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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거리에 조선신보 서울지국이 들어온다면

요란했던 빈수레 남북언론교류사업…북한 반응 없고 당국 주도 하 민간교류 소홀

2018년 12월 04일(화)
이재진 기자 jinpress@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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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면담이 성사되면서 언론 매체는 들썩이기 시작했다. 당시 언론사는 남북관계 급물살을 예상하고 여러 사업을 추진했다. 당시 방송사 주관으로 추진했던 사업은 ‘남북 청소년 알아맞히기 경연’(평앙 개최), ‘개성 지역 드라마 세트장 오픈’, ‘조용필 콘서트’ 등이었다.

올해도 비슷했다. 3차례 남북 정상회담이 성사되고 남북관계가 진전되자 언론 매체는 각종 대북사업계획을 봇물처럼 쏟아냈다. 한 언론사는 평양에서 골프대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평양지국 개설, 뉴스 콘텐츠 제휴 등 여러 제안이 나왔지만 남북언론교류를 위한 테이블조차 마련하지 못했다. 빈수레가 요란했다.

남북언론교류의 대표성있는 창구는 6·15 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언론본부와 6·15 북측위원회 언론분과위원회다. 이들은 2009년 이후 민간남북교류가 중단된 이후 제대로 접촉한 적이 없다.

지난 5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언론단체와 간담회에서 언론본부는 △6월15일 남북언론인대표자회의 재개 △8월15일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남북언론인대회 개최 △남북 언론인 및 뉴스·콘텐츠 교류 재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한 남북언론인 공동 ‘제작보도준칙’ 제정 △남북 언론교류 관련 연구 특위 개설 등을 제안했다. 언론본부는 6·15 북측위원회 언론분과위원회에 ‘남북언론교류의 현황과 활성화 방안' 제안서를 보냈고, 남북언론중재기구 신설까지 제안했다. 이 중 추진된 교류 사업은 없다.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언론진흥재단과 신문협회, 방송협회, 인터넷신문협회, 기자협회, 신문방송편집인협회, 언론노조, PD연합회, 6·15 남측위 언론본부 등 언론단체들이 총망라해 구성한 남북교류 언론회의는 청와대에 언론교류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로 채택해달라는 건의문을 전달했다. 문을 계속 두들겼지만 돌아온 건 공허한 메아리 뿐이었다.

올해는 남북언론교류의 시발점으로 개별언론사의 방북에 기대를 모았다. jtbc는 지난 7월 방북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최초로 언론매체가 북한의 초청을 받고 들어가면서 관심을 모았다. 비록 개별언론사이긴 하지만 jtbc가 북측 민족화해협의회와 방송관계자들을 만나 평양지국 개설을 위해 논의해 성과를 낸다면 남북언론교류의 물꼬를 틀 것이라고 언론계는 내다놨다. 하지만 jtbc 방북은 이러다 할 결과물을 내놓지 못했다.

한반도 대전환기를 맞아 남북관계는 크게 발전하는데 언론교류는 왜 이렇게 꽉 막혀 있을까. 여러 복합적 요인이 꼽힌다.

과거 보수 정권은 북한 주민 접촉 신청을 불허했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 이를 허락했다. 서신 왕래나 제3국에서 접촉한다는 신고 절차를 허용한 것이다. 이에 많은 언론사들이 사업을 추진하려고 북측 인사 접촉 신청을 해왔다. 하지만 북측은 이에 답을 주지 않고 있다. 유일한 답은 jtbc의 방북을 허락해 초청장을 내준 것이다. 북한이 민간교류를 포함한 남북언론교류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얘기다.

전문 매체 통일뉴스는 조선육일오편집사와 업무계약을 맺고 상호 기사를 제휴하고 상대측 지역 초청 취재와 협력사업을 진행해왔다. 지난 2008년 보수 정권은 민간교류를 금지하면서 업무협약은 사실상 사문화됐다. 문재인 정부 들어 기존 업무협약을 통해 맺었던 사업을 재개하기 위해 북측 인사 접촉 신청을 하고 서신을 보냈지만 현재까지 답이 없는 상태다.

김치관 통일뉴스 편집국장은 “북측에서 언론 교류 문제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게 아닌가 싶다”며 “과거 전례를 보더라도 북측은 주로 노동자, 청년, 학생, 여성 등 주요 계급 계층 단위를 교류의 기본단위로 생간한다. 문화 인도적 지원 등 소프트한 쪽에서 일부 교류가 시작되지만 언론교류는 개시 자체가 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 문재인 대통령 내와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가 지난 9월20일 백두산 천지에 올라가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 내와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가 지난 9월20일 백두산 천지에 올라가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우리 정부 역시 남북언론교류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다. 우리 정부는 민간교류를 포함해 언론교류에 ‘질서있게 차분하게 진행하자’(지난 5월 도종환 문체부 장관)는 입장이다.

이준희 6·15 남측위 언론본부 대변인은 “북측이나 남측 모두 언론교류에 관심이 없거나 우선순위에서 빼놓은 것 같아 안타깝다”며 “당국이 결정된 행사에 취재하면 되는 식으로 흘러간다. 언론교류를 통해서 저널리즘 지평을 넓히고 한반도 평화에 언론이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하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남북언론교류 물꼬를 트기 위해서 우리 정부가 북한의 문호를 받아들이는데 더욱 개방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치관 편집국장은 “우리가 북측 승인을 받지 않더라도 언론교류의 요건을 넓힐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조총련 중앙 기관지 조선신보나 민족통신, 노동신문과 조선중앙tv 등 북측 및 해외 매체를 보도록 전면 개방하면 북측도 상호주의에 입각해 언론교류의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신보의 서울지국 개설이나 북측 언론사들의 방남 취재 등을 우리가 보장하면 평양지국 개설이나 방북취재 등을 요구할 명분이 커지고 목소리를 키울 수 있다. 김치관 편집국장은 “우리가 먼저 문호를 개방하고 난 뒤 평양지국 개설이나 방북 취재 등을 제안하는 게 좋다. 상호주의적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 언론 신뢰회복도 중요하다. 5년 전 총살 당했다고 보도된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각종 문화 교류에서 얼굴을 드러낸 건 상징적이다. 김치관 편집국장은 “남북이 서로 대치하던 중 언론의 기능이 서로 상대방에 대한 사상적 공세의 도구로 쓰였다. 이런 문제들을 모르쇠하고 마치 평양지국만 개설하면 공정한 보도가 이뤄질 것이라는 건 옳지 않다”며 “서로 언론에 대한 평가, 미래 비전을 공유할 분위기를 만들어야지 일방으로 문 열어달라는 것은 진정성을 의심받을 뿐”이라고 말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9일 평양 능라도경기장에서 두 손을 잡고 북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9일 평양 능라도경기장에서 두 손을 잡고 북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최근 남북간 언론교류 시작의 불씨로 볼 만한 접촉이 있었던 것은 고무적이다. 지난달 23일 6·15 남측위원회와 6·15 북측위원회는 중국 선양에서 만나 회의하고 내년 1월 금강산에서 남북 인사 300명이 모여 새해맞이 행사를 열기로 합의했다. 특히 1월 행사 중 6·15 남측위 언론본부와 6·15 북측위 언론분과위원회의 부문별 만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고, 북측은 언론과 학술 부문에서 상봉 행사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이준희 언론본부 대변인은 “그동안 언론교류의 필요성을 끊임없이 주장해왔는데 북측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언론부문 상봉 행사를 갖자고 호응하면서 문재인 정부 들어 언론기관이 첫 만남을 갖고 판문점 및 공동선언이행을 위해 언론 부문이 처음으로 협의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식적인 남북언론 교류 시작의 테이프를 끊으면 정부에서도 남북고위급 회담 등에서 주요 의제로 언론교류 문제를 채택할 수 있다는 기대도 크다. 이 대변인은 “언젠가 우리도 문을 열 수밖에 없고 남북언론교류를 시작해야 한다. 지금 시기는 정부가 이를 지원하고, 고위급 회담에서 의제화시켜 합의를 이루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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