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아르헨티나)를 마치고 뉴질랜드로 순방을 가는 전용기 안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현안 이슈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문 대통령은 “다자회의의 공통된 의제들을 보면 포용적 성장, 그 다음에 지속가능한 개발, 또는 사람중심, 기후변화에 대한 대응, 4차 산업혁명이나 디지털 변혁, 그것을 맞이하는 노동의 미래, 또는 국제적 금융 불안 문제, 보호무역주의와 자유무역주의, 이렇게 우리가 국내에서 고민하는 문제들을 그대로 다자회의에서 다루고 있다”면서 관심을 촉구하는 소회를 밝힌 뒤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이 질문하기 전 “질문 있으면 질문을 받겠는데, 사전에 약속을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국내 문제는 질문 받지 않겠다. 외교에 관해서는 무슨 문제든지 질문해 주시면 제가 아는 대로 답변 드리겠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기자간담회 전 5개의 질문을 받기로 했지만 질문 대상 제한은 두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국내 문제에 상당히 민감해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실 산하 반부패비서관실 특별감찰단원의 공직기강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관련 문제에 입장을 밝힐 경우 외교적 성과는 묻히고 논란에 논란을 거듭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미정상회담에서 김 위원장 서울 답방과 2차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의견 접근을 이루면서 이번 순방의 최대 성과로 평가받지만 공직기강 문제로 국내에서는 여권에서도 조국 수석 사퇴론 주장이 나오는 등 여론이 악화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당부’에도 기자간담회에서는 국내 현안 질문이 나왔다. 한 기자가 “광주형 일자리처럼 사회적 대타협 기구를 통해서 어떤 성과를 못 내거나 오히려 그 기구가 무슨 개혁 혁신 과제를 뭉개고 있다고 판단된다면 대통령께서는 무슨 해결 방안이 있느냐”고 묻자 문 대통령은 “더 말씀 안 하셔도 될 것 같다. 제가 외교 문제에 대해서만 말씀 드리겠다. 외교 문제에 있어 내년도 목표라면 우선 내년 초에 가급적 조기에 제2차 북미 정상회담이 이루어지고, 그리고 그 회담을 통해서 북한의 비핵화에서 조금 획기적인 진전이 이뤄지는 것, 그러고 거기에 따라서 남북관계가 함께 발맞춰서 발전해 나가는 것, 그것이 우리 외교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뒤이어 바로 또 다른 기자가 “모두에 대통령님께서 국내 문제에 질문을 받지 않으시겠다고 말씀을 하셨지만 그래도 순방 중에 국내에서 관심사가 큰 사안이 벌어졌기 때문에 질문을 안 드릴 수 없다. 대신 준비한 것에 비해서 짧게 드리겠다”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아니다. 짧게라도 제가 질문 받지 않고 답하지 않겠다. 외교 문제에 집중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이어서 한일관계와 김정은 국무위원장 서울 답방 등의 질문이 나왔다. 다시 한 기자가 “대통령께서 국내 문제 질문 안 받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아르헨티나에서 출국하기 직전에 SNS에 정의로운 나라 만들겠다, 꼭 믿어 달라 이런 말씀을 메시지로 전하셨는데, 이것이 최근 국내 문제에 대한 대통령께서 국민께 드리고 싶은 메시지라고 저는 그렇게 이해했는데, 이 부분에 구체적으로 조금 더 설명을 해달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내에서 많은 일들이 저를 기다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며 “믿어주길 바란다. 정의로운 나라, 국민들의 염원 꼭 이뤄내겠다”고 밝혀 청와대 공직기강 문제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됐다.

문 대통령은 세 번에 걸친 국내 현안 질문을 받고서도 “외교로 돌아가시죠, 이왕 마이크 드셨으니까”(일동 웃음)라며 다른 질문을 하기를 권했다. 이에 기자는 “또 답변이 곤란하느냐”고 하자 문 대통령은 “이렇게 남북 간에 평화 이루고, 완전한 비핵화 이루고 하는 것도 정의로운 나라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회를 맡은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 대통령께서 해외 순방 중이시기 때문에, 그리고 아직도 일정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오늘 외교 문제에 국한하는 것으로 하시고, 대통령께서 국내에 돌아가시면 여러 가지 여러분들이 궁금해 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그 문제를 직접 처리도 하시고, 담당을 하셔야 되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대통령님 말씀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오늘 간담회는 여기에서 마치는 것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국내 현안에 관한 기자의 질문에 답변했다가 여러 해석이 달리는 것보다는 국내로 돌아와 조율되고 신중한 메시지를 내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여권에서도 조국 민정수석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서면서 처방으로 청와대 조직 개편안을 내놓을지도 관심이 쏠린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반부패 정책협의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반부패 청렴국가의 실현은 역대 정부에서도 목표로 삼았으나 어느 정도 진전되다 가서 퇴보한 전철이 있다”며 “현 정부에서는 확실히 바꾼다는 의지를 갖고 업무에 임해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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