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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비하로 가득한 ‘표준’국어대사전?

‘시각장애’ 같은 기본용어도 누락, 등재 용어 뜻풀이도 사실과 다른 편견 가득

2018년 11월 08일(목)
김예리 기자 yki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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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홍일 대구대 교수는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제 장애(저신장 장애)를 비하해 부르는 ‘난쟁이’를 찾아봤습니다. ‘기형적으로 키가 작은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 ‘기형’을 또 찾아봤죠. ‘기이하고 괴상한 모양’이라 뜨더군요”라고 말했다. ‘저신장 장애’는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되지 않았다.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센터)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 관련 어휘가 표준국어대사전에 등재된 현황을 모니터링한 결과를 발표했다. 사전엔 많은 장애 용어가 없거나 등재된 말도 뜻풀이보다 비하에 치중했다.

▲ 손홍일 대구대학교 영어영문학 교수가 8일 오후 ‘장애 관련 어휘의 국어사전 등재를 위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손홍일 대구대 교수가 8일 오후 ‘장애 관련 어휘의 국어사전 등재를 위한 토론회’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센터는 ‘장애’ 정의부터 잘못됐다고 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장애’를 “신체 기관이 본래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정신 능력에 결함이 있는 상태”라고 풀이한다. 윤삼호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 소장은 “‘결함’은 장애인을 ‘온전한 인격을 가지지 못한 사람’으로 여기게 하고, 이는 국제 사회와 국내 복지법도 오래전 폐기한 개념”이라고 했다.

법정 장애유형도 사전에 오른 경우가 드물었다. 장애인복지법이 분류한 15가지 장애유형 가운데 사전엔 언어장애, 정신장애, 지적장애 3가지만 올라있다. 특히 사전은 시각장애인, 청각장애인, 지체장애인은 ‘인(人)’자를 붙여 실었지만 장애유형에는 넣지 않았다.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는 “장애를 현상으로 보지 않고 사람이 가진 문제로 인식해서”라고 풀이했다.

복지관, 활동보조, 저상버스, 자립생활 같은 널리 쓰는 용어도 빠졌다. 윤삼호 소장은 “특히 ‘자립생활’은 ‘자립’과 ‘생활’ 두 단어가 결합해 ‘노동으로 사회활동을 할 수 없는 중도 장애인이 사회구성원으로 자기실현하고 주체적으로 사회에 참가하기 위해 노력하는 일’(우리말샘)이라는 새로운 말로 태어났다. 그런데 딱히 정의가 필요 없는 ‘언어생활’ ‘학교생활’ ‘가정생활’은 등재된 반면 ‘자립생활’은 찾을 수 없다”고 했다.

▲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 관련 어휘의 국어사전 등재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장애인정책모니터링센터는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 관련 어휘의 국어사전 등재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뜻풀이도 의학과 다르거나 비하로 쓰였다. ‘자폐’와 ‘조현병’ 정의가 그것이다.

사전은 ‘자폐’를 “현실세계는 꿈과 같이 보이며” “동떨어진” “내면세계에 틀어박히는” 등으로 표현했다. 윤 소장은 “어떤 나라 학계도 자폐증을 ‘현실세계가 꿈과 같이 보이는 증상’이라 설명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전은 ‘조현병’을 “공격적 성향을 가진 사람에게 일어나기 쉬운데” “유전적 요인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풀이한다. 조현병은 사회 환경도 크게 작용한다. 윤 소장은 “증상의 일부로 공격성이 나타나는 경우가 간혹 있지만, 공격적인 사람이 조현병을 지닌다는 건 틀렸다”고 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규범적 기능’을 담당한다. 손홍일 교수는 “사전이 장애 비하 단어를 대체할 용어를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 방귀히 한국장앵술인협회 대표가 8일 오후 ‘장애 관련 어휘의 국어사전 등재를 위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방귀희 한국장애예술인협회 대표가 8일 오후 ‘장애 관련 어휘의 국어사전 등재를 위한 토론회’에서 말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센터는 표준국어대사전을 만드는 국립국어원이 장애 등 소수자 어휘를 실태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사전에 오를 용어를 정하는 ‘국어심의회’에 장애인이 참여해야 한다고 했다. 토론에 참석한 국립국어원 최정도 연구사는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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