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ck 3d gpu
바로가기
왼쪽 메뉴로 이동
본문으로 이동

안희정에게 던져야 할 질문 “동의 받았습니까”

공대위, 항소심 앞두고 재판부가 던져야 할 질문들 모아…9일 마지막 공판, 내달 1일 선고

2019년 01월 08일(화)
장슬기 기자 wit@mediatoday.co.kr
공유하기

URL복사URL복사

URL 복사

아래의 URL을 길게 누르면 복사하실수 있습니다.

AD FREE

성적 자기결정권은 누구에게나 원래 존재하는 천부인권이 아니다. 1970년대 서구에서 성적으로 억압돼있던 여성과 성소수자들이 쟁취하려던 권리다. 자신의 신체를 마음대로 결정할 수 없는 이들이 해방을 외칠 때 주장한 개념이다. 성매매나 성폭력 상황에서 약자(피해자)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었다’고 주장하는 건 폭력을 정당화하고 약자를 탓하는 또 하나의 억압이다.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사건에서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를 유죄로 보기 위해서는 수행비서가 위력을 행사해 간음을 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고 했다. 즉 수행비서에게 성적 자기결정권이 있는데 이를 안 전 지사가 강제로 침해했다는 게 확실하게 드러나야 유죄라는 뜻이다.

공은 피해자에게 넘어간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의 상황을 충분히 듣고 피해자에게 ‘얼마나 거부의사를 밝혔는지’ 물었다. 피해자가 거부하지 않았다면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받지 않았으니 안 전 지사에게 죄를 묻기 어렵게 된다. 한겨레21 보도를 보면 1심 재판부는 심리전문위원에게 각종 자료를 의뢰하면서도 안 전 지사 쪽에 편파적인 입장을 취했다. 안 전 지사 측 변호인의 신원불명의 정신과 전문의 의견을 근거로 검찰이 의뢰한 심리분석가의 의견을 배척했다. 안 전 지사는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 지난해 7월13일 오전 수행비서 성폭력 의혹으로 재판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회원들이 ‘증인 역고소’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 지난해 7월13일 오전 수행비서 성폭력 의혹으로 재판 중인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5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 회원들이 ‘증인 역고소’에 항의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연합뉴스

남성 유력 정치인과 여성 수행비서가 ‘동등하게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졌다’는 전제 자체가 ‘위력에 의한 간음’을 애초에 성립할 수 없게 한다. 게다가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두 성인 사이에 발생한 개인의 일탈로 축소시킨다. 안 전 지사 항소심에서는 이 전제를 깨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항소심 마지막 공판(9일)을 앞두고 전국 155개 시민단체로 구성한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1심 재판부는 안희정에게 아무 질문도 하지 않은 채 ‘무죄’ 판결을 내렸다”고 비판하며 “3차 공판에서는 (수행비서가 아닌) 안희정에게 질문해야 한다”며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시민들에게 ‘안희정에게 할 질문’을 받았다.

시민들이 보낸 질문 중 다수는 안 전 지사가 위력을 행사한 정황을 물어야 한다는 취지였다. “피해자와 나눈 문자 내용 보니깐 답장이 몇 분만 늦어도 독촉을 하던데 그거 위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왜 출장지에서 부하직원 허리를 감쌉니까”, “정치인으로 자신의 수행비서의 업무 범위를 정확하게 어디까지로 상정하시나요” 등의 질문을 보냈다.

▲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와 시민 30여명은 지난해 11월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보통의 김지은들이 만드는 보통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와 시민 30여명은 지난해 11월2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보통의 김지은들이 만드는 보통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수행비서가 얼마나 거부의사를 밝혔는지를 묻기 보단 안 전 지사가 제대로 동의를 받았는지를 물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다. 시민들은 재판부가 안 전 지사에게 “동의를 받았습니까”, “위계 속에서 진정한 합의는 가능합니까”, “피해자가 머뭇거릴 때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생각 했습니까” 등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안 전 지사가 자신의 행동이 문제가 될 줄 알았고 입막음을 한 정황을 지적하는 질문도 있었다. 시민들은 “성폭력 아니라고 발뺌해서 비난받은 이후 페이스북으로 다 제 잘못이라며 사과한 이유가 뭔가요”, “사랑하는 사이였으면 왜 불러내 미투 분위기를 신경 썼습니까”, “‘괘념치 말라’ ‘잊으라’는 말은 대체 왜 했습니까”, “왜 텔레그램 지우라했죠” 등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검찰은 이 사건보다 명시적인 위력이 더 없는 사건도 대법원에서 유죄가 난 판례가 있다며 1심 재판부가 ‘위력’을 너무 좁게 행사했다는 입장이다. 오는 9일 마지막 공판에서는 검찰과 변호인 측이 안 전 지사를 신문하고 검찰 구형과 최후 진술 등이 이어질 예정이다.

항소심에서 유죄로 결과가 뒤집힐지 관심을 모으는 가운데 최근 안 전 지사는 두 차례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면서 “비공개 법정 취지에 따라 말하기 어렵다”며 언론에 말을 아끼고 있다. 이번 사건의 선고 공판은 오는 2월1일 열린다.

네이버에서 장슬기 기자의 기사를 구독해 주세요

이 기사를 후원 합니다.

전체선택후 복사하여 주세요. 닫기

9개의 의견이 있습니다.
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