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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용훈 자녀들 ‘모친 강제 구급차행’ 전말은

[판결문] 금전 문제에서 시작한 갈등이 파국으로… 판사 “사회 통념에 용인될 수 없는 행위”

2019년 01월 11일(금)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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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자녀들이 어머니(방용훈의 부인)를 강제로 사설 구급차에 태우려 한 혐의로 지난 10일 1심에서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두 자녀는 120시간씩 사회봉사도 해야 한다. 강요죄가 인정됐다.

방용훈 사장(이하 방 사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 동생이다. 그의 부인 이아무개씨(55)는 지난 2016년 9월 한강에서 투신자살로 추정되는 변사체로 발견됐다. 당시 사회적 파문을 일으켰다. 1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딸 방○○(36)과 아들 방△△(32)씨는 고인이 된 이씨와 방 사장의 친자녀다.

판결문을 보면 사건 맥락을 알 수 있다. 2016년 1월부터 이씨와 방 사장은 금전 문제로 갈등을 빚었다. 이씨에게 관리를 위탁한 돈의 소재와 관리 상황을 이씨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이유였다. 이에 자녀(방○○·방△△)들은 이씨에게 돈 관리에 대한 자료를 밝혀 갈등을 해소하라고 설득해 왔다.

이씨는 2016년 4월 집에서 방 사장과 몸싸움을 한 후 호텔과 친정집에서 생활 하다가 5월 말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방 사장과 떨어져 집 지하층에서 혼자 생활했다.

판결문에는 이씨가 방 사장에게 남긴 유서 일부도 있다. “(2016년) 4월29일 부부싸움 끝에 당신한테 얻어맞고 온갖 험한 욕 듣고 무서워서 집을 잠시 나와 있기 전까지는 나는 나름 행복하고 단란한 가정이라고 여기고 살았다.”, “3개월 투명인간처럼 살다가 남편이 왜 이렇게까지 가혹하게 학대하는지 이유를 들어야… 얘기하려고 올라갔다가 무섭게 소리 지르고 욕 하길래 또 맞을까봐 그 길로 도망치듯 지하실로 내려왔다.” 등이다. 부부 사이가 순탄치 않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자녀들이 어머니(방용훈의 부인)를 강제로 사설 구급차에 태우려 한 혐의로 지난 10일 1심에서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사진=MBC
▲ 방용훈 코리아나호텔 사장의 자녀들이 어머니(방용훈의 부인)를 강제로 사설 구급차에 태우려 한 혐의로 지난 10일 1심에서 징역 8개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사진=MBC
재판까지 가게 된 ‘강제 구급차행’ 사건은 2016년 8월에 있었다. 자녀들이 어머니 이씨를 친정집으로 보내 요양하게 하자고 논의했다. 이씨에게 ‘친정에 가서 쉬고 오시라’고 권유했지만 이씨는 자녀들의 제안을 거부했다. 이 과정에서 자녀들이 이씨 팔과 등 부위를 잡거나 밀면서 친정집에 갈 것을 요구했으나 이씨는 앉아있던 쇼파 등을 부여잡고 저항했다.

자녀들은 인터넷을 검색해 사설 구급업체에 전화를 걸어 구급차와 구급대원을 불렀다. 반면 이씨는 경찰에 ‘자녀들이 사설 구급업체를 이용해 강제로 친정집으로 쫓아내려 한다’는 취지로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들이 자녀들과 면담에서 구급차를 이용해 어머니를 이동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하자 자녀들은 사설 구급대원들을 돌려보냈다.

그런데도 자녀들은 계속 친정집으로 갈 것을 요구했다. 다시 같은 사설 구급업체에 연락해 구급차와 구급대원을 불렀다. 이씨는 집에서 나가지 않겠다며 바닥에 누워 저항했다. 자녀들은 구급대원들에게 이씨를 강제로 구급차에 태워 친정집으로 데려가게 했다. 자녀들은 자신들의 욕설 등을 녹음하던 이씨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변기에 빠뜨리기도 했다.

자녀들에게 징역형을 선고를 한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최진곤 판사는 “피고인들(방○○·방△△)은 공모해 폭행으로 어머니 이씨가 자신의 주거지에 상주할 권리 행사를 방해했다”고 판단했다.

자녀들은 재판에서 “당시 우울증을 앓고 있으면서 자살시도까지 한 상태의 어머니가 혼자 지하층에서 생활하는 것보다 외할머니가 거주하는 친정집에서 쉬게 하는 것이 어머니의 자살을 방지하는 등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최 판사는 이씨가 ①2015년 10월 ②2016년 6~7월 정신건강의학과 두 곳을 몇 차례 방문한 사실과 ③2016년 8월 응급실(담당 소화기내과)에 후송된 뒤 4일 동안 입원한 사실 등은 확인했지만 “사건 당시 이씨가 자살에 이를 정도의 심각한 우울증 등의 정신적 상태에 있었다고 볼 만한 자료를 발견할 수 없다”고 봤다.

△이씨가 정신의학과를 방문한 까닭이 단발적 금전 문제 등에 있고 그 횟수도 적고 △당시 이씨가 자살을 암시하는 말을 하거나 징후를 보이지 않았고 △이씨가 항우울제 및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은 적 있지만 그 양이 사망에 이를 정도였단 걸 인정할 자료가 없다는 점 등의 이유였다.

반면 이씨는 유서에서 ③과 관련 병원에서 퇴원한 후 자신의 심리 상태에 관해 “퇴원할 수 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학대 수준의 모욕을 받았지만 바보같이 그래도 버티겠다고 지하실에서 생활했다”고 밝힌 바 있고, 또 ‘강제 구급차행’ 사건에는 “악착같이 아빠랑 얘기할 때까지 못 나간다고 버티고 있는데”라는 표현을 썼다. 딸 방○○에게는 “내가 수면제 몇 알 먹고 죽겠느냐. 내가 죽으려고 그랬으면 이까짓 몇 알 먹었겠느냐”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최 판사는 “당시 이씨가 자살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려는 심리 상태에 있었다기보다는 대화와 이해 등을 통해 자신의 남편·자녀들과의 갈등을 해소하기를 바라는 심적 상태에 있었음을 보여주는 단서”라고 판시했다.

▲ 코리아나호텔.
▲ 코리아나호텔.
최 판사는 이씨가 남긴 유서 가운데 “제가 4개월 지하실에서 투명인간처럼 살아도 버텼고 또 끝까지 버텨서 자식들 피해 안주고 언젠가 남편도 오해(뭔지도 모르겠지만..) 풀고 돌아오겠지 하던 희망도 강제로 끌려서 내쫓긴 그날부터 무너지기 시작했다”는 대목과 자녀들에게 남긴 유서 중 “지하실에서 투명인간처럼 살아도 너네들 피해 안 주기 위해 지옥 같은 생활이었지만 끝까지 버틸려고 했다. 하지만 사설 119 불러서 강제로 질질 끌려 묶여서 내쫓기는 순간 무너질 수밖에 없구나”라는 대목을 언급했다.

이 대목이 “자살을 선택한 이씨의 심리 상태가 언제, 어떤 계기로 형성됐는지를 이씨 스스로 밝히고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다. 사설 구급차를 부르고 이씨를 쫓아낸 행위가 오히려 극단적 심리 상태를 초래한 원인이 됐다고 본 것이다. 

최 판사는 “피고인들(방○○·방△△)은 어머니 이씨가 우울증 등으로 위험한 상태에 있었다고 주장하면서도 이씨의 상태를 의료기관이나 심리 치료 기관 등에 의뢰하거나 가족으로서 감싸안아 해결할 방안을 강구하지 않았다”며 “사건 전후로 이씨의 친정 가족들과 상의했던 적도 없다. 사건 이후 이씨 안부를 묻는 등의 행위를 했다는 걸 인정할 만한 자료가 발견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어머니를 상대로 한 자녀들의 행위가 사회 통념으로 용인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최 판사는 “이 사건과 이씨 자살 사이 형법상 자살교사죄에 해당할 정도의 인과관계가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 (갈등 원인이 된 금전관리와 관련해) 이씨가 자신이 관리한 금전 내역을 분명히 하지 못했던 사정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또 자녀들에게 헌신적이었던 이씨 의사를 반영한다”면서 징역형 집행은 유예했다.

이씨가 친정 가족들에게 마지막으로 남긴 메시지에는 “(남편과 이혼 소송을 거론하며) 그렇게 소송하다보면 내 새끼들 정말 다 망가지는데 아무리 나한테 그랬어도 그거는 좀 힘들겠다”는 내용이 있다. 어머니 이씨는 자신의 자녀들에게 피해가 미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염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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