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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리병원, 공공성 붕괴 vs 규제 더 풀라

[아침신문 솎아보기] 제주 영리병원, 언론 극명 대립…“붕괴 신호탄” 우려 vs “산업발전 블루오션” 환영

2018년 12월 06일(목)
손가영 기자 ya@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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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영리병원 조건부 허가에 언론은 의료산업 생산성이 증대된다는 환영과 규제완화로 의료공공성이 붕괴된다는 우려로 극명히 갈렸다.

원 지사는 5일 서귀포시 헬스케어타운 내 녹지국제병원을 외국인 의료관광객만 대상으로 진료하는 ‘영리병원 조건부 개설 허가’를 내렸다. 영리병원은 기업 등 민간자본 투자로 설립된 병원으로 투자자가 지분만큼 수익금을 가져간다. 현행법상으론 정부·지방자치단체·학교법인·의료법인·사회복지재단 등 비영리기관만 병원을 세우고 병원수익을 외부로 가져갈 수 없다. 병원 수익은 모두 연구비·인건비 등 병원에 재투자해야 한다.

▲ 6일 경향신문 4면
▲ 6일 경향신문 4면
▲ 6일 한겨레 4면
▲ 6일 한겨레 4면

당장 나오는 우려는 영리 목적 의료서비스의 물꼬가 터졌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조건’만으로 영리병원 확대를 막을 수 있느냐”고 짚었다. 제주도가 2016년 발간한 자료엔 ‘녹지국제병원은 해외 의료관광객을 주로 대상으로 하지만 내국인도 진료를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한 바 있다. 영리병원 개설 허가 근거가 된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에도 외국인만 대상으로 한다는 조항이 없는데 의료법은 ‘의료기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진료를 거부할 수 없다’고 둬 보건의료단체들은 ‘사실상 내국인 진료를 허용했다’고 비판한다.

김창엽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병원 운영이 어려워지면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내국인 진료도 허용해달라고 요구할 테고, 다른 의료 자본들이 영리병원 설립에 필요한 법·제도 변화를 요구할 것”이라 말했다. 이른바 ‘뱀파이어 효과’로 김재헌 무상의료운동본부 사무국장은 “한명이 물리면 순식간에 여러 명에게 전파가 되듯 처음에는 경제자유구역에서, 다음에는 전국 곳곳에서 영리병원이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 6일 한국일보 4면
▲ 6일 한국일보 4면

보건의료단체들은 영리병원이 확대되면 결국 훼손되는 것은 의료공공성이라 본다. 영리병원이 이윤창출에 몰두해 병원비가 폭등하고 건강보험제도가 무력화되며, 의료 서비스가 양극화된다는 논리다. 영리병원을 허용한 미국은 영리병원 진료비가 일반 병원보다 19%가량 비싸며 인력도 상대적으로 적다.

우려를 비중있게 전달한 언론사는 경향신문·한겨레·한국일보다. 9개 전국단위 주요 종합일간지 중 나머지 언론사는 의료산업 서비스 제고 및 수익성 증대, 고용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 6일 조선일보 8면
▲ 6일 조선일보 8면
▲ 6일 조선일보 8면
▲ 6일 조선일보 8면

조선일보는 ‘지금 수준은 반쪽짜리’라며 더 많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외국인만 진료대상으로 둔 조건도 풀고 원격의료 금지와 자가 줄기세포 이식 금지 등 각종 의료서비스 규제도 풀어야 한단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경영계는 의료 규제를 풀면 최대 37만4000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원격 의료가 허용되면 만성질환자의 건강관리 서비스, 거동 불편 환자 재가 진료 등이 가능하다. 규제 때문에 관련 기술을 갖춘 국내 기업들이 규제가 덜한 외국으로 나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앙일보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와 단독인터뷰 기사로 “국가와 미래를 위한 길”이란 원 지사 입장을 전했다. 원 지사는 “국내 의료 체계에 영향이 없겠냐”는 말에 “외국인만 진료하고 내국인을 한 사람도 진료하지 않는데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겠느냐”고 일축했다.

중국 민간 자본 녹지그룹의 영향력도 드러났다. 원 지사는 인터뷰에서 “(녹지병원은) 복지부가 2015년 12월에 승인한 것이다. 그래서 투자자가 병원을 다 짓고, 인력을 채용하는 등 투자를 완료한 상태다. 이제 와서 불허하면 외국인 투자자의 신뢰를 복원할 수 없다. 중국과 외교 마찰도 우려된다. (국내적으로) 경제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결단해야 했다”고 말했다.

▲ 6일 중앙일보 1면
▲ 6일 중앙일보 1면
▲ 6일 동아일보 4면
▲ 6일 동아일보 4면
▲ 6일 세계일보 4면
▲ 6일 세계일보 4면

동아일보는 “첫 투자개방형 병원이 들어서면서 의료산업 규제 개혁이 잇따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며 보건의료단체의 우려를 기정사실화했다. 동아일보는 녹지병원이 공공성 훼손 부작용을 가늠하는 ‘테스트베드’인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2009년 발표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필요성’ 연구 결과를 보면 투자개방형 병원에 해외 환자 30만 명이 온다고 가정하면 생산유발효과가 최대 4조8818억원, 고용창출효과는 최대 3만7939명에 달하는 것으로 예측됐다”고 서비스업 고용 창출을 강조했다.

세계일보는 “의료기술 수준이 높고 연구할 능력도 있지만 투자가 없어 시도하지 못했던 의료기관에 새로운 기회가 마련됐다”며 “첨단 의료기술이나 신약개발을 위해선 고가 첨단 장비는 물론 막대한 비용이 투입되는 연구·개발(R&D)을 위해 대규모·장기투자가 필요한데도 외부 투자 유치가 어려운 비영리병원에선 엄두를 못 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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