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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계리 핵실험장 사찰단 파견 혹평할 자격 있나

[기자수첩] 외신보도 인용해 폼페이오 장관 방북 성과 비난…5개월 전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당시 믿을 수 없다고 했던 언론 정작 검증 조치 내놓자 평가절하

2018년 10월 09일(화)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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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4번째 방북길에 올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다. 폼페이오 장관은 김 위원장을 5시간 30분 동안 접견했다. 공식 발표를 하지 않았을 뿐 공개된 합의 이외에 여러 얘기가 오고갔을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런 가운데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성과를 언론이 외신을 인용해 비판하면서 이중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국무부는 이번 방북에서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며 구체적으로 국제 핵 사찰단이 방북할 것이라고 밝혔다. 풍계리 핵 실험장을 핵 사찰단이 둘러보고 폐쇄 여부를 검증하는 것을 북한과 합의했다는 내용이다.

이에 외신은 혹평을 쏟아냈다. 문제는 외신보도를 무비판적으로 인용한 국내 언론보도다. 지난 5월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때 정작 완전 폐쇄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고 주장했던 게 우리 언론인데, 외신이 폐쇄 검증을 위한 사찰단 파견에 부정적이라는 보도가 쏟아지자 180도 변신했다.

세계일보는 안드레아 버거 미들베리 국제문제연구소 선임 연구원이 출연한 미국 NBC 방송을 인용해 “북한이 같은 자동차를 미국에 두번 팔았다”며 “미국이 북한의 새로운 행동이나 새로운 시설을 감시하는 게 아니라 이미 버려진 장소에 간다”고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북한의 풍계리 시설에 대한 약속에서 진정으로 알 수 있는 것은 김 위원장이 겉치레 양보를 하면서 몇 개월 동안의 시간 벌기를 하는 달인의 경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이라는 비핀 나랑 MIT 교수의 트위터 내용도 인용했다.

파이낸셜뉴스는 “핵실험장 사찰 허용은 북한이 대화를 지속하고 싶다는 강한 신호지만 그 자체가 중요한 군축 조치는 아니다”는 미 과학자연맹 애덤 마운트 선임연구원을 인용한 뉴욕타임스 보도 내용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美 전문가들 <김정은 재포장 기술에 폼페이오 놀아났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여러 외신을 인용하고 “지난 5월 외신기자단을 초청해 폭파했던 핵 실험장을 이번엔 사찰단을 불러 ‘중대한 진전’이라며 다시 포장해 팔아 시간 끌기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보고하기 전 다른 합의 내용을 발표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된다. 다만, 이미 공개된 풍계리 핵실험장 등에 대한 사찰단 파견 합의에 대해 외신을 인용해 평가절하하는 게 국내 언론 보도의 초점이다.

하지만 불과 5개월 전까지만 해도 언론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에 완전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중앙일보는 당시 “북한은 당초 한미 전문가들도 초청하겠다고 했지만 이 약속은 어겼다. 폐기 전 갱도 내 사찰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고,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 취재를 했던 미국 CBS 뉴스 소속 벤 트레이시의 말을 인용해 “그들이 핵실험장을 폐기했단 걸 보여주는(show)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이날 폭파된 갱도가 향후 복구 불가능한지도 확실치 않다. AP는 ‘이날 폐기가 돌이킬 수 없는(irreversible) 것은 아니며, 진정한 비핵화를 위한 트럼프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선 더 많은 중대 조치들이 수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세계일보는 현장 공동취재단을 인용해 육안으로 봐 확신하지 못한다며 전문가를 초청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여부 검증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현장.(사진=사진공동취재단/노컷뉴스 자료사진)
▲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현장.(사진=사진공동취재단/노컷뉴스 자료사진)

핵실험장으로 언제든 쓰일 수 있는 3~4번 갱도 폭파에 대해선 의미를 부여하면서도 전문가가 직접 참관하지 않았고 검증하지 않은 이상 완전폐기를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이번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해 풍계리 핵실험장 국제 사찰단 파견이라는 합의가 나오자 이미 폐기한 곳에 사찰을 하는 건 북의 기만술에 넘어간 것이라고 혹평하는 외신을 적극 보도하고 있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에 사찰단 파견을 허용한 것은 ‘믿지 못 하겠다’는 국제사회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외신과 국내 언론이 한 목소리를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두고 부정적인 보도를 해온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하지만 막상 핵실험장 국제사찰단 파견 카드를 꺼내자 이번엔 ‘별 게 아니다’며 딴지를 거는 셈이다.

최소한 과거 해왔던 주장대로라면 사찰단 파견을 통해 풍계리 핵실험장 완전 폐쇄 검증 절차를 밟는 것은 의미있는 조치라고 보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외신보도를 인용했을 뿐이라며 뒤에 숨어 불과 5개월 전 했던 주장을 손바닥 뒤집듯 하는 건 비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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