깐해진다. 집이 한 채라도 있으면 규제지역에 집을 살 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게 했다. 지금까지는 ‘투기지역’이라도 집값의 40%까지는 새 집을 담보로 잡아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셋째, ‘임대사업자’ 혜택을 대폭 축소한다. 임대사업자에게 쉽게 대출을 해주는 기존의 정책이 투기를 조장했다는 비판을 받는 상황에서 대출 한도를 절반으로 낮추고, 세금도 이전처럼 깎아주지 않는다.

넷째, ‘양도세’ 면제 기간을 줄였다. 지금까지는 조정대상 지역에 집을 새로 사는 경우 원래 집을 3년 안에 팔면 양도세를 면제했는데 이 기간을 2년으로 줄인다. 2주택자에게 집을 빨리 팔도록 촉진하겠다는 취지다.

발표 다음날인 14일 보수언론은 반발했다. 2006년 참여정부 부동산 대책 때 나왔던 레퍼토리가 반복되는 모양새다.

우선, 마치 많은 시민들이 당장이라도 세금을 내야 할 것 같은 ‘세금폭탄’ 프레임이 부활했다. 중앙일보는 “세금폭탄 내세운 반쪽 부동산 대책 성공할까” 사설에서 “징벌적 세금폭탄만으로는 집값을 잡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조정 대상지역 내 2주택자와 3주택 이상인 자는 세금폭탄을 피할 수 없게 된다”(조선일보) “고가 다주택 22만명에 종부세 폭탄”(매일경제) “메가톤급 대출 규제와 세금폭탄을 동시에 쏟아내면”(한국경제) 등 ‘세금폭탄’이라는 용어가 이어졌다. 

누구에게 세금이 폭탄이 된 걸까. 보수신문은 이번 정책의 핵심 대상을 빗겨가 평범한 사람들의 피해를 부각했다.  

대표적인 게 ‘1주택자’의 피해다. 중앙일보의 1면 머리기사는 “1주택자도 집 더 살땐 대출 못 받는다”이고 지면을 넘기면 “집한채 40대 ‘투기꾼도 아닌데 왜 세금 많이 내야하나’”는 반발이 나온다.  이 기사에서 송파구 잠실동에 사는 1가구1주택자 이모씨는 “이젠 빚 내서 세금을 내야 할 판”이라며 분통을 터뜨린다. “아크로리버파크 한 채만 있어도... 보유세 40% 늘어 1138만원”(매일경제)도 비슷한 기사다.

▲ 14일 보수신문 사설.
▲ 14일 보수신문 사설.

이 같은 반발은 다소 과장된 면이 있다. 우선, 1주택자라 해도 시가 18억 원 미만이면 변함 없다. 시가 18억 원인 ‘똘똘한 한 채’에는 현행보다 0.2%~0.7%포인트 높은 세율이 매겨지는데 세부담은 현재보다 10만원 가량 늘어나는 수준이다. 한겨레는 “과표가 12억원인 경우 1주택자의 세부담은 357만원, 다주택자는 717만원 늘어나지만 지난해 종부세 과표가 12억원 이상인 사람은 모두 합쳐 전국에 8895명뿐”이라고 지적했다. 

종부세 자체가 다주택자 징수 세금이 아니라 ‘불로소득’ 환수에 목적이 있고, 강남 등 특정지역에서 누리는 온갖 혜택에  부과하는 세금이라는 취지를 감안하면 1주택자의 종부세 징수를 문제라고 볼 수 없다.

이밖에도 다양한 ‘선의의 피해자’가 등장한다. 매일경제는 “전문가들은 세 부담이 전세나 월세 세입자에게 전가될 수 있고 전세자금대출 규제로 인한 선의의 피해자 발생을 우려한다”며 세입자를 내세웠다. 한국경제는 “거래 급감으로 인해 집을 처분하지 못하는 선의의 피해자”를 걱정했다. 물론, 일부 피해가 발생하겠지만 전면에 내세울만한 피해라고 보기는 힘들다.

기승전 ‘공급확대’ 보도도 다시 쏟아졌다. 정부는 ‘공급확대’ 방안도 조만간 공개하겠다고 밝혔을 뿐 이날 구체적인 내용은 뺐다. “수요만 억누르는 대책은 반짝효과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매일경제를 비롯해 “하루 빨리 재건축, 재개발 같은 공급 확대책과 거래세 조정안”(중앙일보) “추후 공급대책이 관건”(한국경제) 좋은 주택이 계속 공급된다는 신호를 시장에 주면 시장은 안정세로 바뀔 것”(조선일보) 등 대동소이한 주장이 이어졌다.

한 마디로 신도시 만들고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 시장이 안정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정작 투기 위험 언급은 찾아보기 힘들다. ‘공급’중심의 부동산 정책은 이미 이명박 대통령 때 선보였으나 그 결과가 현재의 대한민국이다.

프레임 싸움은 지금부터다. 종부세 강화 등 이번 정책의 골자는 정부 발표만으로 적용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본격적인 논의는 시작도 되지 않았다. 정부의 공급확대 정책 역시 아직 나오지 않았다. 14일을 기점으로 보수언론의 반발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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