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왼쪽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시청자위원회로 노조가 방송장악? 조선일보의 ‘오버’

[비평] 시청자위 개선 권고안을 ‘지침’ ‘의무화’로 표현, ‘노사합의로 위원 추천위 구성’을 ‘노조 참여 의무화’로 호도

2018년 10월 09일(화)
금준경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공유하기

URL복사URL복사

URL 복사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AD FREE

‘노동조합’은 한국사회에서 부정적인 시선을 받고 있다. 특히 노조의 ‘무리한 요구’와 ‘횡포’ 프레임은 분노를 유발하는 단골 소재다. 이 같은 분노유발은 지금껏 보수신문들의 ‘장기’였다. 

지난 6일 조선일보 1면 기사도 그렇다. 기사 제목은 “방송사 시청자委에 노조 참여 의무화 경영진한테 프로그램 보고도 받는다”였고 이어지는 부제는 “방통위, 52개 방송사에 지침 野 ‘시청자위가 검열기구 될 것’, 방송계 ‘편성·경영 자율성 침해’”였다.  

기사의 첫 문장은 “방송통신위원회가 최근 방송사 시청자위원회에 노동조합 참여를 의무화하고, 시청자위가 방송 프로그램 편성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5일 확인됐다”는 내용으로 시작한다.

▲ 지난 6일 조선일보 1면 '방송사 시청자委에 노조 참여 의무화 경영진한테 프로그램 보고도 받는다' 기사.
▲ 지난 6일 조선일보 1면 '방송사 시청자委에 노조 참여 의무화 경영진한테 프로그램 보고도 받는다' 기사.

방송사들의 반발에도 방송사 시청자위원회에 ‘노조 참여’가 의무화되고, 시청자위가 경영진 보고까지 받게 되며 ‘검열기구’라는 우려까지 나온다는 논조였다. 그러나 이 기사에는 몇가지 왜곡에 가까운 함정이 있다.

첫째, ‘시청자위원회에 노조 참여’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누가 보더라도 이 표현은 시청자위원회 내부에 노조가 들어가는 내용이 ‘의무’가 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과 다르다. 정작 이어지는 기사 내용을 보면 “방통위는 시청자위원 선정위원회를 ‘노사 합의’로 구성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즉 ‘시청자위원회’가 아니라 시청자위원회의 위원을 선정하는 ‘시청자위원회 선정위원회’를 노사 합의로 구성토록 한다는 내용이다. 

그동안 방송사 시청자위원회는 사측이 일방으로 구성해 외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방송을 개선한다는 취지를 훼손해왔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이를 보완하려고 노동자를 대표하는 단체인 노조와 사측이 합의로 시청자위원을 선정하는 위원회를 만들도록 했다. 무엇이 큰 문제인가.

▲ 방통위의 시청자위원회 개선 권고안.
▲ 방통위의 시청자위원회 개선 권고안.

둘째, ‘의무화’ ‘지침’이라는 표현이 과도하다. 방통위가 만든 안은 어디까지나 ‘권고안’이고 이 권고를 받아들이는 건 각 방송사의 자율적인 판단에 달렸다. 물론, 재승인을 받아야 하는 방송사 입장에서 눈치를 볼 수 있다는 주장은 가능하다. 그러나 정말 방통위가 이 같은 사항을 강제하려 했다면 권고안이 아니라 방통위의 권한으로 개정이 가능한 방송법 시행령을 건드렸을 것이다.

셋째, 기사에서 인용한 ‘멘트’가 사안을 호도하고 있다. 기사에서 자유한국당 박성중 의원은 “현 여권과 가까운 노조를 통해 시청자위를 장악하고 공영방송뿐 아니라 민영방송까지 좌지우지하려는 정권 차원의 시도”라고 말했으며 “노조가 참여한 시청자위에서 방송 프로그램 내용을 검열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익명의 자유한국당 관계자는 “방송을 장악하려는 의도가 뻔한 방통위 권고를 무력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안의 성격에 비해 과도한 해석과 반발이 이어지는데 조선일보는 여과 없이 기사 곳곳에 배치해 ‘심각한 사안’인 것처럼 읽히게 했다.

넷째, 이 ‘권고안’이 만들어진 절차와 맥락을 충분히 전달하지 않았다. 이번 권고안은 ‘지역성’을 대표하는 시청자위원을 선임하게 하고 선임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등 전반적 제도개선이 담겼는데 조선일보는 ‘노조’ 관련 내용만 솎아내 문제제기하고 있다. 

또한 권고안은 외부 인사들로 구성된 방통위 시청권보장위원회의 의결을 통해 만들었다. 시청권보장위는 여야 방통위 상임위원이 합의해 구성했다. 만일 이 기구에서 나온 내용이 자유한국당과 조선일보의 우려를 살 만큼 과도한 조치였다면 왜 자유한국당 방통위 상임위원이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을까.

조선일보는 이번 사안에서 이해관계 당사자다. 조선일보가 겸영하는 TV조선은 이번 권고의 대상자다. 앞서 2014년 국회가 ‘노사동수 편성위원회 설치 의무화’ 대상에 종편을 넣는 방안을 추진하자 조선일보는 “민간방송까지 모두 ‘노영 방송’ 만들겠다는 건가”란 제목의 사설을 내고 강하게 반발한 전례도 있다. 또 한 번 노조에 분노를 유발하는 내용으로 채워진 이번 기사는 누구를 위한 것이었나. 

네이버에서 금준경 기자의 기사를 구독해 주세요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전체선택후 복사하여 주세요. 닫기

3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