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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선권 냉면 발언은 왜 ‘갑툭튀’ 됐을까

정진석 의원 질문 뒤 기정사실화, 통일부장관 해임 건의까지…두달 전 발언 갑자기 튀어나와, 왜곡 역풍 가능성도

2018년 11월 01일(목)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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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이 지난 9월 방북한 재벌 총수들에게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고 했다는 발언을 두고 공방이 일고 있다.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지난달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평양 옥류관에서 대기업 총수들이 냉면을 먹는 자리에 리선권 위원장이 나타나 정색을 하고 ‘아니,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니까’라는 보고를 받았냐”고 질문하면서 논란이 확산됐다. 당시 조명균 통일부장관은 해당 질문에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고 답하면서 기정사실화됐다.

이후 자유한국당은 리선권 위원장을 발언을 전면에 내세워 남북관계발전에 눈이 멀어 자존심도 세우지 못하고 비굴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에 대한 책임으로 조명균 통일부장관의 해임건의안까지 제출했다.

하지만 곳곳에서 리선권 위원장이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는 반박이 나오면서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모양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재벌 총수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리 위원장의 발언 내용을 확인했는데 그런 일이 없다는 답변을 얻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공방에 불을 붙였다.

리 위원장의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라는 발언이 사실이라면 그 배경은 남북관계가 발전하는데 남한 기업들이 주도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하지만 손님을 접대하는 자리에서 해당 발언을 했다고 하면 무례하고 부적절한 내용임이 틀림없다. 리선권 위원장의 발언이 주목을 받은 것도 누가 봐도 적절치 않았고 오히려 남북관계를 훼손할 수 있는 돌출적인 내용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같은 발언이 전혀 나오지 않았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팩트를 왜곡하면서까지 정치공세에 나섰다는 역풍이 불 수 있다. 

리 위원장 발언의 진위 여부를 놓고 언론 매체도 진실공방이 치열하다. 

대표적으로 조선일보와 문화일보는 리 위원장의 냉면 발언이 나오게 된 구체적인 정황을 재차 제시하면서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문화일보는 1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10월 11일 통일부 국감 후 국회 외통위원들과 조 장관의 저녁식사 자리에서 정 의원이 조 장관에게 리선권 발언이 사실인지 물었고, 조 장관이 ‘비슷한 얘기를 들었다’고 확인한 바 있다”고 말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31일자 보도에서 “당시 오찬 참석자들을 포함한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리선권이 ‘냉면이 목구멍으로 넘어갑네까’라고 말했던 것은 대기업 A총수가 냉면 사리를 추가했던 게 계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A총수가 냉면 한 그릇을 다 먹은 뒤 냉면 사리를 추가하겠다고 하자 냉소적으로 이 같은 발언을 했다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반면 노컷뉴스는 리선권 위원장과 같은 테이블에 않았던 한 인사의 말이라며 “리 위원장은 (냉면 발언)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노컷뉴스는 “이 인사에 따르면 ‘냉면이 목구멍에 넘어 가냐’는 얘기는 없었고 분위기도 좋았다. 다만 리 위원장이 ‘뭘 들고오셔야지, 그러면 제가 다 해드릴텐데’라는 취지의 발언을 몇 차례 반복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상대방이 굴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냉면 발언은 없었고 남북경협 차원에서 속도를 내고 싶다는 취지의 발언은 있었다는 내용이다.

머니투데이는 한발 나아가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을 인터뷰했다. 손 회장은 리 위원장 바로 왼쪽에 앉았다. 머니투데이는 “최근 정치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리선권 냉면’ 발언에 대해 (손 회장은)‘그런 얘기는 들은 바 없다’며 ‘어떻게 나온 얘기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냉면 발언은 없었고 “투자가 있어야 하지 않겠냐는 원론적 취지의 발언 정도는 들었다”는 손 회장의 말을 전했다.

▲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지난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때 문제가 제기되지 않았는데 두달이 흘러 리 위원장 냉면 발언이 튀어나오고 논란이 확산된 것은 조명균 통일부장관을 교체하려는 여론을 확산시키기 위해 계산된 정치공세라고 의심하는 시각도 있다.

조명균 장관은 남북고위급 회담에 탈북인 출신 조선일보 기자의 풀 취재를 제외시키면서 자신이 책임을 지겠다고 밝혀 조선일보와 각을 세웠다. 그리고 나온 것이 조 장관이 리선권 위원장으로부터 굴욕을 당하고 있다는 보도였다.

지난달 25일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조 장관은 지난주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북의 실세라는 리선권 북 조평통 위원장 앞에서 ‘말씀 주신 대로 역지사지하면서 문제를 풀어가겠다’고 머리를 조아렸다. 리선권이 ‘역지사지 같은 말 하지 말라’고 하자 아무 말도 못했다. 상사 지시를 받아 적는 직원 모습 그대로다. 이달 초 평양 협의 때도 회담장에 몇 분 늦게 나타난 조 장관이 ‘시계가 고장났다’고 하자 리선권이 ‘시계도 주인을 닮아서 저렇게…’라며 대놓고 무시했다. 조 장관은 ‘시계부터 새로 사야겠다’고 멋쩍게 웃었다”고 밝혔다. 사실상 조명균 장관이 리선권 위원장의 협상 카운터 파트너로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선일보는 같은날 1면 기사에서도 통일부를 겨냥했다. 조선일보는 “통일부가 지난달 개소한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개보수하며 남북협력기금 100억원을 선지출하고 사후에 남북교류협력추진협의회를 열어 심의 의결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관련 보도는 ‘국회 패싱’ 논란으로 확산됐다. 그리고 나흘 후인 지난달 29일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이 리선권 위원장의 냉면 발언을 공개했다.

통일부 탈북인 출신 조선일보 기자 취재 배제→리선권 위원장 과거 강경 발언 부각 보도→리선권 위원장 냉면 발언→조명균 통일부장관 해임건의안 제출 등으로 이어진 것이다.

순서대로 놓고 보면 리선권 위원장의 과거 발언이 갑자기 튀어나오더니 리 위원장이 냉면 발언의 ‘확신범’되고, 결국 조명균 통일부장관의 해임 요구까지 나온 것이다.

백찬홍 씨알재단 운영위원은 “리선권 위원장이 식사 자리에 불쑥 나타난 것도 아니고 원래 자리에 있었던 것이 팩트로 드러났고 정색해서 면박을 준 냉면 발언은 없었고 경제협력을 가급적 빨리 진행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온 취지의 발언은 있었다고 확인되고 있다”며 “리선권 위원장의 발언을 왜곡해 악의적으로 남북관계를 안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기 위한 일종의 가짜뉴스 아니겠나. 결국 실무 책임자인 통일부장관을 교체하기 위한 의도가 다분하고 남북관계를 상당부분 후퇴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사실 왜곡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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