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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부가 판단하면 가짜뉴스? 박광온 의원이 틀렸다

[해설] 선관위·중재위·사법부가 가짜뉴스 판정하고, 방통심의위가 처리하면 문제 없다?
선관위는 의혹제기를 허위사실로 간주, 죄 입증만 따지는 사법부 판결은 절대적 기준 보기 힘들어

2018년 10월 11일(목)
금준경·박서연 기자 teenkj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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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의 ‘가짜뉴스’(허위조작정보) 대응이 논란인 가운데 관련 입법을 주도하는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자신의 법안은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주장을 따져보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박광온 의원은 1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신이 발의한 가짜뉴스 법안 및 정부 대응과 관련해 “허위조작정보가 표현의 자유인가”라며 다음과 같이 밝혔다.

“5·18은 북한군이 저지른 만행이다. 노회찬 의원이 타살됐다. 조의금을 정의당이 가져갔다. 김성태 대표가 자작극을 벌였다. 가짜뉴스는 여야를 막론하고 모두가 피해자다. 이미 사회악 수준이다. 정부가 나서서 가짜를 가리겠다 이게 아니다. 제가 낸 법안은 법원 판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공표한 내용, 언론중재위원회에서 사실이 아니라고 결정한 정보, 언론사가 스스로 정정보도를 한 경우 등을 가짜뉴스로 규정한다는 거다. 독립기구인 사법기관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판단한다.”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 사진=민중의소리.
▲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가운데). 사진=민중의소리.

즉, 자신의 법안은 정부가 판단하지 않고 이미 명백히 사실이 아닌 내용만을 대상으로 하고 독립기구에서 전담하기 때문에 우려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강상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은 박광온 의원의 지적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박광온 의원의 법안이 가짜뉴스의 기준을 과도하게 정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법안보다는 덜 위험하고, 기준이 명확한 점에서는 비교적 낫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박광온 의원이 밝힌 기준 가운데 ‘중앙선관위에서 판단한 허위사실’을 가짜뉴스로 볼 수 있을까. 중앙선관위는 사법 기구가 아닌데도 무리하게 허위사실 여부를 판단해오고 있다는 맥락을 고려해야 한다.

이 문제가 드러난 대표적인 사건이 뉴스타파가 보도한 나경원 의원 자녀의 대입 부정입학 의혹이다. 20대 총선 당시 인터넷선거보도심의위원회는 뉴스타파에 중징계를 내렸고, 중앙선관위는 허위사실이라는 이유로 관련 의혹을 제기한 게시글을 다수 삭제했다. 그러나 뉴스타파는 최근 2심 판결에서 일부 허위가 있지만 합리적 근거를 갖춘 의혹이라는 판단을 받았다.

법원 판결은 어떨까. 손지원 오픈넷 변호사는 “피고인이 무죄선고를 받으면 죄를 저지른 사실이 없다는 점을 확정하는 게 아니라 유죄의 증명이 안 된다는 의미“라며 ”증거가 확실히 나오지 않아 진실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들은 다 허위로 취급돼야 하고, 일체의 의심이나 의혹제기를 못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김해호 목사는 2007년 대선 한나라당 경선 당시 박근혜 후보자의 최태민 유착 의혹을 제기했다 처벌 받았다. 잇따른 재심사건에서 보 듯 사법부가 항상 옳은 것도 아니다.

박광온 의원은 정부가 아니라 독립기구에서 전담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들 기구가 완전히 독립된 판단을 내릴 수 있을까.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형식만 독립기구다. 정부여당에서 위원을 6명, 야당에서 3명 추천해 정부여당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 방통심의위는 정치심의로 오랜 기간 논란이 됐고 지난해 국정감사 때는 방통심의위에 개입한 박근혜 정부 청와대 문건이 나왔다. 박근혜 정부 방통심의위는 메르스 괴담, 세월호 국정원 개입설 등의 인터넷 게시물이 허위사실이라며 삭제했다. 이런 기구가 독립적으로 심의를 할 수 있을까. 

언론중재위원회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입김에서 자유롭지 않다. 사법부는 행정부와 독립돼 있지만 최근 ‘사법농단’사태에서 보 듯 정치적인 독립은 요원한 상황이다.

▲ MLB파크의 댓글. 지난 총선 기간 이 댓글은 허위사실 유포로 볼만한 내용이 없는데도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 MLB파크의 댓글. 지난 총선 기간 이 댓글은 허위사실 유포로 볼만한 내용이 없는데도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로 삭제됐다.

박광온 의원이 만든 ‘가짜뉴스’의 기준은 자신이 문제로 제시하는 ‘가짜뉴스’에 대응할 수 없다는 모순도 있다. 박 의원은 가짜뉴스의 사례로 ‘노회찬 의원 타살’ ‘정의당의 노회찬 의원 조의금 착복’ ‘김성태 대표 폭행 자작극’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같은 내용은 언론 보도가 아니기 때문에 언론중재 대상도 아니고, 관련 재판도 없어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지도 않았다.

정부여당은 명백한 허위조작정보에 한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여러차례 밝히며 정치적으로 악용하지 않을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선한 의도에서 시작했다고 해서 반드시 선한 결과가 뒤따르는 건 아니다. 

참여정부 때 만든 임시조치는 무분별한 인터넷상의 명예훼손으로 인해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신고만 있으면 게시글을 차단할 수 있게 만든 제도다. 그러나 실제로는 기업과 정치인이 자신에 대한 비판을 봉쇄하기 위한 제도로 악용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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