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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의 시대

[기자수첩] 저널리즘을 고민하는 휴머니스트들의 성공을 바란다

2018년 10월 07일(일)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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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동 KBS사장, 최승호 MBC사장, 박정훈 SBS사장, 정찬형 YTN사장, 장해랑 EBS사장, 한용길 CBS사장, 이강택 tbs교통방송 대표 내정자까지…이들은 모두 PD다.

특히 양승동․이강택(KBS), 최승호․정찬형(MBC)의 경우 공정방송투쟁의 맨 앞에서 싸웠던 대표 얼굴들이다. PD직군 인사가 주요 방송사 사장직에 ‘모조리’ 선출된 경우는 한국방송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이만큼 진보적 인사들이 대거 방송사 사장이 된 경우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

대개 방송사 사장은 기자직군의 몫이었다. 사장을 꿈꾸는 기자는 많지만 사장을 꿈꾸는 PD는 거의 없기도 하거니와 PD들의 목표는 보통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 그 이상을 벗어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PD들은 문재인정부 들어 대거 사장이 되어야했다. 우연일까. 이 정도면 우연은 아닌 것 같다.

이명박․박근혜정부 9년을 돌아보자. 김재철, 김장겸, 김인규, 고대영, 배석규. 공영방송사를 망치며 이름 날린 사장가운데 다섯을 꼽으라면 아마 열에 아홉은 이들을 꼽을 것이다. 이들은 모두 기자출신이다. 돌이켜보면 방송사 구성원들이, 나아가 새로운 시대가 기자 출신 사장을 피했다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지금 국면에선 PD출신의 사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PD들의 장점을 생각해본다. PD들은 모험을 받아들이고 즐긴다. 만약 기자 출신 사장이라면 ‘무한도전’을 멈추는 무모한 도전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드라마․예능․교양․뉴스, 그리고 라디오까지…PD들을 관통하는 또 한 가지는 ‘휴머니즘’이다. 능력 있는 PD들은 대부분 저널리즘을 고민하는 휴머니스트다.

이명박·박근혜정부에서 파업을 반복했던 KBS․MBC․YTN 구성원들은 내부 적폐를 청산하고 협업 가능한 조직문화를 만들며 채널 경쟁력까지 높여야 하는 어려운 과제 앞에 놓여있다. 지상파의 경쟁력은 무엇으로 복원 가능할까. 유튜브에도 종합편성채널에도 케이블채널에도 없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휴머니즘이다.

지난 보수정부 9년 간 기자가 마주했던 기자 출신 지상파 경영진은 보도국 장악에 힘을 쏟으며 제작파트를 돈 벌어오는 사업부서 쯤으로 받아들이는 기질이 강했다. 이에 적지 않은 PD들이 지상파를 떠났다. 이 과정에서 비정규직 차별은 심해졌고, 인턴이란 이름으로 방송사 ‘밑바닥’을 경험한 젊은 예비방송인들은 공정방송 쟁취를 위한 파업마저 등을 돌렸다.

예능과 드라마부터 교양과 시사, 라디오와 뉴스까지 아침부터 밤까지 24시간 편성 곳곳에 휴머니즘이 녹아들어야 한다. 감동을 줘야 한다.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다시, 보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PD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오늘의 시대는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도 휴머니즘을 요구하고 있다. 살인적인 밤샘노동을 없애고, 차별을 타파하며, 인간다운 대우는 늘려야하며, 창발성을 보장하며 실패할 자유를 열어줘야 한다. 일하고 싶은 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얼마 전 지상파4사는 언론노조와 산별협약을 체결하고 노동조건 향상과 제작 자율성 강화를 위한 조치에 합의했다. 역사적인 첫걸음이었다. 시청률보다 중요한 지상파 신뢰도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그래도 ‘PD의 시대’가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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