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혜경궁 김씨’ 사건 수사 보도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쪽 일방 주장을 ‘확인됐다’는 단정적 표현으로 기사화한 것에 노조가 문제를 제기했다.

‘혜경궁 김씨’ 사건은 지난해 6·13지방선거 당시 전해철 더불어민주당 경기지사 후보가 트위터 아이디 ‘@08_hkkim’ 주인이 자신을 비난하자 선관위에 고발하며 이슈가 됐다.

전해철 후보 지지자들은 일각에서 권력 지향적 여성으로 묘사됐던 혜경궁 홍씨(사도세자 부인이자 정조의 어머니)에 빗대 ‘@08_hkkim’ 사용자를 ‘혜경궁 김씨’라고 부르며 이재명 후보를 비판했다.

이 트위터 아이디와 이 지사 부인 김혜경씨 알파벳 이니셜이 같다는 점 등을 근거로 김씨가 해당 아이디 주인으로 지목됐다.

이 계정주는 이 지사를 적극 옹호하고 문재인 대통령과 전해철 의원 등을 공격했고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세월호 희생자들을 폄하·조롱해 도마 위에 올랐다.

경찰은 7개월여 수사 끝에 김씨가 계정주라고 결론 내렸으나 검찰은 지난해 12월 김씨의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에 불기소 처분을 결정했다.

▲ 한겨레 2018년 10월15일자 9면.
▲ 한겨레 2018년 10월15일자 9면.
한겨레는 2018년 10월15일치 9면(사회1면 톱기사)에 “지방선거 때 논란 ‘혜경궁 김씨’, 이재명 지사 부인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실었다.

한겨레는 “지난 6·13 지방선거 당시 논란이 된 이른바 ‘혜경궁 김씨’는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아니라 이 지사를 잘 아는 한 50대 남성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전국언론노조 한겨레신문지부(지부장 정남구)는 지난 17일 발행한 노보(“‘혜경궁 김씨’ 보도, ‘확인됐다’ 남발에 멍든 신뢰자산”)에서 “문제는 아이디의 주인이 누군지 트위터 본사는 전혀 확인해주지 않은 상태에서, 이 지사 팬 카페 운영자의 경찰 진술만을 근거로 한겨레가 트위터 주인이 누군지 ‘확인됐다’고 썼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기사는 ‘혜경궁 김씨’가 포털사이트 다음의 이 지사 팬 카페에서 활동해온 한 50대 남성이라고 단정했다. 해당 팬 카페 운영자가 지난해 5월 “문제의 트위터 아이디는 우리 카페에 가입해 있는 50대 후반의 남성의 것”이라고 경찰에서 진술했다는 근거를 들었다.

보도는 논란에 휩싸였다. 팩트체크 미디어 ‘뉴스톱’은 “한겨레 기사는 내용이 매우 부실하고 제목도 잘못 뽑혔다. 언론이 부적절하게 정치에 개입한 사례가 될 것”이라며 “한겨레가 입수한 정보가 김혜경씨의 결백을 증명할 증거로 볼만한 근거는 전혀 없다. 한겨레가 이재명 지사를 두둔하기 위해 무리수를 뒀다는 일부 문제 제기가 나오는 이유”라고 비판했다.

경찰이 지난해 11월19일 ‘혜경궁 김씨는 이 지사 부인 김혜경씨’라고 판단하고 수사 자료를 넘긴 뒤 한겨레는 다음날 11월20일치 6면에 “휴대전화 교체·트위터 이메일 논란… ‘결정적 증거’는 누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한겨레는 “경찰이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 김혜경씨가 만든 것으로 본 이른바 ‘혜경궁 김씨’ 사건의 트위터 계정에 사용된 이메일은 이 지사의 의전 담당 비서관이 만든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 한겨레 2018년 11월20일치 6면.
▲ 한겨레 2018년 11월20일치 6면.
언론노조 한겨레지부는 노보에서 “이 기사에서도 한겨레는 이 지사 의전 담당 비서가 한 주장을 달리 검증하지도 않은 채 사실로 ‘확인됐다’고 단정해 썼다”며 “이를 두고 한겨레 편집국 내부에서 지적이 잇따르자 인터넷 기사에는 ‘~사용된 이메일은 이 지사의 의전 담당 비서가 만들었다고 본인이 한겨레에 밝혔다’고 고쳤다”고 지적했다.

논란이 됐던 이재명 보도를 데스킹한 ㄱ한겨레 에디터는 지난 15일 노보에 “기사의 제목과 리드에서 사용한 단정적인 표현은 취재 기자가 쓴 것이 아니다. 내가 데스킹 과정에서 고쳤다”며 “당시엔 그런 명쾌한 제목과 리드를 쓸 수 있다고 판단했으나 지금 보면 지나치게 단정적 표현이다. 디지털 기사의 제목과 리드를 애초 취재 기자가 쓴 신중한 표현으로 되돌렸다”고 해명했다.

ㄱ에디터는 보도 태도가 이 지사 쪽을 두둔했다는 지적에는 “이 사건에 대해 한겨레와 전국팀, 담당 기자가 수많은 기사를 보도했는데, 그 중 몇 기사를 임의로 선택해 취재원이 이 지사 쪽이라거나 이 지사 쪽 의견을 주로 반영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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