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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정부, KBS사장 해임·선임 개입 문건 나왔다

KBS진실과미래위원회, 2008년 청와대 정무수석실 작성 문건 공개
“신속히 후임 인사 단행해 관심 분산시켜야” “김인규 발탁하면 역풍”
“잡음 있었으나 새 사장 취임하면 KBS 사태 일단락” 조직적 개입

2018년 11월 08일(목)
정철운 기자 pierce@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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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내 적폐청산을 위해 설치된 진실과미래위원회(진미위)가 10년 전 부당인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명박정부가 2008년 KBS사장 교체 국면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을 찾았다고 밝혔다.

진미위는 8일 보도 자료를 내고 2008년 정연주 사장 해임 이후 취임한 이병순 사장이 그해 9월17일 시행한 대규모 인사의 부당성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실· 대변인실·국정조사 상황실 등에서 작성해 대통령에게 보고한 문건 18건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진미위는 “2008년 8월 정연주 사장 불법 해임 이후 청와대가 KBS 신임 사장 선임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관련자들의 증언들은 있었지만 정부 문건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2008년 8월8일 KBS이사회는 공권력의 비호 속에 정연주 사장 해임안을 통과시켰다. 대법원은 정 전 사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무효소송에서 원고승소판결을 내리며 해임의 위법성을 인정했다. 2012년 2월의 일이었다.

▲ 2008년 8월18일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만든 문건. ⓒKBS 진미위 제공
▲ 2008년 8월18일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만든 문건. ⓒKBS 진미위 제공
진미위에 따르면 2008년 8월18일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대통령에 보고한 문건에는 “정연주 사장 해임에 대해 여론은 비판론이 약간 우세하나 당장 대규모 반대시위로 옮겨지기는 어려운 상황”, “가능하다면 올림픽이 끝나기 전에 신속히 후임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관심을 분산시켜야 할 것”이란 대목이 등장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불법적인 해임이란 점을 인지한 상황에서 당장의 비판여론을 모면하기 위해 고심했던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문건이 보고되기 전날인 8월17일에는 정정길 대통령비서실장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 유재천 KBS이사장이 KBS사장 후보자들과 만나 대책회의를 가졌다. 당시 모임을 폭로한 경향신문에 따르면 최시중 위원장은 “KBS 후임 사장 인선이 중요해서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하려고 여러분들을 모시게 됐다”고 말했으며, 정정길 실장은 “KBS 문제가 매우 중요하니 다음 사장을 잘 정해야겠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김인규씨를 사장으로 보내야 했는데, 낙하산 얘기가 하도 많이 나와 힘들어졌다”고 했다.

그리고 18일 문건에는 “김인규 특보를 발탁하면 ‘정연주 해임=대통령 측근 심기=방송장악 음모’라는 등식이 성립해 역풍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란 대목이 등장했다. 이는 당시 미국산쇠고기수입 반대 촛불시위와 함께 이어진 정부퇴진열기 속에 이명박 대통령이 한 자릿수 지지율로 고전하던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이명박 대선캠프 특보출신을 ‘내부 논의’ 끝에 아웃시켰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문건이 보고되고 다음날인 8월19일 김인규씨는 사장 응모 포기 성명을 발표했다.

진미위는 “김인규씨가 갑작스럽게 사장 응모 포기 성명을 발표한 이유는 그동안 밝혀지지 않았고, 본인은 ‘혼란한 KBS 사태의 장기화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응모 포기를 결심’했다고 주장했으나 사전에 청와대의 지시 내지 교감이 있었으리라는 추정을 가능케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KBS이사회는 이병순 전 KBS 뉴미디어본부장을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고, 이병순 사장은 정연주 전 사장의 임기만 채우고 물러났다. 그리고 곧바로 김인규 특보가 신임 사장으로 임명되어 각종 불공정방송을 주도했다. 청와대의 계획대로 공영방송 장악이 이뤄진 것이다. 진미위는 당시 경향신문 보도로 ‘8·17대책회의’가 폭로되자 유력후보였던 김은구씨가 낙마했다고 봤다.

▲ KBS사옥.
▲ KBS사옥.
그해 8월25일 청와대 정무수석실이 작성해 대통령에 보고한 문건에는 경향신문의 ‘대책회의’ 단독보도에 대한 대책회의결과도 담겨있었다.

여기에는 “BH는 추가 대응을 일절 자제하고, 여당이 전면에 나서서 ‘KBS사장 선임문제는 전 국민적 관심사인 만큼 KBS에 오래 근무한 인사들로부터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었다’는 입장을 강조해야”, “경과에 잡음은 있었으나 새 사장이 취임하고 나면 KBS 사태는 일단락되는 셈”과 같은 대목이 등장했다. 한 마디로 논란을 무시하고 가자는 것이 대책이었다.

실제로 당시 이동관 대변인은 “한국방송의 공영성 회복과 방만경영 해소라는 과제에 대해 한국방송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원로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자리였다”고 해명했다. 문건에 나온 대목과 동일한 해명이다. 진미위는 “두 문건의 내용으로 볼 때 사장 후보자 김은구 후보 내정→김인규 사장 응모 포기→특정인 사장 선임 과정을 청와대가 기획했고, 실제로 그대로 실행이 됐음이 확인된다”고 주장했다.

정연주 사장을 부당하게 쫓아낸 ‘8·8사태’ 이후 이병순 사장이 시행한 9·17 인사발령에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인사대상자 95명 중 무려 52명이 정연주 사장 해임 반대운동에 나섰던 이들이었다. 이들은 지방이나 타 부서 발령을 받으며 보복인사 성격이 강했다. 진미위는 9·17 인사가 대규모 징벌적 인사였으며, 이후 공영방송 후퇴의 시발점이 된 주요 사건으로 판단했다.

진미위는 “이병순 사장은 (9·17) 인사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고 통상적인 인사라고 주장했으나 당시 인사는 철저히 보안이 유지되어 실질적 인사권자인 팀장(국장급)들조차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고, 인사 대상자들은 사전에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했다”며 부당성을 지적했다. 실제로 당시 정연주 사장의 기자회견을 준비했던 홍보팀 직원 4명이 특별한 이유 없이 다른 부서로 발령 난 사실도 확인됐다. 2명은 기자회견 실무 담당이었고, 다른 2명은 KBS 사보 담당으로 정 사장 해임의 부당성을 사보로 제작한 바 있었다.

진미위는 당시 KBS노동조합의 대응에도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9·17인사 이후 10명이 노동조합을 통해 회사에 인사고충처리를 신청했으나 그해 10월2일 노사 고충처리위원회에서 KBS노조 위원들은 ‘회사의 인사권 행사가 문제없다’며 부당전보 고충신청을 모두 기각했다. 당시 KBS노조는 정연주 사장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었다. 진미위는 “당시 노조가 인사를 용인하면서 피해구제가 불가능해졌다”고 비판했다. 당시 상황으로 결국 KBS노조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와 KBS노조로 양분되는 결과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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