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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하구, 국제기구도시를 상상한다

[기고] 유라시아로 가는 동아시아 요충지, 바다과 가깝고 대륙과 연결된 한강하구 260㎢ 서울의 절반 면적

2018년 11월 24일(토)
이원영 수원대 교수, 국토미래연구소장 medi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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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가 개경에서 한양으로 정도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지만, 군사적으로는 바다로부터 침략을 방어하기 쉽다는 점이 있었다. 적어도 남한강을 타고 올라오는 세곡선은 왜구에 뺏길 염려가 없다. 그만큼 개경은 바다로부터 접근이 좋다.

그 한강하구와 개경남단 넓은 땅이 접경지대로 묶여있던 세월이 70년. 북핵위기가 누그러지고 남북평화가 가시화되는 지금 바로 그 하구일대가 다시 눈에 들어온다. 4대강국이 마주한 한반도, 그 접경이면서도 바다와 내륙이 만나는 곳. 지구촌에 이런 곳은 드물다.

▲ 광활한 한강하구 (강화도에서 서해안 방향으로 본 것)  사진=이원영
▲ 광활한 한강하구 (강화도에서 서해안 방향으로 본 것) 사진=이원영
새로운 가능성이 감지된다. 상상의 실마리는 최근 지구촌 변화에 있다. ‘폭발’에 비견될 정도로 최근 수십년간 국제간 규제와 협력의 장치가 늘고 있다. 그것은 △경제의 세계화와 함께 △‘기후변화’처럼 지구차원의 공공재를 공급하고 ‘악재’를 제어할 필요가 커졌고 △합의된 기준과 원칙이 있으면 국가 혹은 민간 거래에 편익이 커져서다. 이에 외형을 갖춘 국제기구도 늘고 있다. 가령 ‘세계핵발전소감시기구’라든가, ‘국제항만물류협력기구’, ‘지구촌에너지전환기구’ 같은 것은 당장 발족하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국제기구다. 그만큼 함께 지혜를 동원하는 일이 많아졌다.

국제기구는 상징성도 크고, 지역정치나 경제에 미치는 보이지 않는 파급영향도 크다. 문제는 이제까지 국제기구의 본부가 유럽이나 미국에 너무 편중돼 있다는 점이다. 적어도 새로 만들어 질 국제기구는 아시아에 입지해야 마땅하다. 이런 국제기구가 아시아에 자리잡는다면 어디가 가장 좋을까? 호기심을 자극한다.

▲ 국제기구의 분포현황(2008년)
▲ 국제기구의 분포현황(2008년). 사진=이원영
또 하나 상상의 실마리는 상하이와 홍콩에서 피어오른다. 상하이는 어떻게 중국경제의 중심이 됐을까? 인구 5만의 작은 항구가 아편전쟁 이후 열강의 조계지(組界地, Foreign Settlements)가 되면서 국제금융자본이 집중했는데, 1978년 개방이후 중국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했던 건 이미 시장경제의 노하우가 축적돼 있었고, 과거 네트워크를 통해 투자가 긴밀히 이루어질 수 있어서다. 다른 문화와 접촉이 가져온 다양성과 시너지효과가 돋보인 곳이다. 홍콩권도 그렇다. 영국이 장기임대하면서 무역의 파트너로 성장시켰고, 포르투칼이 마카오를 전략적 교두보로 육성했다. 그 옆 광동성의 선전지구가 홍콩권으로 편입되면서 시너지효과가 극대화됐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이곳을 방문하기도 했다.

생물에게는 근친교배보다는 ‘이종’ 결합이 생존에 유리하듯이 문명도 마찬가지다. 서로 이질적인 것이 섞이면, 처음에는 혼란이 오다가도 새 모티브가 나오면서 수준높은 단계로 진화한다. 자연법칙이다.

요즘 남북미가 북핵위험을 중재하고, 위기를 반전시키고 소프트랜딩 시키는 일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이런 기회는 드물다. 평화를 보장하는 장치를 만드는 호기가 아닐 수 없다. 위기를 기회로 삼는 변증법적 반전(反轉)의 기회. 개성남단과 한강하구는 그 실현을 추진할 호조건을 갖추었다. 국제기구는 그 자체가 분쟁조정역할을 하므로, 그것들이 입지함으로써 평화를 가져올 이곳이야말로 가장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 국제기구도시 후보지(약 260㎢)로 서울의 절반쯤 된다. 사진=이원영
▲ 국제기구도시 후보지(약 260㎢)로 서울의 절반쯤 된다. 사진=이원영
거기에다가 세계 주요나라에 땅을 빌려주는 임대조차지(租借地) 기능이 더한다면 금상첨화다. 유럽을 위시하여 평화에 기여할 나라들에게 장기간(약 50년간) 땅을 빌려주는 것이다. 상하이나 홍콩처럼 자본이 투자가 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좋다. 그 나라의 사정에 맞게 토지를 이용하면 된다.

한강하구 접경지역에 정치적 중립지대를 만들고, 개풍군을 중심으로 개성공단, 강화도 북부를 포함하는 영역이다. 북한땅이 훨씬 많다. 전체면적은 서울의 절반규모다. 이 모델은 이제까지 지구 어디에도 없던 새로운 존재다. 인류사에 처음으로 등장하는 도시의 개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북아성장경제권과 긴밀한 관계를 가지려는 세계 각국에게 매력있는 요충지이다. 허브공항인 인천공항이 1시간 거리에 있고, 베이징과 상하이, 토쿄 등이 2시간 항공권에 있으며, ‘한류’와 ‘IT’, ‘발전의 경험’을 공유할 2천만 인구밀집지가 1시간권 안에 있다. 저렴하면서도 양질의 노동력이 넉넉하게 공급될 수 있고, 장기임대가 가능한 토지가 얼마든지 있고, 해상교역이 편리할 뿐 아니라, 유라시아와 철도연결도 가능하다. 한강하구는 선박의 접안이 불리하지 않은 편이다. 자유롭게 배가 다닐 수 있다. 유라시아와 접점을 감안하면 해양세력과 대륙세력이 교차하는 곳이다.

이곳은 에너지가 분출되려고 이글거리는 곳이다. 군사적 긴장만 완화된다면 지구상에 이만한 호조건을 갖춘 곳은 없다. 임대조차지는 국제기구타운이 있음으로 해서 서로 상생하는 관계가 된다. 국제기구는 여러 나라와 커뮤니케이션이 한 장소에서 이루어져서 좋고, 각 나라는 국제기구가 있어 안정적이다. 북한은 땅을 장기임대한 이후 지구촌과 교류하는 인프라를 가질 수 있다.

이 구상은 북한이 동의해야 성립한다. 환영할 수도 있지만 당장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또 국제기구가 쉽게 들어서지도 않을 것이다. 당장 호응하지 않더라도 이 구상에 담긴 본질이나 에너지의 결은 바뀌지 않는다. 한강하구는 주어진 여건 때문에 필연적으로 세계평화의 교두보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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