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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은 기자들 다 어디로 갔나, 이재용 홍보만 잔뜩

[아침신문 솎아보기] 박용진 ‘삼바 분식회계’ 증거문건 공개해도 한겨레‧경향‧한국일보만 지면보도

2018년 11월 08일(목)
정민경 기자 mink@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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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과 7일에 걸쳐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위해 고의로 분식회계로 삼바의 가치를 자체평가금액 3조원이 아닌 8조원으로 부풀린 정황이 드러났다. 기업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린 삼바는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과 대책회의를 열어 삼바 자회사인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를 회계기준변경을 통해 관계회사로 바꾸기도 했다. 에피스에는 미국 합작사 바이오젠의 콜옵션 부채가 걸려있어 이를 장부에 반영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서다.

7일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론관 밖 복도에서 삼바의 내부문건을 공개했다. 이 문건은 삼바 재경팀이 2015년 6~11월 사이에 작성한 ‘15년 바이오젠 콜옵션 평가이슈 대응관련 회사 내부문건’이다. 삼성바이오 재경팀이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에 보고한 내용도 담겨있다.

삼성은 이 문건에서 이미 미국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알았고,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3개의 안을 고민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3개의 안 중에 2안이었던 에피스의 회계기준을 바꾸는 것(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을 택했다.

▲ 7일 오후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측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와 관련된 문건을 정론관 밖 복도에서 나눠주는 모습. 수십명의 기자들이 몰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7일 오후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문건을 국회 정론관 밖 복도에서 나눠주고 있다. 박 의원은 이 문건을 메일로 나눠주지 않고 정론관 밖 복도에서 직접 나눠줬다. 문건을 받으려고 수십명의 기자가 한꺼번에 몰렸다. 사진=정민경 기자.
박 의원은 이 문건에 대해 “삼성의 내부문서로 삼성물산과 삼바가 제일모직 주가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분식회계한 게 드러났고, 이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같은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박 의원이 최종구 금융위원장에게 삼성물산 감리가 필요하다고 했고 최 위원장도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국회 정론관 앞 복도에는 수십명의 기자가 한꺼번에 몰려 이 문건을 받아갔다. 박 의원은 법적 검토 끝에 삼성 문건을 정론관이 아닌 정론관 밖 복도에서 나눠줬다. 박 의원은 언론이 삼성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것도 지적했다. 

박 의원은 “언론도 용기내고 같이 가자. 국회에서 삼성과 관련해 참 많은 이야기를 하는데 대부분 침묵의 카르텔에 갇혀 있다”며 “조금만 더 용기 내고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앞으로 밀고 나가는데 여러분 도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사립유치원 원장들 보다도 못한 이런 회계처리가 큰 회계 법인들에 의해서, 거대 기업에 의해서 저질러졌다. 정부 당국이 이를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여기는 이런 상황을 묵과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7일 오후 국회 정론관 복도에 몰렸던 그 많은 기자들의 열기와 달리 8일 아침신문에서 해당 기사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주요 일간지 중 한겨레, 경향신문, 한국일보 정도만 해당 기사를 주제로 잡아 지면에 실었다. 한겨레는 이미 7일 아침에도 관련 문건을 확보해 “삼성, ‘삼바 가치 5조 뻥튀기’ 이미 알고 있었다”라는 1면 기사를 실었고, 같은날 4대 회계법인들도 삼바의 회계변경에 깊이 개입했다는 기사를 냈다. 

▲ 7일 한겨레 1면.
▲ 7일 한겨레 1면.
8일에도 1면에 관련 기사를 배치했다. 또한 한겨레는 8일 “삼바분식은 성공한 쿠데타일까”라는 칼럼을 실어 삼바의 분식회계 의혹이 증명된 문건의 의미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 8일 한겨레 칼럼.
▲ 8일 한겨레 칼럼.
경향신문은 19면 경제면에 “삼바, 자본잠식 우려 고의 분식”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박용진 의원이 공개한 문건을 보도했다. 한국일보는 22면 경제면에 “삼바 바이오젠 콜옵션 행사 연기 미리 알고 있었다”기사를 배치했다. 이외 매체에서 이날 관련 기사를 지면에 제목으로 뽑아 보도한 매체는 경인일보, 아시아투데이, 매일경제, 신아일보 정도였다.

▲ 8일 경향신문 19면.
▲ 8일 경향신문 19면.
▲ 8일 한국일보.
▲ 8일 한국일보.

그러나 조중동 등 주요 일간지들은 해당 기사를 지면에 싣지 않았다. 대신 이재용 삼성 부회장이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를 만났다는 소식을 잔뜩 전했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경제면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이 MS의 나델라 CEO와 회동한 것을 보도했다. 삼바에 대한 기사는 없었다. 조선일보의 해당 기사 제목은 “최고가 최고를 만났다”였다.

▲ 8일 조선일보.
▲ 8일 조선일보.

세계일보 역시 이재용 부회장과 MS CEO의 만남을 6면에 ‘이재용, MS CEO와 회동… 글로벌 경영 전면에’라는 제목을 달아 머리기사로 보도했다. 세계일보는 삼바 관련 보도를 6면 왼쪽 아래 3단 기사의 맨 마지막 단락에 소개하는데 그쳤다. 해당 기사는 김동연 부총리의 국회 예결위 발언을 중심으로 “혁신성장 의미 있는 성과… 입법 협조 필요”란 큰 제목을 달았고, 작은 제목 네 줄 가운데 두 줄만 삼바 관련 내용이었다. 

국민일보는 경제면을 통해 이재용 부회장과 MS의 만남과, “삼성전자 ‘폴더블폰’ 최대 무기는 강력한 멀티태스킹”이라는 기사를 배치했다.

▲ 8일 국민일보.
▲ 8일 국민일보.
박용진 의원은 7일 해당 문건을 공개하고 백브리핑에서 “언론사 사장님들이 삼성의 미래전략실 간부 장충기 미래전략실장과 문자를 주고 받은 게 보도돼서 많이들 알고 계신다. 대한민국의 어두운 이면”이라며 “저는 제4의 헌법기관이라 할 수 있는 게 언론이라고 보는데 삼성 재벌에 의해 압력을 받는 이런 현실이 바뀌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여러분(언론) 몫이 많아야 된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몇몇 언론을 제외하고는 언론이 삼성에 대한 부정적 기사를 싣기보다 삼성의 홍보 기사를 더 많이 싣는다는 것이 다시한번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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